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미워하면 지는 거다 -낙동강·562
[좋은시를 찾아서] 미워하면 지는 거다 -낙동강·562
  • 승인 2022.03.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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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수 시인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아니지, 희망이지

빈부귀천 세상사에 부러운 일 한둘이랴

부러워 애타는 맘에 새싹 하나 움트느니

진정 지는 것은 미워하는 마음이야

희로애락 인간사에 미운 일 없으랴만

미워서 속끓는 맘엔 가시만 자라느니

도도히 흘러가는 강줄기 바라보면

부러워 어화둥둥 함께 엮인 물길이라

미움의 가시 물길은 늪이 되어 허덕일 뿐

사람 사는 일도 흐르는 물과 같아

부귀흥망 강약성쇠 뜬구름 같으려니

엎치락 또 뒤치락해도 미워하면 제 늪이야

◇서태수=《시조문학》천료, 《문학도시》 수필, <한국교육신문> 수필 당선, 수필집 『조선낫에 벼린 수필』 외, 낙동강 연작시조집 『강이 쓰는 시』 외, 평론집『작가 속마음 엿보기』, 낙동강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부산수필문학상 외

<해설> 삶은 퇴적과 침식의 연속이다. 현명한 사람은 모두에게 배울 줄 알고, 강한 사람은 자신의 열정을 지배할 수 있고, 만족하며 감사하는 이가 부유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아주 드물다. 잘 사는 것, 즉 행복이란, 내 자유의지가 훼손되지 않고 마음 내킬 땐 언제든 돌아다닐 수 있고, 높은 하늘 올려다보고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날들이 연속되는 것이다. 좋았던 순간들이 지금의 나쁜 순간에 위로가 되지 못하듯이, 나쁜 순간도 결국은 지나간다. 조금만 더 버티면 영원할 것 같은 고통도 결국은 다 지나간다. 그리고 다 지나왔구나 하고 뒤돌아보는 날이 온다. 인간의 잣대로 해충과 익충을 구분하는 것처럼, 잡초란 인간이 붙인 지극히 이기적인 이름일 뿐, 원래부터 꽃과 잡초는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사색의 시간을 위해서 세상과 거리두기를 하는 것은, 생각해보면 이기적이면서도 개인의 자존공간을 침해하지 않는 이타적인 생활방식이다. 호박꽃이 장미꽃을 부러워하지 않듯이, 꽃은 인간이 뭐라고 하던 나름의 자태와 향기를 내뿜으며 살아간다. 세상사 부질없다지만, 어느 순간이라도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존재의 이유이고 가치다.

-성군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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