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역사 속 대유행 전염병과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해야할 일
[대구논단] 역사 속 대유행 전염병과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해야할 일
  • 승인 2022.03.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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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대구보건대 임상병리과 교수
인류역사는 각종 질병과 싸워온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크고 작은 전염병들이 인류에게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인류 역사상 수천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대재앙으로 여겨지는 대표적인 전염병으로는 흑사병과 천연두가 있다.

인류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전염병들을 살펴보고 2019년부터 전세계를 공포로 불어넣은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이후 우리가 해야할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22년3월24일 현재 전세계적으로 4억7천만명의 인구를 감염시키고 약 6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는 필자의 판단으로는 금년 6월을 전후해 일반감기로 분류되어 사실상 종식을 선언하고 마스크를 벗고 펜데믹 이후 제한되었던 여행 등 각종 규제들을 풀고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것은 아니며 계절독감처럼 인류역사와 함께 공존할 것이다. 다행이도 인류는 우수한 두뇌를 가졌기에 백신과 치료약 개발로 피해를 최소화 할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많은 일상들을 바꾸어놓았다. 가정에서는 외식 대신 배달문화를, 회사에서는 화상회의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학교에서는 인터넷수업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있다. 뿐만 아니라 퇴근 후 지인들과 만나 늦은 시간까지 함께하던 흔한 회식문화가 거의 사라져 식당 등 자영업자의 몰락을 가져오게 되어 각종 경제정책이 무색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사적으로 돌아보면 1· 2차 세계대전 등 크고 작은 전쟁을 통해서도 산업의 변화가 있었지만 중세시대 대유행 했던 혹사병(페스트)으로 인해서 유럽 인구의 절반정도가 사망하고 전세계적으로도 2억명의 인구가 사망하는 등 전염병이 전쟁보다 더 참혹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크다.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류의 멸망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니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짐작이 간다. 흑사병 때문에 인구가 너무 줄어들어 유행이 잦아든 후 유럽에는 다중 유산 상속을 받아 부유한 사람이 늘어나고, 인구가 크게 줄어든 탓에 노동자의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노동인구가 크게 줄어들자 급기야 중세 농노제와 장원제가 붕괴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인류역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전염병중에는 천연두(두창)를 빼놓을 수 없을것이다. 천연두는 치사율이 무려 30%에 이를 정도로 역사상 다른 어떤 전염병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이다. 천연두는 인류에게 가장 큰 절망과 자신감을 동시에 안겨준 전염병이다.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천연두는 최소 3억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인류가 최초로 완벽하게 정복한 전염병이기도 하다.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소젖을 짜는 일을 하는 여성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을 토대로 소 천연두(우두)에 걸린 여성의 손에서 채취한 고름을 어린 소년의 상처에 발랐더니 실제로 천연두 예방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제너의 천연두 예방법은 ‘우두법’이라는 이름으로 보급됐고, 역사상 최초의 백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백신이라는 단어도 소 천연두의 라틴어(Variolae Vaccinae)에서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79년 말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사실상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이상과 같이 살펴본대로 전염병은 인류와 함께해온 역사이며 어떻게보면 전쟁보다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 특히 항공교통이 발달하여 전세계가 지구촌화되어 하루면 못가는곳이 없어서 앞으로도 전염병의 유행 가능성은 더욱 높을 수 밖에 없다. 스페인독감, 홍콩독감, 사스, 메르스 등 전염병의 5년 주기설이 설득력있게 와닿는다.

이에 필자의 생각으로는 생명과학(바이오)산업, 특히 백신과 바이러스 신약개발분야에 있어서 강국이 되지않고서는 진정한 선진국의 대열에 오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번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약은 미국, 영국, 독일 등 바이오산업 강국 몇 개 나라만 독점했고 그로인한 수익은 천문학적 숫자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세계 모든 나라들이 수년간 무역으로 벌어들인 외화를 단 1~2년만에 잃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백신과 바이러스 치료약 수입에 수 조 달러를 사용했으니까 말이다.

바이오산업은 일반산업 기술과 달리 기술장벽이 높아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에서 대대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5년 주기설의 전염병대유행 앞에서 무기력한 무늬만 선진국이고 백신주권조차도 없이 국민의 생존권이 바이오산업 선진국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해야할 일은 바이오산업에 국가재정을 집중투자하는 경제정책의 페러다임 변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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