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비우스', 새 안티히어로 반갑지만 갈팡질팡 모습 ‘글쎄’
영화 '모비우스', 새 안티히어로 반갑지만 갈팡질팡 모습 ‘글쎄’
  • 배수경
  • 승인 2022.03.3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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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혈액병 앓던 박사
흡혈박쥐로 치료제 개발 성공
음파 탐지 능력·흡혈 충동 생겨
선악 오가며 파괴 본능 컨트롤
박사 캐릭터는 미완성인 채
같은병 앓는 친구와 잇단 결투
서사는 아쉽지만 연기는 일품
다시-모비우스
‘모비우스’는 실험결과 생긴 초인적인 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한다.

소니픽처스는 마블코믹스의 등장인물 중 스파이더맨의 적수로 등장하지만 그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모비우스 박사를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두 번째 주인공으로 택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모비우스’는 공교롭게도 앞서 개봉한 DC코믹스의 ‘더 배트맨’과 같은 박쥐 인간을 내세우고 있지만 배트맨과는 완전히 다른 결을 보여준다. 모비우스는 고대 뱀파이어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연상케 한다. 마블코믹스의 변방에서 아웃사이더처럼 떠돌던 모비우스가 처음으로 그 존재감을 알리는 작품에서 그는 전형적인 히어로보다는 실험의 결과로 갑작스럽게 생긴 초인적인 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며 선과 악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적인 면모가 더 강하다.

희귀 혈액병으로 어린시절부터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야했던 모비우스(자레드 레토)는 천재적인 두뇌로 독보적인 연구업적을 쌓아간다. 그 결과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이 되지만 그는 실패한 연구로 상을 탈 수는 없다며 수상을 거부한다. 그가 하고 있는 연구의 최종 목표는 자신과 같은 병을 앓는 이를 위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 이를 위해 흡혈박쥐의 혈액성분과 인간의 DNA를 결합하는 연구에 매진한다. 연인인 마틴(아드리아 아르호나)이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돕는다.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듯 보이는 순간 모비우스는 혼란에 빠진다. 박쥐처럼 하늘을 날고 음파를 탐지하는 등 초인적인 신체능력과 함께 흡혈본능까지 얻게 된 것.

어마어마한 능력은 잘 쓰면 세상을 구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세상을 파괴하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흡혈에 대한 충동이 결국 선과 악을 가르는 변수가 된다.

여기에 모비우스의 오랜 친구이자 후원자이며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마일로(맷 스미스)가 가세한다. 모비우스가 자신의 능력과 흡혈본능을 통제하기 위해 애쓰는 사이 마일로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욕망을 거침없이 발산하며 그와 대립한다. 모비우스의 정체성이 채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친구는 적이 되고, 화려하긴 하지만 진부한 느낌의 특수효과에 기댄 뜬금없는 결투가 이어지면서 영화는 개연성을 잃고 삐걱거린다.

소니픽처스는 2018년 ‘베놈’을 시작으로 세 번째 작품인 ‘모비우스’까지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를 야심차게 구축하고자 하지만 번번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쉬움을 다소 상쇄시킬 수 있는 것은 배우들의 면면 덕분이다.

DC코믹스의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악당 조커를 연기했던 자레드 레토가 마블코믹스의 모비우스로 등장하는 것도 흥미롭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2014)과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 ‘하우스 오브 구찌’(2022) 등을 통해서도 놀라울 정도의 외모 변신과 독보적인 연기력을 보여준 바 있는 그가 이번 작품에서도 걷기 힘들 정도의 병약한 모습부터 건장해진 몸을 얻고 괴물로 변신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그의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 있는 순간이 너무 짧은 것을 아쉬워하는 팬들도 있을 듯하다. 영국 드라마 ‘닥터 후’의 11대 닥터 맷 스미스 역시 예상치 못한 순간 빌런으로 변신해 소름끼치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104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상영시간은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한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덕분에 부담없이 볼 수 있지만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서사를 쌓아가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적어도 이번 영화에서의 모비우스는 완성된 캐릭터가 아니다. 아직까지는 거창한 목표도 없고 안티 히어로의 복잡한 심리를 표현하기보다는 흡혈과 파괴본능을 어떻게 컨트롤 할지에 대한 고민만으로도 벅차 보인다.

영화가 끝난 후 나오는 2개의 쿠키영상은 다음 편을 위한 밑밥을 관객에게 던진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빌런 벌처(마이클 키튼)가 모습을 드러내며 본격적으로 스파이더맨과의 대결이 벌어질 것을 암시한다.

앞으로 계속 될 ‘모비우스’ 혹은 ‘스파이더맨’시리즈를 통해 100%의 선도 악도 아닌 안티히어로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어떻게 잘 표현하느냐에 따라 소니가 꿈꾸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승패가 좌우될 듯 하다. 배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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