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는 잊어라, 고뇌하는 ‘탐정’이 왔다…영화 '더 배트맨'
히어로는 잊어라, 고뇌하는 ‘탐정’이 왔다…영화 '더 배트맨'
  • 배수경
  • 승인 2022.03.0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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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좇는 능숙한 모습보다
선악 고민하는 인간성 부각
기존 선배들과 다른 결 보여
“초기 캐릭터와 유사” 평 다수
화려한 액션보다 현실감 강조
독자적인 유니버스 ‘첫발’ 떼
더배트맨
‘더 배트맨’은 기존 영화에서 그려지던 배트맨과는 다른 결을 보여준다.

10년 만의 귀환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나이트’ 3부작 이후 배트맨이 다시 우리 곁에 제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일, 전 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한 ‘더 배트맨’은 ‘혹성탈출’ 시리즈의 맷 리브스 감독이 연출하고 ‘테넷’의 로버트 패틴슨이 6대 배트맨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밤이거나 비가 내리거나 시종일관 어둡고 가라앉은 분위기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어린 시절 부모가 괴한에게 살해당하는 걸 목격한 브루스 웨인은 자신이 곧 ‘복수(vengeance)’라 규정지으며 범죄자를 응징하는 야간 자경단으로 활동한다. 그렇지만 영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완벽한 슈퍼히어로 보다는 브루스 웨인이 선과 악, 빛과 어둠, 정의와 복수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며 히어로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 속 2년차 배트맨은 완벽하지 않으며 어설프거나 아슬아슬하고 때로는 자신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더 배트맨’은 화려한 액션과 CG대신 현실감을 살리고 탐정 배트맨이 답을 찾는 과정에 더 집중한다.

고담 시장 선거를 앞두고 현직 시장과 경찰청장, 검사 등의 엘리트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고든(제프리 라이트) 경위의 협조로 범죄현장을 찾은 배트맨은 범인이 남겨놓은 메시지 속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도시의 발전과 그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재개발로 인해 소외되는 사람들, 도시의 빛과 그림자 사이로 자신의 잇속만을 차리는 사회지도층의 민낯도 드러난다. 이쯤에서 리들러가 벌이는 범죄가 오히려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어 혼란스러워진다. 관객들의 혼란과 마찬가지로 배트맨이 맞닥뜨린 진실은 그를 흔들어 놓는다.

‘더 배트맨’은 ‘다크나이트’ 3부작 등 기존 영화에서 그려지던 배트맨과는 다른 결을 보여준다. 1939년 만화잡지 ‘디텍티브 코믹스’를 통해 처음 등장한 배트맨은 이번 작품을 통해 탄생 초기 모습에 가장 가까운 캐릭터라는 평을 얻고 있다.

로버트 패틴슨
로버트 패틴슨

 


로버트 패틴슨은 ‘트와일라잇’의 창백한 뱀파이어 에드워드에서 벗어나 어둡고 음울한 배트맨이라는 새로운 옷을 제대로 찾아 입은 느낌이다. 영화 초반 마스크를 벗은, 눈 주위가 검은색으로 얼룩진 브루스 웨인의 모습에서는 슈퍼 히어로의 면모보다는 오히려 호아킨 피닉스가 그려낸 ‘조커’가 떠오르기도 한다. 시민들의 관심을 받는 억만장자 브루스일 때도 그는 고독과 암울함으로 뒤덮여있다.

그간 자신을 복수로 규정하던 그는 부모님의 죽음에 얽힌 진실과 대면하고 고담시의 위기를 맞으며 “복수로 과거를 바꾸진 못한다. 세상에 필요한 건 누군가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다.”라며 각성한다.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가 정의의 편에 서고 희망을 이야기하며 초반에는 서로 거울처럼 닮아있던 리들러와 배트맨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영화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라진다. 기존 배트맨 시리즈에 익숙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지루하다’는 반응이, DC코믹스의 세계관을 좋아하던 이들에게는 ‘이게 배트맨이지’라는 평과 함께 n차 관람을 하는 이들도 제법 보인다.

과한 CG를 배제하고 현실감을 살린 연출 가운데서도 영화 후반부 펭귄맨과 배트맨이 벌이는 자동차 추격신은 명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어쨌든 ‘더 배트맨’은 독자적인 배트맨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라고 봐도 좋겠다.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메인 빌런인 리들러(폴 다노), 캣우먼(조이 크라비츠), 팔코네(존 터투로), 펭귄맨(콜린 파렐) 등 주요 캐릭터들이 나열만 되고 제대로 된 서사가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그 아쉬움은 다음 시리즈에 대한 기대로 남겨놓아야 할 듯 하다.

너바나의 ‘섬씽 디스 웨이’(Something this way), 슈베트르의 ‘아베마리아’ 등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음악이 몰입을 높여준다. 영화는 일반 상영관 외에 아이맥스, 돌비 시네마, 4DX, 스크린 X 등 특수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

올해 첫 히어로 블록버스터 영화로 기대를 모으며 개봉 첫날부터 19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더 배트맨’은 무려 176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이 진입장벽이 된다. 조금 더 시간을 덜어내고 밀도를 촘촘하게 채우는게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배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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