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업무 연속성 계획 지침에 대하여(간절히 소망한다)
[의료칼럼] 업무 연속성 계획 지침에 대하여(간절히 소망한다)
  • 승인 2022.03.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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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대구시의사회 정책이사
오미크론 확산세는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방역 당국의 예측과는 달리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대구·경북에서 2만 오천 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아직도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 19의 확산세 속에서 확진자와 일반 환자가 함께 몰리는 의료기관들은 이제 버티는 데 한계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지역 감염병 전문 병원에서는 최근에 중환자실과 응급실 의료진을 비롯해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확진됐다는 소식이다. 부서마다 진료와 수술 일정을 미루고 근무 간격도 줄여 보지만, 확진자 치료와 1차 2차 병원에서 밀려드는 일반 환자까지 병상은 이미 포화 상태란다. 의료진들은 수십 시간씩 초과 근무가 일상이 됐고, 병상 부족으로 119구급차에서 응급처치를 한다. 응급실 전공의도 연달아 확진자로 되고 진료 담당 교수도 격리에 들어갔단다. 응급환자를 도저히 받을 수 없고 경한 환자를 좀 받아줄 수 없느냐고 오히려 부탁하는 전화가 오는 실정이다. 밀려드는 환자들을 위해 모든 걸 다 동원해 쓰고 있지만, 정말 한계치에 도달해 돌아버릴 것 같다는 후배 교수의 하소연에 가슴이 아프다. 급한 환자가 내게 덜 오기를, 그리하여 힘들어 미쳐버릴 것 같다는 3차 병원에 이송하지 않아도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쪽에서 받아주지 못하는 환자를 다시 받아야 하는 현실이 무섭다.

의료 인력 누수가 심각해지면서 정부는 지난달, 확진된 의료진의 격리기간을 3일까지로 단축할 수 있는 지침을 내놨다. 그러나 이미 운영 한계에 다다른 지역 의료기관들 가운데 이 지침을 적용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정부 가이드라인에는 의료기관에 대한 면책 조항이 빠져 있다. 확진 의료진의 격리기간을 단축했다가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전파 책임은 전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이 져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 이후 의료기관마다 민원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의료 소송 등 분쟁 가능성도 너무 큰 부담이지 않겠는가. 자칫 잘못하여 환자들이나 보호자 등이 병에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지 말라는 법도 없다. 병원의 잘못으로 의해 중대한, 치명적인 사망으로 이어지면 중대재해처벌법에도 걸릴 수도 있다.

20일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상황에서 약국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병원에 이어 약국도 확진 시 3일 격리 후 근무 재개 가능하다며 약국 업무 연속성 계획 지침을 안내하고 있다는 보도다. 정부가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간호사 등에 이어 지역약국에 근무하는 약사들도 코로나19 확진 시 3일 격리 후 업무를 재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정부는 약사 등의 환자 발생으로 약국 영업이 중단될 경우 해당 지역의 보건 서비스에 심각한 영향이 우려돼 이번 지침을 마련했다고 설명이다. 약사회 등은 약국 역시 병원과 마찬가지로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 필수 시설이므로, 종사자 감염 시에도 업무를 지속하기 위한 정부의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약국은 먹는 형태의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등을 조제하고 환자에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지침은 일일 확진자 수와 약국 내 필수인력 및 종사자 감염 비율에 따라 상황을 1단계(대비)-2단계(대응)-3단계(위기)로 구분했다. 약사 등 약국 근무자는 코로나19로 확진되더라도 무증상 또는 경증이라면 검사일 기준으로 3일만 격리한 뒤 근무를 재개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후 14∼90일 이내이거나 3차 접종 후 14일이 지난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서다. 또 근무를 재개하더라도 KF-94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격리기간 단축이 시행되는 기간에 직장 업무 외에 외부 개인 활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지침은 강제가 아니다. 약국 개설자 등은 지침을 참고해 자율적으로 BCP를 수립해 적용하면 된다. 한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지침이 제시됐으나 개인이 운영하는 약국의 현장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지침은 법적 효력이 없다. 약국이나 병원에서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고 소비자가 소송하면 약사나 의사는 어찌할까. 국가에서는 지침이니까 전문가가 알아서 해야 한단다. 빠져나갈 구멍이다. 보험 청구에서도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삭감할 수도 있지 않은가. 병원이나 약국 종사자에게서 코로나를 옮았다고 주장하는 이가 감염 후에 사망에 이르게 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 사망사고가 나면 그 CEO는 책임자로 구속하는 강력한 법, 이것을 강제하려면 정부가 법으로 먼저 정해주어야 하는데, 병원과 약국에 면책 조항을 삽입해야 마땅한데 하지 않고 있다. 참 나쁜 정부다.

코로나19, 2년 2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세는 꺾일 줄 모른다. 계속 정점이 다가왔다는 소용돌이 속에서 간절히 소망한다. 정부가 의료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주기를,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여 방역 정책을 지금이라도 제대로 해주기를, 정치 방역이 아닌 소중한 국민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마음 놓고 살 수 있게 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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