[김호준의 세상이야기] 제국의 흥망성쇠
[김호준의 세상이야기] 제국의 흥망성쇠
  • 승인 2022.03.0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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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조지워싱턴대 국제정치학 박사
지금 세계정치의 화두는 “미국이 언제까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와 “중국이 초강대국이 될 수 있는가”이다. 학자들이 미국과 중국의 미래를 분석할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

1970년대 말 미국의회조사국이 선정한 모든 학문영역의 세계 100대 석학에 뽑힌 해롤드 힌튼(Harold Hinton) 교수는, 세계지도자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는 돋보기로 관찰해야 하며 모택동과 등소평이 수영을 할 때 오른쪽 귀를 내어놓고 수영을 하는지 왼쪽 귀를 내어놓고 호흡을 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터의 중요성도 강조한 힌튼 교수는 정확하지 않으면 학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필자의 박사논문 지도교수님으로 처음 힌튼 교수님을 만났을 때 교수님의 필자에 대한 첫 질문은 청와대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이 무엇이냐였다.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국민대학교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후 필자는 학생들과의 모든 수업과 특별강의 전에 반드시 구글을 통해 데이터를 업데이트하고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미국과 중국의 미래를 분석할 때 우리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은 제국의 흥망성쇠의 틀 속에서 미국과 중국을 쳐다보고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학자와 지도자들은 이를 헬리콥터 뷰(Helicopter View)라고 하고 중국의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는 이를 두고 등고망원(登高望遠: 높이 올라가서 멀리 쳐다본다)이라 하였다.

인간의 생로병사와 마찬가지로 제국에는 흥망성쇠가 있다. 세상에 영원한 제국은 없다. 하나의 제국이 무너지면 또 다른 제국이 일어난다. 올라간 것은 반드시 내려간다. 미국도 영원할 순 없다. 제국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 마지막에 자기 빛의 수백만 배를 내며 사라지는 초신성(Supernova)과 같다. 제국은 소멸위기 직전에 가장 화려하게 불타오른다.

제국이 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예일대 역사학자인 폴 케네디(Paul Kennedy)는 로마, 몽고,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제국의 쇠퇴 원인을 제국주의적 과도팽창(Imperial Overstretch)에서 찾았다. 그는 제국의 국력의 요소 중 경제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경제력이 기울고 있는 제국이 자기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자국의 경제가 감내할 수 없는 군사비를 지출하며 팽창하는 경우, 그 제국은 생산성 약화, 시장 둔화, 세금 과중, 국내 분열로 이어지며 쇠퇴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모든 국력을 종합해 봤을 때 3-4%의 세계 지배가 적당한 데 25%까지 세계를 지배했고, 미국은 16-18%가 적당하나 50%까지 지배했으며 지금은 23%를 지배하고 있다. 노인이 높은 산을 그냥 올라가기도 힘든데 쌀 한 가마를 지고 산에 올라가면 그 노인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과거 세계사에 나타난 모든 제국은 제국주의적 과도팽창으로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이다.

둘째, 제국이 망하는 이유는 패권 전쟁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전쟁은 그 체제를 누가 지배할지, 누가 컨트롤할지를 결정지어주는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세계 제1의 국가를 패권 국가(hegemonic power)라고 하고 제2의 국가를 새롭게 부상하는 국가(rising power)라고 한다. Rising power와 hegemonic power와의 전쟁을 패권전쟁(hegemonic war)이라고 한다. 1500년부터 지금까지 제국의 역사에서 16개의 케이스가 있었고 그 중 12개는 패권전쟁으로 갔고 나머지 4개는 평화적으로 세계패권의 교체가 이루어졌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모델스키 교수(Modelski)는 1500년도 이후 100년마다 제국이 바뀌어 왔다고 주장했다. 이를 장주기 이론(Long cycle theory)라고 한다. 알리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 전쟁 충돌의 코스로 갈 것이라고 예언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새롭게 부상하는 국가는 국제정치에서 자기 몫을 요구하고 목소리를 내게 되어있고 기존의 패권 국가는 새롭게 부상하는 국가가 공격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양국은 패권전쟁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셋째, 기술의 이전, 확산 및 모방으로 제국의 위치가 변화된다. 자기가 키워놓은 괴물에 오히려 먹히게 되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되는 것이다(Frankenstein’s monster). 세계 제1의 국가가 그 지위를 잃을 때 기술 이전에 의해서 먹힌다. 미국이 영국을 모방했고 일본이 미국을 모방했으며 한국이 일본을 모방했고 중국이 한국을 모방했다.

넷째, 제국은 밤에 찾아오는 도둑처럼 갑작스러운 붕괴(sudden collapse)로 무너지기도 한다. 기원전 2000년부터 900년까지 번성했던 마야 문명이 물 부족, 식량 부족, 박테리아 등으로 갑작스럽게 붕괴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맞섰던 소련은 1991년 붕괴되었고 EU는 비틀거리고 있고 일본은 추락했다. 중국이 어떻게 될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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