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진퇴무로(進退無路)
[목요칼럼] 진퇴무로(進退無路)
  • 승인 2022.03.0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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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진퇴무로(進退無路)의 사전적 의미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매우 곤란한 상태'를 말한다. 정부가 지난 7일 5~11세 아동들에게 대한 백신접종 계획을 밝힘에 따른 부모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용어라 할 수 있다.

전염력이 강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는 가운데 3월 각 급 학교들의 개학과 더불어 정부의 방역지침 완화로 지난 4일 신규 확진자가 20만 명을 넘어서면서부터 연일 20만 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더니 급기야 대선일인 9일에는 32만 명을 넘어서는 등 그 끝을 알 수 없게 하고 있다. 재택치료 환자도 지난 8일 116만 명을 넘어서는 등 가히 점입가경이다. 이와 같이 확진자가 폭증함에 따라 위중증 환자 수도 급증하여 1,000명에 육박하면서 중증 환자 병상이 빠르게 소진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곧 2,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아직 관리 가능한 상황이라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작년 11월과 같은 '병상 부족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의료진 감염도 속출하면서 의료체계를 압박하고 있어 이러한 우려에 힘을 더해 주고 있다. 게다가 아직 유행의 정점이 오지 않아 당분간 이 같은 확산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이 국내외 연구진을 통해 수행한 조사에 의하면 이번 유행으로 3월 중순 최대 35만 명의 확진자가 나온다는 예측치가 제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정례 브리핑에서 "5~11세용 백신에 대한 공급 일정을 확정해서 세부 준비 사항, 접종계획을 준비하고 있으며, 다음 주 월요일 세부 접종 계획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곧 5∼11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된다. 정부가 5~11세 아동들에게까지 백신접종 계획을 수립한 이유는 최근 확진자 폭증 속에 11세 이하 소아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최근 신규 확진자 중 30%가 소아·청소년으로 밝히고 있다. 특히 0~6세 확진이 두드러졌는데, 2월 3주차 0~6세의 10만 명당 발생률은 직전주 대비 2.2배(118.5명→265.2명)로 높아졌고, 3월 첫째 주 들어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확진자는 전주 대비 1.3배가 증가한 4만 8,912명이 발생하였다. 정청장은 "5~11세에 대해서도 백신접종이 감염 예방이나 중증 예방 효과가 확인되고 있어, 이 연령층의 면역 저하자를 비롯한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조금 더 우선적으로 접종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지난 2월 23일 5~11세에 대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허가하였다. 식약처가 허가한 백신은 한국화이자제약이 수입한 '코미나티주0.1mg/mL'로 3주 간격으로 2차례 접종하고 중증의 면역저하자 소아의 경우 2차 접종 후 4주 후에 3차 접종을 하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접종후 이상반응에 대한 부모들의 우려이다. 특히 백신 접종후 이상반응을 경험한 부모들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온라인상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다. "어린이집·유치원·학교 등에 안 보내면 안 보냈지 안 맞춘다" "아이들에게 위험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어떤 이상반응이 나타날지 수십 년 뒤에 어떤 후유증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 등 반응이 그것이다. 식약처는 미국 등 4개국에서 진행된 5~11세 소아·청소년 3000여명 대상 임상실험에서는 심근염, 아나필락시스 등 중증 이상 반응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부모들은 백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굳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위험을 감수하면서 접종을 시키고 싶지 않은 것은 세상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확진 영유아가 잇달아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함에 따라 백신접종에 대한 부모들의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즉 경북 예천군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치료 중이던 7세 여아가 상황이 악화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경기 수원에서도 4개월 된 영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숨지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와 같이 재택치료 중 영유아 확진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의사소통이 어려운 영유아에게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제때 치료받기 힘들 수 있다는 공포가 부모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현재 11세 이하 소아 확진자의 경우 2월 1주차 3263명에서 3월 1주차 4만8912명으로 급증하는 모습이다. 또 3월 새 학기와 유행 확산세가 맞물리면서 유행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당국에 따르면 0~9세의 인구 10만 명당 일평균 발생률은 669.6명으로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연일 보도되는 백신접종후의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아이에게 백신접종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아직 접종하지 못하는 연령대의 아이들이 코로나 확진으로 사망하는 보도로 인해 예방 차원에서 아이들 접종을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그야말로 진퇴무로(進退無路)에 빠져있다.

따라서 방역당국에서는 이러한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려, 단순히 무미건조하게 예방을 위해 접종을 해야 한다고 권유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부모들이 정부를 믿고 안심하고 아이들에게 접종시킬 수 있도록 하는 좀 더 세심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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