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의 경영칼럼] ‘삶의 질’을 지향하는 마케팅
[박명호의 경영칼럼] ‘삶의 질’을 지향하는 마케팅
  • 승인 2022.03.27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남미의 한적한 어촌에서 미국 부자가 한 어부를 만났다. 오전에 어부가 잡은 싱싱한 고기를 보며 물었다. “이 만큼 잡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립니까?” 어부는 밝게 웃으면서, “잠깐이면 됩니다.”라고 답했다. “그럼 더 많이 잡지 왜 벌써 돌아갑니까?”라고 부자가 물었다. “이 정도면 우리 식구가 충분히 먹고도 남는 양입니다. 이제 아내와 같이 요리해서 먹고, 낮잠도 자고, 오후에는 아이들과 놀다가, 저녁이면 친구들과 함께 기타도 치며 시간을 보냅니다.”라고 대답했다. 부자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고기를 더 많이 잡아 팔아서 큰 배와 큰 그물을 사서 고기를 잡으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 20년 만하면 큰 부자가 되고, 그리고 은퇴하면 더 좋은 집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며, 일광욕도 하며, 여유 있게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자 어부가 대답했다. “내가 지금 그러고 있잖소?”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로 알려진 이야기다. 행복경제학의 창시자인 리처드 이스털린 교수는 소득이 높아진다고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진정한 행복은 소득 수준이 아니라 ‘삶의 질(Quality of Life)’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어야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행복감은 소득 수준과 비례하지 않는다.

2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확실성과 불안, 공포, 갈등이 크게 늘어났다. 국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감, 정신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다고 한다. 지난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주관적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는 낮아지고, 반대로 우울감은 현저하게 상승했다고 한다. 특히 경제활동 직군별로는 자영업자의 행복도와 삶의 만족도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우울감도 가장 크게 상승했다고 한다.

이달 15일 통계개발원이 발간한 ‘2021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서도 코로나19가 우리 국민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특히 여가, 안전, 대인 관계와 관련한 지표가 크게 악화됐다. 여가생활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반면에 사회적 고립도는 6.4%포인트나 올랐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상황은 더 심각했다. 개인의 대인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쳤고, 건강 지표인 비만율도 급등했다. 한마디로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의 ‘삶의 질’이 급격하게 나빠졌다는 평가다. 이렇듯 국민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역설적으로 이제는 누구나 ‘삶의 질’에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삶의 질’은 마케팅에서도 중요한 이슈다. 사회지향 마케팅(Societal Marketing)의 핵심 개념이다. 이제 마케팅은 더 이상 고객만족을 실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기업의 이해관계자인 고객, 직원, 투자자, 협력업체, 커뮤니티, 환경을 섬겨야 신뢰를 얻고 더 나은 성과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존경받는 기업인 홀푸드마켓은 이를 윈-식스(win-six)라 부르며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기업이 ‘삶의 질’을 높이려면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환경을 더 좋게 만들며,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ESG 경영처럼 마케팅 활동에서도 당연히 환경을 포함한 사회적·윤리적 가치를 적극 반영하고 실천해야 한다.

사회지향 마케팅의 사명은 소비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감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소비자의 웰빙(well-being)을 염두에 두고, 소비자와의 우호관계를 유지·강화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마케터는 이윤 추구보다 소비자의 ‘삶의 질’을 우선시해야 한다. ‘삶의 질’이 마케팅 효과성의 척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사회의 다양한 요구에 사후적으로 반응(reactive)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적으로 대응(proactive)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소비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 및 환경의 요구에 책임 있게 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경영이란 사람들이 어울려 서로의 행복을 위해 하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풍요란 평화와 행복한 삶을 위한 것임을 애써 강조했다. 이렇듯 경영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의 행복이다. 마케팅의 본질적인 역할도 소비자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것은 소비자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이미 천만 명을 돌파했다. 방역 당국은 유행이 이제 정점을 지나 완만하게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전한다. 코로나19로 추락한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이 하루 속히 회복되어 웃음과 활기를 되찾을 수 있기를 고대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