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빼앗긴 일상에도 봄은 오는가?
[의료칼럼] 빼앗긴 일상에도 봄은 오는가?
  • 승인 2022.04.1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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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한 수성아동병원·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요즈음 한낮에는 얇은 옷을 입어도 될 만큼 기온이 높다. 밝은 햇살이 비치는 거리에는 만개한 꽃들로 인해 잠시나마 코로나19로 인한 피로감과 우울함을 잊을 수도 있는 봄기운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코로나19 상황은 녹록치 못하다. 지난 3월 16일 일일 확진자 621,328명을 정점으로 일일 확진자 20~40만 명을 기록 중이다. 일일 확진자 수로는 전 세계 1등이다. 이마저도 위음성율(실제 감염자가 비감염자로 결과가 나오는 확률)이 낮은 PCR 검사(유전자증폭검사) 대신 위음성율이 높은 신속항원검사(이하 RAT)가 일반화되고, 일명 ‘샤이 오미크론 환자(코로나19 증상이 있거나 자가진단키트검사 양성임에도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RAT나 PCR 검사를 받지 않으려는 환자)’가 늘고 있어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환자 수를 알 수는 없으나 전문가들은 샤이 오미크론 환자 수를 합치면 전체 확진자 규모는 지금보다 2배 이상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환자가 증가하면서 약국에서 판매하거나 병원에서 처방하는 호흡기약들과 해열제들이 모자라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 ‘K-방역’을 자랑스러워하던 정부는 코로나19사태를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방역 온도는 요즈음 아침 날씨처럼 차갑다. ‘K-방역’이 아니라 ‘KO-방역’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려 보인다.

그러면 왜 델타 유행 시엔 보이지 않았던 샤이 오미크론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을까? 여기에는 여러 원인들이 있겠지만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진 것이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변이가 거듭되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 길어져 “감염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위험하지 않다”는 대중의 감염 위험 인식 변화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K-방역’의 성공(?)에는 여러 요소들이 있지만 그 중 제일 중요했던 것은 국민들의 자발적 방역 참여 및 방역 정책에 대한 적극적 협조였다. 그러나 코로나19사태 장기화되면서 의료계 의견과는 달리 정치 방역이 진행되고, 의료현실과 맞지 않는 탁상 행정과 확진자 예측 실패, 방역 정책의 잦은 변화로 인한 여러 가지 혼선 발생 등 방역 정책 실패로 인해 방역 당국의 국민 신뢰도가 낮아진 것이다.

혹자는 몇 주 만 지나면 코로나19가 지역 풍토병으로 자리 잡고, 1급 전염병에서 보다 낮은 급수의 전염병으로 바뀌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 말하고, 한편에선 연일 수백 명의 사망자와 높은 위중증 환자수를 걱정하며, 새로운 변이 감염 출현으로 또 다른 위기가 올 것이라 경고한다. 코로나19 출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었듯이 앞으로의 상황 또한 속단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지름길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방역 실패를 인정하고 의료계 의견을 경청하며, 국민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으로 현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함으로써, 국민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방역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을 유도하는 것이다.

한 달 전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했다. 대통령 당선인은 필수의료 국가책임제·공공정책 수가 신설 등 그동안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의료 정책들을 대선 의료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의료 정책 결정 시 전문가들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하였다. 그동안 국민들과의 소통을 중요시 한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이자 의료 전문가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 의견을 배제하는 의료 정책과 법제정을 추진해 온 정부와 여당의 과오를 거울삼아 윤석열 정부는 똑같은 실정(失政)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대구 출신이자 일제강점기의 대표 저항시인인 이상화 시인의 작품으로 우리들에겐 익숙한 이 시의 한 구절처럼 5월 10일에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의료전문가들 의견에 귀를 기울여 의료 정책을 보다 잘 펼침으로써, 코로나19로 인해 빼앗긴 국민들의 일상에 하루빨리 봄이 다가오도록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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