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나도 몰랐던 우포늪의 매력…“천국이 따로 없구나”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나도 몰랐던 우포늪의 매력…“천국이 따로 없구나”
  • 노용호
  • 승인 2022.03.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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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얕보지마 자연
우포늪
자연에는 인간이 미처 생각지 못하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자연과 공존하려면 겸허한 자세로 자연의 특징을 살펴야 한다. 사진은 우포늪의 모습.

◇야생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자전거 타고 가다 벌에 쏘이고
잡초 뽑다 눈에 씨앗 세균 감염
쯔쯔가무시 병에 걸리기도
항상 겸허한 자세로 잘 살펴야

야외에서 활동할 때는 안전에 매우 신경을 써야 한다. 조심하지 않고 마음대로 숲에서 습지에서 활동하다가, 여러번 쓰라린 경험을 하였다. 벌에 물리고, 벌에 물려서 넘어졌는데 앞에는 독이 있는 뱀이 있었으며, 쯔쯔가무시병에 걸렸고, 겨울에 잡초를 제거하려다 잡초 씨앗의 세균이 눈에 들어가 엄청나게 고생을 한 것이다.

우포늪 인근 밭에서 일을 하다 찔레들에 옷이 걸리기도 해서 찔레들을 낫으로 자르다가 벌에 쏘였다. 찔레에 별들이 집을 짓고 있었는데, 자기들의 집을 부수니 당연히 자신들을 공격한다고 생각하였겠지. “뭐야 우리 아가들을 위해 열심히 집 짓고 있는데 우리 집을 부수니?” 하고 달려들었을 것이다.

벌에 쏘인 그날이 지금도 생각난다. 머리에 뭔가 따금하며 엄청 아파서 위를 보니 벌들이 날고 있어 어이구야 하고 수십미터를 온힘을 다해 도망갔다. 한참 뛰어 도망가다가 주위를 살펴보니 더 이상 벌이 보이지 않았다. 머리에 물려 엄청 괴로워했다.

벌에 물린 다른 이야기가 있다. 햇빛이 아름다운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벌이 물어 자전거가 넘어졌다. 넘어진 자리 부근에 뱀이 있었고, 꽝하는 자전거 소리에 놀라 뱀이 고맙게도 빠르게 도망을 가주었다. 벌에 물려 넘어졌는데 머리 앞에 뱀이라니요? 너무 놀랐고 넘어진 자전거 소리가 너무 커서인지 뱀도 많이 놀랐을 것이다. 하늘에서 이상하게 생긴 것이 자신을 덮치니 뭐야 이거? 하면서 빠르게 도망간 것이라 생각된다. 어이구~ 영화나 TV에서나 보던 장면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도망간 그 뱀이 너무도 고맙다.

다른 경험 하나 더 소개한다. 지금까지는 뱀이 벌보다 덜 위험(?)했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그랬다는 것이다. 아마도 사람인 내가 뱀보다 키가 수 백 배(?)나 크고 걷는 소리가 시끄러우니 이 친구가 자기를 피했다고 생각된다.

겁이 많아 풀이 많은 곳을 지나갈 때, 가능하면 막대기를 가지고 이리저리 저어가며 숲을 간다. 한번은 1미터 거리에서 뱀이 나를 피해갔고, 다른 곳에선 3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뱀을 보았는데, 너무 놀라서 크게 소리를 지르니 순식간에 도망쳐 버렸다. 뱀도 나도 많이 당황했고 서로 보고 싶지 않은 존재였을 것이다. 뱀은 햇빛이 잘 드는 돌 틈 사이에 사는 것으로 얼려져 있는데, 야외에서 돌 위에 앉을 때 밑에 구멍이 있나 확인하고 앉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음은 쯔쯔가무시병에 걸린 이야기다. 어느날 우포늪 인근 숲에서 돌아왔는데, 열이 내려가지 않고 몸이 약간 간지럽기도 했다. 코로나에 걸렸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걱정을 많이 하였다. “아이고 착하게 살겠습니다” 하면서 “제발 코로나는 안 걸리게 해주세요”하고 마음속으로 빌고 빌었다.

다음 날 동네 의원에 가니, 의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쯔쯔가무시 같다고 하면서 약을 먹으면 나을꺼라고 했다. 의원을 나오면서 “어이구 큰일인데~. 어쩌지 잘못하면 큰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약을 먹고 또 먹고 하기를 몇 주일, 몸에 있던 작은 점들이 점차 사라졌다. 하지만 발목에 생긴 점은 다 나은 지 수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독자 여러분도 풀밭이나 숲에 갈 때는 진드기를 매우 매우 조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은 눈에 씨앗의 세균이 들어간 일이다. 밭에서 풀을 베다가 씨앗이 날리는 것을 보고선 눈을 감았고 풀 제거 일을 계속했다. 집에 와서 밤에 전기 불빛을 보니 쏘듯이 아파서 누운 방의 불을 빨리 껐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눈이 자연히 나아지겠지 하고 밭에 가서 일을 하는데 밭에서 만난 사람이 “눈이 충혈되셨네요” 했다. 하루를 더 기다리고 난 다음 날인 일요일에도 도저히 안 되어 동네 안과 의원을 가니 큰 병원에 가라고 했고, 큰 병원에 가니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하였다. 대학병원 응급실의 의사는 “아프면 바로 오지 왜 이제 오느냐”고 나무랐다. 시력검사를 하였는데 아예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 시대라서 입원을 하려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확인이 되어야 했다. 코로나 음성 결과가 나온 새벽 4시에 입원을 하였다. 입원한 지 3일 지나니 또 한번 코로나 검사를 하였다. 처음엔 1주일 입원에서 30일 입원 또는 실명할 수도 있다고 하여 신경이 많이 쓰였다.

다행히 세균 치료약이 잘 들어 8일 만에 퇴원했다. 병원의 밥은 매우 잘 나왔다. 병원에서 나오는 3끼를 다 먹고 움직임이 적으니 살이 찌는 소리가 들려, 퇴원 2일 전에는 집에서 보내 준 계란과 아몬드 마실 것으로 대처했다.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밥을 먹어야 하니 밥맛은 그리 나지 않았지만 밥은 매우 좋았다. 입원하여 며칠 뒤 그냥 있을 수 없어 처음엔 2천 보 정도 걷다가 퇴원 전에는 1만2천보 걷기도 하였다.

자연에서 야외활동을 하면서 벌에 물리고 쯔쯔가무시병에 걸리고, 눈에 세균이 들어가는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었다. 풀이나 나무가 많은 곳에 가면 곤충기피제를 뿌리거나 바르고, 장화를 신고 작은 나무 작대기를 가지고 풀 속의 뱀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눈에 세균이 들어간 곳의 겨울 풀베기는 퇴원 후 2번 더 가서 결국 마쳤다. 추운 날씨에 밭에 뭐 할 것이 있냐고 하겠지만, 다가올 봄에 나무를 심을 준비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디. 추운 계절이 싫기도 하지만 친구 시인의 말대로 겨울이 좋은 것은 겨울이 봄을 잉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니 천국이 우리 마을에?

올겨울 선생님들과 찾은 우포늪
철새들의 비행과 고니의 천국
인간의 소리 사라진 다른 세상

TV, 영화 속 장면이 내 눈앞에

가을의 향기가 남아 있던 작년 10월, 우포늪을 방문한 창원시 진해구의 동진중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우포늪을 둘러보면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다들 너무도 즐거웠기에 선생님들은 겨울에도 오고 싶다고 하였는데, 해가 바뀐 2022년 1월 중순에 선생님 4분이 우포늪을 다시 방문하였다.

어떤 곳을 갈까 하고 고민하다가, 우포늪의 다른 모습을, 풍경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가을의 그 감동이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포늪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가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인 팽나무 언덕에서 개구리덤으로 가기와 사지포에서의 고니들을 보여드리자고 생각했다.

먼저 에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인공 잎싹이 위험을 무릎쓰고 양계장을 도망쳐 나와, 겨울 철새들의 자유로운 비행을 보면서 자류를 느낀 팽나무 언덕에 갔다. 머리 위로 기러기들이 날아가자, 누군가가 야아~ 쥬러기공원에 온 것 같다며 좋아했다.

팽나무 언덕에서 가파른 길을 내려와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아가 개구리 덤으로 올라가 와우~ 하는 탄성을 질렀다. 개구리덤에서 좀 더 나아가자 멧돼지들이 수생식물 중의 하나인 줄의 뿌리를 중간 중간에 파먹은 흔적들을 보고 놀랬다.

주매제방 쪽으로 나아가고자 했으나 쓰러진 나무들이 막고 있어 야산으로 올랐지만 더 험한 길이라 결국 죽은 나뭇가지들을 꺾고 또 꺾고 가시덤블을 헤쳐나가,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은 나지막한 곳에서 기러기들이 날아가는 모습들을 보았고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였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우포늪물풀식물원에서 다양한 수생식물들을 본 뒤에, 신당마을 안쪽으로 가서 고니들을 보고 싶었다. 신당마을 안의 전망대 방향까지는 갔지만 더 이상 전망대를 찾지 못해서 결국 제가 아는 주매방향으로 가보았다. 주매리 사지마을 안골 안으로 들어가니 논들과 밭들이 있는 그렇게 넓은 공간이 그 곳에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좀 더 가니 새들의 소리와 함께 하이얀 색의 새들이 보였다. 와우~.

소나무 언덕에서 내려가니 완전히 다른 나라가 있었다. 이리 멋진 곳이 내가 사는 마을의 뒤에 있는데 그곳을 모르면서 우포를 안다고 생각했다. 같이 간 선생님들이 감탄하면서 사진을 찍고 동영상으로 새들의 모습을 담고자 조용한 가운데 분주하게 움직였다. 인간의 소리는 들리지 않고 오로지 새들의 세상이었다.

“야 아~ 이런 곳이 이 가까이에 있구나. TV에 영화에 나오는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네.” 천국이 따로 없었다. 살아있는 천국의 모습, 파라다이스(paradise)가 이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 많이 오고 자주 우포늪을 봐야겠다고 더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부끄러움과 즐거움이 함께 했다.

 

노용호<우포생태관광연구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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