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대통령 후보자 부인에 대한 무단 녹음과 손해배상
[생활법률] 대통령 후보자 부인에 대한 무단 녹음과 손해배상
  • 승인 2022.03.3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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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기자가 대통령 후보자 부인과 수개월간의 전화 통화 내용 등을 녹음하여 이를 공개한 것에 대하여 1억원의 민사소송이 진행되어 결과가 궁금하다. 정치적인 관점을 떠나 순수한 법률적인 관점에서 접근해보기로 한다.

문제되는 것은 대화 상대방의 허락을 받지 않고 녹음하고 사용하는 것이 손해배상책임 대상인가, 대통령 후보자의 배우자라는 사정이 손해배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함부로 녹음되어 배포되지 않을 권리인 음성권을 가지고, 이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기초한다.

자신의 말이 녹음되어 타인에게 전달될 것을 예상한다면 비교적 흠 잡힐 표현을 자제하지만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는다고 생각될 경우 다소의 허풍과 과장, 비속어를 동반하여 거리낌 없이 말하고,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아야 할 중요한 내용까지 말할 수 있다. 어투, 음색이 개인마다 다른 점에서 목소리는 외모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개성과 고유성이 반영되므로 대화 당사자 간의 비공개적인 대화를 녹음하는 것 자체도 위험성이 있다. 발언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녹음하는 것이 광범위하게 허용된다면 자신의 비속어 발언이나 정리되지 않은 의견, 순간적인 감정이 예상하지 않은 시기에 재생될 수 있으므로 항상 녹음 당할 불안감으로 인하여 우리 세상에서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이 저해되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어떠한 형태로던지 음성권은 보호(무단 녹음 방지)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 대화 당사자 간의 무단 녹음이 허용될 것인가? 대화 상대방의 불법행위를 제지하거나 회피할 목적으로 녹음한 경우 등 녹음의 경위, 쌍방의 관계, 녹음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무단 녹음 허용이 인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법률 다툼에서 중요한 증거가 되는 말을 다시는 듣기 곤란할 때 이를 녹음하여 소송에 사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 허용된다.

이제 이 사건이 대통령 후보자의 배우자가 아닌 일반인인 경우를 가정하여 판단하자. 기자와 김여사는 일면식이 없었고, 기자는 인간적으로 접근하여 항간의 소문에 대한 반론을 잘 정리하여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여 약 5개월 이상 치밀하게 몰래 녹음한 것이다. 기자와 김여사 사이의 분쟁을 위한 증거 수집의 차원도 아니고, 김여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그 내용을 녹음할 긴요한 필요성도 없었다. 또한 발언 내용, 태도, 언어 선택, 전후 맥락을 종합하면 자신의 이러한 음성이 대외적으로 노출되리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녹음 당한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음성권을 침해하는 무단 녹음이다. 이러한 무단 녹음은 그 자체로 음성권의 침해이고, 당연히 위자료 손해배상 대상이다.

언론기관은 녹취내용 취득에 위법한 방법을 사용하거나 주도적으로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서울의소리’ 소속 기자는 김여사에게 도움을 줄듯이 속여 녹음하였으므로 주도적으로 위법한 방법을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당연히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

‘후보자 부인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 충족에 따른 보도의 이익’이 ‘후보자 부인의 인격권’을 우선할 때 방송이 허용될 수 있다. 법원은 MBC의 경우 서울의 소리로부터 녹음파일을 전달 받았을 뿐 위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고, 국민적 관심사 충족이 더 우선된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일부 내용에 대한 MBC 방송을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김여사는 남편의 출마에 따라 우연한 기회에 대통령 후보자의 부인이 되었고, 그 이후 어떠한 공적 영역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거나 영향력을 주려고 시도한 적이 없으므로 아무리 국민적 관심사라고 하여도 이와 같이 위법한 수단으로 획득한 녹취물을 방송하는 것은 명백한 인격권 침해이므로 허용될 수 없고 이 점에서 법원의 판단은 잘못되었다고 보인다.

미국은 대화자간의 무단 녹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아이폰은 녹음기능이 없지만 우리 나라에는 형법상 이를 금지하지 않고 있으므로 삼성스마트폰은 녹음기능이 있다. 이래저래 삼성은 대한민국의 도움을 받는다. (2018. 8.1. 및 2021. 7.29. 생활법률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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