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곁에 두고
사랑이라는 말을 하지 마라
목마른 사슴처럼 사랑을 갈구한다고
그것이 다 사랑이 아니듯이
한 방울 눈물로 붉은 꽃을 피우고
그 향기에 열병을 앓아 본 사람만이
사랑이라고 말을 해야 한다
두려움을 곁에 두고
사랑이라는 말을 하지 마라
꽁꽁 언 땅을 뚫고 나온 복수초가
겨울 한낮의 짧은 온기를 갈망하는 것
그것이 다 사랑이 아니듯이
죽을 만큼 가슴 아파 본 사람만이
사랑이라고 말을 해야 한다
그리움을 곁에 두고
사랑이라는 말을 하지 마라
노란 은행잎 같은 시 한 구절 읊조리다
가슴 저 깊은 곳에 묻어 둔 이름 하나
생각난다면
와인처럼 달콤하고 향기로운 말로
그때, 사랑이라고 말을 해야 한다.
◇김영애= 1959년 경북 영천 출생. 2013년 <대한문학세계>로 등단
<해설> 사랑이란 참으로 고귀한 것. 그것을 위해 온몸 다 바쳤을 때 비로소 사랑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이 따로인, 그저 편리에 의한 것을 사랑이라 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도구일 뿐이다. 상대를 이용하기 위한.
-정광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