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비즈니스도 전쟁이다
[박명호 경영칼럼] 비즈니스도 전쟁이다
  • 승인 2022.03.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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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무력으로 침공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을 추구할 것”이라며 항복을 요구했으나, 우크라이나는 결사적으로 맞서고 있다. 주요 서방국들은 강력한 경제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고, 러시아가 철군하지 않을 경우 수위를 더 높일 것이라고 한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을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공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어 이 전쟁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오리무중이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3,500여년의 인류 역사에서 평화가 유지된 기간은 겨우 270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전쟁이라는 행위의 밑바탕에는 이익을 추구하는 본성이 깔려 있다. 전쟁에서는 항상 이익을 뒤에 감추고 그럴싸한 명분을 앞세운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은 어떤 명분도 정당성도 인정받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러시아는 이 전쟁에서 불법무기를 사용하고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을 무차별 공격하여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큰 전쟁을 치렀다. 10개월여에 걸친 대통령 선거 전쟁이다. 이틀간의 사전 투표와 본 투표에서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새 국가지도자를 선출했다. 후보자들은 국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한 선거전을 펼쳤다. 당선인은 ‘공정과 상식’을 기본 가치로 삼은 선거 전략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 승리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이번 대선은 미움으로 가득한 선거였다는 평가다.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도 등장했다.

‘전략’이란 전쟁을 이기기 위한 책략이다. 전쟁에서든 정치에서든 ‘전략’의 목표는 승리를 얻는 것이다. 반드시 한쪽 편만 이기게 된다. 이른바 제로섬(zero sum) 게임이다. A가 이기면 A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는 반드시 진다. 비즈니스도 전쟁이다. 하지만 전쟁이나 정치와는 달리 비즈니스 전쟁은 제로섬 게임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하나 이상의 승자가 있을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한 회사가 경쟁우위로 승자가 되었다고 해서 경쟁사가 모두 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 세계는 전쟁과 같다(商場如戰場)’는 중국 속담처럼 비즈니스 전쟁은 실제 전쟁과 매우 흡사하다. 경쟁업체를 유린하거나, 기습적인 공격을 퍼붓기도 하고, 때로는 맞대응을 피한 채 적당한 시기를 모색하는 등 전쟁의 모습을 다분히 지니고 있다. 또한, 모든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언제나 끝나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종전도 휴전도 없다. 비즈니스는 영속되기 때문이다. 더욱 치열해지고 살벌해지는 비즈니스 전쟁에서도 승자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전략’을 탐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경제 전쟁, 무역 전쟁, 마케팅 전쟁, 상표 전쟁 등 오늘날 비즈니스를 전쟁 상황에 비유하는 것은 매우 흔하다. 하지만 비즈니스에서 전쟁 용어인 ‘전략’이란 단어가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1964년에 쓴 『성과 경영』은 원래 제목이 『비즈니스 전략』이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전략’이란 용어는 군대나 정치판에서 쓰는 말이지 비즈니스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 책 제목이 바뀌었다. ‘전략’이란 용어가 비즈니스 분야와 경영학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대략 1970년대 후반부터다.

비즈니스 전략의 목표는 경쟁자보다 뛰어난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쟁 상대와는 뚜렷이 구별되고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를 창조해내야 한다. 따라서 경영자에게는 전략적 사고가 매우 중요하다. 경쟁 상대를 잘 파악하고 그들과의 상호작용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게임이론 연구자들은 모든 움직임은 경쟁자의 반응을 불러일으키므로 경쟁자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CEO는 경쟁자들의 입장이 되어 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가져야만 비즈니스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전략(strategy)의 어원은 장군이란 뜻의 그리스어 ‘strategos’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전략의 주체는 전략의 구상과 실행의 전체 과정을 경영하는 리더다. 즉, 리더십이 기본이다. 군사전략가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도 『전쟁론』에서 리더가 결단의 순간에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다고 말했다. 비단 전쟁을 치르는 국가의 최고 지도자뿐 아니라 모든 조직의 지도자들 그리고 비즈니스 세계의 CEO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어떤 전쟁이라도 리더십에서 시작해 리더십에서 끝난다. 승리의 열쇠는 리더의 신념과 자질에 달려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쟁의 두 지도자인 우크라이나의 젊은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와 같은 이름의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리더십을 비교해 본다면 궁극적으로 어느 쪽이 승리할 것인지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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