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검수완박’ 단상
[특별기고] ‘검수완박’ 단상
  • 승인 2022.04.1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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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유도윤-대구지검형사1부장
유도윤
대구지검 형사1부장
현재의 집권 여당은 지난 대선이 끝난 이후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소위 ‘검수완박 법안’)을 4월 중 처리하여 검사는 향후 부패수사, 공직자수사 등 6대 중요수사 뿐만 아니라 경찰이 송치하는 민생사범에 대한 보완수사 마저도 못하게 하겠다고 합니다.

범죄에 대한 대응은 물론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형사사법시스템을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의 과정 없이 특정 시점을 못 박아 두고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국가의 범죄대응능력 약화를 보완할 건설적인 대안은 무엇인지, 범죄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큰 혼란과 2차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 섞인 여론이 한목소리로 비등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민생침해범죄인 보이스피싱 사기 사건만을 보더라도, 조직원의 꼬임에 넘어가 거액을 빼앗긴 피해자의 피해회복과 범인 검거를 위해 검경이 함께 노력해도 부족한 판에, ‘검수완박’이 현실화 되면 범죄조직의 소탕은 커녕 범죄수익을 신속히 추적하여 환수하고자 해도 검사는 이에 대한 직접 수사를 할 수 없어 사건을 경찰로 되돌려 보내 추가 수사를 하게 해야 합니다.

1분 1초가 시급한 상황에서 시간은 하염없이 지나가고, 그 사이에 사기 피해금은 대포통장을 통해 수회 세탁되어 영영 찾을 수 없게 되는 게 부지기수인데 그 어디에도 하소연 할 길이 없는 피해자의 안타까움은 누가 보상해 주어야 하나요.

검찰 보다 수사를 잘하는 경찰도 당연히 있고 일선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경찰은 민생침해사건에서 신속한 기동성과 뛰어난 추적 수사로 범인 검거에 있어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찰이 과중한 업무로 사건을 조사할 여력이 되지 않을 때 검사나 검찰수사관이 사건을 마저 조사하고 마무리 할 수 있다면 형사사법시스템은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되고 피해자들의 피해가 신속히 구제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물론 경찰도 사람인지라 수사과정에 실수할 수도 있고, 잘못된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 기록을 검토하여, 추가 범행을 누락한 사실은 없는지, 범죄수익을 추적하여 환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법리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은 아닌지 등을 경찰과는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살펴보게 됩니다.

그러려면 검사는 직접 피해자에게 전화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검거된 피의자나 사건관계인을 검사실로 불러 진술도 들어 보아야 합니다.

일부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서로 견제하는 것이야 말로 수사권 남용과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지름길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범죄대응능력이란 검경 상호간의 분업과 협업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만 그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국민이 편안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서로 강점인 분야에서는 철처한 분업이, 부족한 부분에서는 긴밀한 협업이 이루어질 때 수사권남용과 인권침해도 예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검수완박’의 최대 수혜자는 범죄자가 되고, 최대 희생자는 범죄 피해자가 되는 아이러니를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인가요. 과연 누구를 위한 ‘검수완박’인 것인가요.

결국 수사권 조정은 검찰과 경찰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수사기관이 진짜 수사를 잘하게끔 효율적인 형사사법시스템을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경찰이 자율적으로 수사하더라도 검사의 직접 수사 가능성을 남겨 범죄에 신속히 대응하고, 특히 중요범죄의 경우에는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모두 관장하도록 하는 것이 글로벌스탠더드입니다.

헌법 제1조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형사 법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이고 가장 강력한 공권력입니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이므로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됩니다. 법집행의 범위와 방식, 지향점 모두 국민을 위하고 보호하는데서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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