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외통수 앞 고집
[데스크칼럼] 외통수 앞 고집
  • 승인 2022.04.1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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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봄이 가까우면서 따뜻해지는 기온과, 겨울로 넘어가며 쌀쌀해지는 기온은 같은 기온이라도 분명 다르다. 똑같은 기온이지만 사람들은 어떤 때에는 두터운 옷을, 또 어떤 때에는 얇고 더 화사한 옷을 준비한다.

똑같은 기온이지만 마음이 풍선처럼 한껏 기대에 부풀어 오를 때도 있고, 반대로 잔뜩 움츠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안다. 같은 기온이라도 기운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어쩌면 우리는 엄혹한 겨울을 잘 헤쳐 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봄기운이 가득한 온화한 기온 아래 이제야 가슴을 펼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갖는지도 모른다. 물론 각자의 의식구조나 사고방식에 따라 이 기온의 기운이 정반대로 느껴지는 사람도 있겠다.

북한이 첨단 무기를 쏘거나 함부로 우리를 향해 거친 말을 내뱉어도 찍 소리도 못하던 그 때, 난 결코 봄기운을 느끼지 못했다. 한미연합훈련을 실제 훈련이 아닌 가상의 훈련으로 대체하면서 남북평화라느니 종전선언 운운할 때도 나는 한순간도 봄기운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규제에 규제를 더한 갖은 대책의 나열로 결국 있던 빚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을 못 받아 전세를 놨던 한 채 뿐인 내 집으로 되돌아가지 못한 채 또 다시 월세살이로 내기면서 분루를 삼켜야 할 때 나는 결코 온화한 봄기운을 느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 엄혹했던 겨울이, 그 인정할 수 없었던 비상식의 기온이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서 ‘이제야 서서히 포근함으로 바뀌어가겠구나’ 라는 일말의 기대를 온 몸으로 느낀다. 느낀다.

안철수 대통력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엊그제 “경제는 엉망이고 나라는 빚더미고 국민은 허리가 휘는 상황, 이것이 새 정부가 현 정부에게서 물려받은 성적표”라고 하면서 “설상가상으로 민주당은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을 넘어 아예 출발도 못하게 발목을 부러뜨리려고 벼르고 있다”는 발언을 작심하고 했다.

인수위의 다른 관계자는 “(현 정부에게)열쇠를 넘겨받은 인수위 어느 위원이 곳간을 하나하나 열어봤는데, 밑에 싱크홀이 있는데 살짝 덮어놓은 곳도 있더라”고 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새 정부가 죽을 쒀 놔 만신창이가 된 나라. 하나씩 바로잡으려 해도 과거 정권이 도와주지 않는 게 아니라 아예 멱살을 움켜쥐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참한 현실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은 이런 현실의 절정판이다.

대낮에 범죄자를 탈출시키는 ‘탈옥 법안’이 될 검수완박 법안을 관철하겠다는 이 몽매함을 도대체 어쩐단 말인가. 명분으로는 ‘검찰개혁의 완수’를 내걸었지만 ‘개혁’이란 표현부터가 가당찮기만 하다. 이미 사법제도를 변경하고, 거듭된 인사로 검찰을 진즉에 정권 보위조직화 해 놓은 현 정부가 아닌가. 정권에 맹종하는 검사들로 요직을 채워 정권수사를 요리조리 틀어막더니 선거에 지고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또 ‘개혁’을 꺼낸다.

하긴 새 정부의 사정(司正) 거리가 널려 있으니 현 정권이 두려움에 애가 탈만도 하다. 대장동, 성남FC 후원금, 이재명 부부 법인카드 불법사용, 라인·옵티머스펀드, 울산시장 선거개입, 월성원전, 이스타항공, 탈원전, 태양광, 청와대특활비, 4대강 보 철거, 대북 교류.... 새정부가 수사나 감사를 할 건은 도처에 널려 빼곡하다. 거의 모두가 국민들 상식으로는 이해가 잘안되는 것 투성이다.

법절차에 따라 탄생한 새 정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현 정권. 왜일까. 새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게 어떻게 상식인가.

이런 와중에 현 정부는 엊그제 또 새 정부 인수위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를 4월부터 1년간 시행해달라는 요청을 공식 거부했다. 고집인가, 심술인가.

봄의 기운은 창창히 뻗고 있는데, 버티려는 겨울이 심술궂기만 하다. 외통수 앞에서는 돌을 던질 수밖에 없다는 상식, 상식 앞에서는 고집이 부질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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