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베트남 결혼한 신랑의 반가운 소식
[결혼이야기] 베트남 결혼한 신랑의 반가운 소식
  • 승인 2022.03.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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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 결혼정보회사 대표·교육학 박사
코로나 펜더믹으로 인해 사람들이 우울하다. 예전엔 회원 등록하면 맞선을 자주 보여 달라고 보채는 회원들이 많았다. 근데 지금은 맞선을 미루거나 보류하는 회원들이 부지기수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고 국내 담당 매니저들이 사람들을 많이 만나봐야 된다고 오히려 설득한다. 이유가 코로나 탓이다. 예쁜 모습으로 맞선을 봐야 하는데 마스크로 인해 화장도 얼룩지고, 낯선 사람 만나서 차 마시고 밥 먹기도 조심스럽다. 비대면 시대고 사람과의 접촉이 적다 보니 청춘 남녀들의 연애 시장도 좁을 수밖에 없다. 결혼을 미루고 안 하니 출산율은 곤두박질치고 산부인과와 소아과 는 인기 없는 직종이 되었다.

이 와중에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15년 전에 베트남 결혼한 작은 도시에 사는 신랑의 전화다. 그의 아내 베트남 신부는 유달리 남편의 애간장을 녹이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신부라 기억이 났다. 부모형제랑 생이별하고 낯선 이국땅에 왔으니 어린 신부의 마음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다른 신부들에 비해서 유달리 긴 시간을 적응을 못했다. 거의 일 년 동안 남편과 잠자리도 거부하고 말도 안 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집에서 은둔을 했다. 신랑은 사무실에 자주 와서 답답한 마음을 하소연했다. 신부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서 쇼핑도 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신랑은 신부의 마음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통역을 통해 신부의 마음을 알아보니 남편은 착한 사람이라 했다 그런저런 시간이 꽤 흘렀을 즈음, 신부의 임신 소식이 들렸다. 적응을 잘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며 그녀에 대해 잠시 잊고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그로부터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부부가 너무 재미있게 알콩달콩 잘 사니 주변에서 신부의 베트남 지인들을 소개 해달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국제결혼은 서류도 복잡하고 국가 간의 비자 문제도 까다로우니 자신이 결혼한 믿을만한 회사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하며 전화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목소리엔 힘이 실렸고 삶의 의욕이 가득 찼다. 큰아이가 중학생인 두 아이의 의젓한 아빠가 되어 있었다. 그는 30여 분 동안 지난 세월을 얘기했다. 부부는 같은 회사에 근무했다. 회사에서 부부는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중요한 존재였다.

신부는 한국 국적도 취득했고, 아는 스님이 좋은 이름을 지어주셔서 한국 이름으로 개명도 했다. 베트남 처갓집에도 농토와 집을 사드리고 처갓집 부모님에게 매월 용돈도 보내드린다 한다. 신랑 부모님 이랑 똑같이 처갓집에도 용돈을 드린다며 양부모님에게 다 잘 해 드리고 싶다 했다. 주말이면 신부랑 산에 가서 고사리랑 취나물 등 산나물을 채취해서 올린 부수입도 짭짤하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 재미있게 사느냐며 부러워했다. 오늘은 신부가 고사리 넣고 쇠고기 국을 끓였다며 한국요리도 잘한다며 자랑했다. 그는 사장님께서 좋은 인연 맺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까지 잊지 않았다.

국제결혼이 다문화 사회의 근간이 되고 농촌총각들의 결혼의 돌파구가 되었다. 한국 사회에 결혼이주여성들의 참여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동남아시아 여성들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공간이다. 그들은 베트남과 한국이라는 시간적, 공간적,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에 대한 문화 이방인이다. 초창기 결혼이주여성들은 대부분 가난이라는 경제적 이유로 인해 결혼을 택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도 보다 나은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한 선택을 한다. 한국 사회의 비혼, 만혼, 저출산 문제는 심각하다. 고학력과 전문직 여성의 증가, 도시생활을 선호하고 농어촌을 기피하며 독신 여성들의 증가로 인해 국제결혼은 한국 사회에 불가피하다. 그녀들은 변화하는 한국 사회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문화의 다양성과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문화적 갈등과 문화충돌로 주류문화에 편승하지 못한 안타까운 이주여성들도 있다. 신부의 마음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고 이해해서 국제결혼에 성공한 신랑처럼 우리도 그녀들이 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결혼이주여성들도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보편적인 우리 이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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