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N포X세대’로의 도전, ‘한얼♥경란’ 축하해요
[화요칼럼] ‘N포X세대’로의 도전, ‘한얼♥경란’ 축하해요
  • 승인 2022.03.2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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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시인·문학박사
2년만 살 집이지만

야경은 좋은 듯

ㅋㅋㅋ



서른셋 남성 청년 한얼 씨가 사진 한 장과 함께 짧은 글을 카톡에 올렸다. “오, 진짜 이쁘네”, “그러게 야경 볼 맛 나네”, “ㅋㅋㅋ”, “꼭, 꿈이 이뤄지길”, “도로에 가로등 불빛도 예쁘고” 등. 줄줄이 이어지는 댓글을 보다가 사진을 다시 읽는다. 고층 아파트를 환히 밝힌 불빛에 밤하늘은 검다 못해 새까맣고 별빛 하나 보이지 않는다. 시지와 반야월을 잇는 도로는 차량 전등으로 지펴진 불의 강이다. 청년은 한 개의 자음 ‘ㅋ’를 세 번이나 거듭 쓰면서, 하고 싶은 말을 그 속에 퉁쳐 넣고 있다. 모음과 동작이 생략된 단순 의성 표현은 현실을 대변하는 ‘희망과 절망’의 표명이며 함묵적 ‘극복 의지’로 다가온다.

청년층을 뜻하는 용어 가운데 ‘N포세대’가 있다. ‘N포세대’는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층을 뜻하는 ‘삼포세대(三抛世代)’에서 유래했다. 2010년 이후 청년실업 증가와 과도한 삶의 비용으로 인해 등장한 20~30대 청년의 특징 ‘삼포세대(三抛世代)’다. 그후 취업과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오포세대(五抛世代)’, 인간관계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한 ‘칠포세대(七抛世代)’ 등의 신조어도 나타났다. ‘N포세대’란 말은 사회·경제적 상황으로 연애, 결혼, 취업, 희망 등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청년층의 고뇌를 담고 있다.

실제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청년층은 자율에 의한 선택적 비혼보다는 경제적 문제로 연애, 결혼 등을 포기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 이면에는 연애 및 결혼을 꿈꿀 수 없는 청년층 ‘N포세대’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가 절실하다. 통계청 발표에서 ‘결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2010년 64.7%에서 2018년에는 48.1%로 감소했으며,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녀의 비율 격차는 해가 갈수록 거리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겠다는 ‘N포X세대’인 ‘한얼♥경란’의 소식은 즐겁고 희망찬 노래이다. 그 누가 시키지 않아도 두 손 모으게 하는 기도이다.

연애와 결혼, 출산, 취업, 내 집 마련, 인간관계,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해야 되는 ‘칠포세대’를 넘어 이제는 코로나로 인해 ‘쾌적한 숨쉬기’와 ‘마스크 벗기’를 포기해야 하는 ‘구포세대(九抛世代)’로 진입하였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며 살아보겠다는 두 청년의 선언에서 일말의 희망을 만난다. 넘어야 할 산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마스크로 입가리고, 반가워도 악수는커녕 엉덩이 뒤로 빼고 주먹 내밀며 인사하기도 주저하는 세상이다. 만나자는 말이 두려워 전화 목소리도 반가워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기르고, 비 가릴 작은 둥지 마련을 위해 애썼다고 박수를 보낸다. 의성어 ‘ㅋㅋㅋ’ 속에 미안하고 아쉬움을 묻어두고 있지만, ‘2년’ 후면 더 나은 모습으로 거듭나겠다는 숨은 희망을 읽으며, 함께 격려하며 기다리겠다는 마음으로 두 손 모은다.

잘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움을 잘 헤쳐나간다 말로 바꿀 수 있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과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당연히 불협화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세상에서 만나게 될 난관에 도전하는 ‘N포X세대’를 작정한 ‘한얼♥경란’이지만 감당할 수 없는 일도 많을 것이다. 수많은 대책이 있겠지만 인류가 써온 가장 강력한 마약은 ‘언어의 힘’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명연설가인 다니엘 웹스터(Daniel Webster, 1782~1852)는 언어의 강력한 힘에 대해 말한다. “만약 신께서 나에게서 하나만 빼놓고 모든 능력을 빼앗아 버린다면, 나는 기꺼이 언어 능력을 택하겠다. 그것만 있다면 다른 것은 모두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삶에서 만나는 기쁘고, 노엽고, 슬프고 즐거운 일 앞에서 서로 따뜻한 말로 격려하고 다독이면서 성실히 노력한다면 소망한 것들도 다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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