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대학의 역량 중심 교육과 환류의 중요성
[수요칼럼] 대학의 역량 중심 교육과 환류의 중요성
  • 승인 2022.03.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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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인간공학박사
역량이란 어떠한 과업이나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 정의할 수 있다. 약어로는 지식(Knowledge), 기술(Skill), 능력(Ability), 기타 개인 특성(Others)의 앞 글자를 따서 KSAO라고 부르기도 한다. 즉 어떤 직무에서 역량이 우수하다는 말은 곧 해당 일을 잘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대학들은 역량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을 위해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학이 사회 진출을 위한 인재 양성과 배출의 마지막 교육 단계를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들이 우수한 역량의 인재를 많이 배출한다는 것은 곧 기업들도 일을 잘할 수 있는 인재들을 많이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대학과 기업 간 상생적 관계의 밑거름이 될 수 있으며, 대학입장에서 입학과 취업이라는 측면에서 선순환적 모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량이라고 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 명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추상적인 것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추상적인 것일수록 개인마다 의미가 다를 수 있고, 그 해석도 제각각일 수 있다. 가령,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였을 때, 이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답도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그 이유는 행복이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대학들이 역량을 다룰 때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대학이 생각하는 역량과 기업이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량의 의미와 해석이 다르게 된다면 결국 대학의 역량 중심 교육의 취지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학의 역량 중심 교육은 반드시 기업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과 일치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추상적인 역량 개념을 측정 가능한 형태로 변환하여 구체적,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가령 ‘어떤 사람이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라고 할 때 이 판단은 매우 주관적인 판단이다. 다른 사람이 볼 때 몸무게가 적게 나간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체중계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 역량도 마찬가지이다. 그 역량의 수준을 측정해보면 얼마나 우수한지 부족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MBTI와 같은 성격 검사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성격을 측정하듯이, 역량도 심리검사나 진단도구를 통해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까지 대구·경북의 대부분 대학들은 학생들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진단시스템을 구축해 놓았거나, 구축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통해서 학생들의 역량 수준을 가늠해보고, 그에 부합하는 효과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대학들이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환류(feedback)와 관계된 것이다. 환류란 해당 정보에 대한 결과를 제공함으로써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효과적인 기법이다. 가령, 여러분이 볼링을 쳤다면 볼링 점수가 얼마인지 알려 주는 것이 환류이다. 만일 점수가 낮다면, 왜 낮은지 고민하고 그것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행동의 변화이고 환류의 효과이다. 그렇다면 환류는 일차적으로 누구에게 제공되어야 하는가? 당연히 볼링을 친 사람이다. 그런데 역량진단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대학들 중 다수는 역량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에게 환류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학생들의 행동 변화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내기 어렵다. 이는 비단 대학교육 뿐만 아니라 다른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은 내가 필요해서 참가했는데, 교육을 운영하는 기관만 환류를 받고, 정작 중요한 참가자는 환류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환류는 즉각적으로 주어질 때, 그 효과가 높다. 앞의 볼링 예에서, 볼링 점수를 한 달 후에 통지해 준다고 가정해 보자. 나라면 재미가 없어서라도 볼링을 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한 달 후에 내 볼링 점수를 알았다고 해서 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겠는가. 이런 측면에서 보면 즉각적 환류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대학들의 교육이 역량에 중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노력들이 필요해 보인다. 제대로 된 대학의 역량 중심 교육이 많은 우수 인재 배출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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