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언덕을 오르지 않고서 우포늪 방문했다 말하지 마라
팽나무 언덕을 오르지 않고서 우포늪 방문했다 말하지 마라
  • 노용호
  • 승인 2022.04.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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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 (35) 봄날의 체험 이야기
즐거운 방문 체험학습
지역 학생 대상 6월 중순까지
늪 중요성 알리고 자부심 길러
맑은 눈동자 보기만 해도 즐거워
우포늪서 가장 멋진 곳
애니메이션 ‘마당 나온 암탉’ 배경
주인공 잎싹이 자유로움 느낀 곳
사계절 변하는 모습 아름다워
경산반곡지
경산 반곡지 주변에 자라는 나무. 제각기 독특한 모양으로 자연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할미꽃
우포늪 주변에서 돋아난 엄나무 순.
 
우포늪 생태체험 교실
우포늪 방문 체험 활동인 ‘우포늪의 생태와 문화’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과 학부모.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멋진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모든 생물들이 쑥쑥 올라오는 봄이다. 천지 사방에 꽃들이 만연하다.

이 좋은 계절의 매주 토요일 오전에 멋진 시간을 누리며 살고 있다. 경남 창녕군 청소년수련관에서 기회를 주어 초등학생들과 우포늪의 여러 곳을 둘러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오래 전부터 해오고 싶었던 일이라 너무도 기분이 좋다. 감사한 일이다.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를 보는 것만 해도 즐거운 일인데 그 아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 우포늪을 방문하니 이는 더욱 즐겁고 복 받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년 전에 찾아가 지역 학생들과의 우포늪 방문 체험학습을 기대했지만, 소식이 없다가 올 초에 연락이 왔다. 창녕군 청소년수련관장님의 요청으로 올해 3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우포늪의 생태와 문화’라는 제목으로 우포늪 방문 체험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오래전부터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포늪의 중요성을 알게 하고, 우포늪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우포늪 방문 체험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하는데 시간이 금방 간다.

첫째 주는 습지의 정의와 중요성 그리고 우포늪의 생물 등을 중심으로 우포늪에 대해 설명을 하였다. 학생들의 우포늪에 대한 이해를 돕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내가 창시한 생태춤을 보여주었고 학생들과 같이 추었다.

둘째 주는 우포늪 방문으로, 제일 먼저 간 곳은 우포늪이 훤하게 잘 보이는 주매리 사지마을 뒤의 멋진 팽나무가 있는 멋진 언덕이었다. 200만 명의 관람객이 보았다는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배경이 우포늪이다. 우포늪 중에서도 이 팽나무가 있는 언덕은 양계장에서 힘들게 두려움 속에서 도망쳐 나온 주인공, 잎싹이 하늘 높이 평화롭게 날아가는 겨울 철새들의 군무를 보면서 자유로움을 느낀 곳이라 나는 이곳을 매우 소중한 곳이라 여긴다.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이 우포늪을 가 보았다고 해도 안개가 있는 멋진 장면과 이 팽나무 언덕을 방문하지 않고서는 우포늪을 방문했다고 말하지마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만큼 멋진 곳이다.

우포늪 언덕을 바라보는 이 멋진 팽나무의 사게절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도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귀여운 아기가 깊은 잠을 자다가 하품하면서 깨어나는 듯한 어리디어린 부드러운 잎과 연녹색을 보는 것은 지금 이 계절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또 일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 팽나무의 아랫부분에는 특이하게 생긴 부분이 있다. 이 모습을 초등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무엇처럼 생겼나요? 소 같나요? 말인가요” 하고 물어보았다. 아이들 중 한 명이 내가 생각하지 못한 말을 했다. “오징어 같아요” 라고, 나는 이 나무를 여러 번 보고 또 보았지만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 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나무의 큰 몸통에 눈이 두 개 있고 뿌리들이 여러 갈래로 있는 것이 마치 오징어처럼 보였다. ‘오오~ 멋진데. 아이들이 보는 눈이 나보다 낮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발상을 같이 간 학생에게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팽나무를 본 뒤에 밑으로 내려가 우포늪의 대표 식물 중 하나인 메자기와 줄풀들을 보여주고 설명을 하였다. 메자기를 기러기들이 좋아하는 ‘맥도날드 빵’이라 하면서 만져 보라고 하였다. 아이들은 메자기 뿌리의 딱딱함에 놀라고 그 딱딱한 뿌리를 기러기들이 부리로 캐서 먹는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라워했다.

우포늪에서 다시 팽나무 언덕으로 올라오니 할미꽃이 피어있었다. 내려 갈 때는 못 본 꽃이 아닌가? 아이들은 신기해하면서 사진을 찍으면서 좋아하였다. 한 아이가 “할미꽃은 멸종위기종인가요?” 하고 물어 기분이 좋았다. 멸종위기종이라는 그 단어를 안다는 것에 나는 고마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주에는 두 번째 주의 경험과 완전히 다른 기억에 남는 시간을 가졌다. 제비집들이 있는 친척 아주머니댁으로 아이들과 같이 갔다. 우포늪의 생물들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포늪과 함께 살아오신 지역주민들을 만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경험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우포늪의 주매리에 시집오셔서 그 집에 60여 년을 살아오신 친척인 하순이 아주머니께서 아이들에게 “제비들이 전에 지어진 집에서 살지 않고 새집을 짖는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은 학부형이 “야아 제비들도 헌 집 아닌 새집을 좋아하네요” 라고 하면서 웃었다. 제비집의 재료를 보았는데 물기 있는 흙과 풀잎 등을 이용하여 만들었다.

다음은 집의 우물물을 두레박으로 길어보는 체험을 하였다. 10여년 전 대구시에 사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우포늪에 데려와 체험학습을 하였는데, 우물물을 길러보는 것에 대해 신기해하면서 좋아하였던 것이 생각나서 이 체험을 하였다. 수돗물이 들어오기 전 우물에 대해 알아보고 물을 길러보는 체험을 하니 같이 간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좋아하였다.

집의 구조와 집을 지은 재료들을 알아본 뒤에 마당에 있던 비료에 대해서 같이 오신 관장님이 영양제라고 설명하였다. 그 말이 아이들의 머리에 딱 바로 입력이 되었다. 비료의 알갱이들이 작았는데 아이 한 명이 먹는 것 같다고 말하여 다들 웃었다. 그런 뒤 관장님이 집 뒤로 가서 전통화장실을 찾아내어 옛날 화장실이라고 아이들에게 설명해주셨다.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나오면서, 아이들이 방문한 주민의 집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체험의 시간을 가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다음은 우포늪 보호 관리원인 주영학씨를 만나서 우포늪 보호를 위해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에 대해 들었다. 주영학 선생님이 습지의 퇴치 종인 뉴트리아를 볼 수 있다며 쪽지벌로 가라고 하였다.

살아있는 뉴트리아를 찾지는 못했지만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겼다. 같이 간 관장님이 죽은 시체를 찾은 것이다. 관장님은 막대기를 사용하여 아이들에게 높이 보여주면서 뉴트리아를 왜 퇴치해야 되는지를 설명하였다. 아이들 반응이 뜨거웠다. 죽었지만 이빨이 크고 긴 게 대단했다. 뉴트리아는 습지의 많은 식물 뿌리도 먹어버리는 쥐과의 잡식성 동물이다. 관장님이 “죽은 시체가 물에 있으면 수질 환경을 나쁘게 하겠죠”라고 물으면서 풀들이 있는 흙 위에 내려놓았다.

◇경산시 반곡지의 왕버들 나무들을 만나서

나무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더욱 유심히 본다. 보고 살피는 관찰(觀察)을 한다. 우포늪의 아름다운 팽나무와 600여 년 이나 된 천연기념물이자 보호수인 부산시 수영구의 푸조나무를 만난 뒤부터다.

4월 초순의 어느 날 경산시에 있는 친구 사무실에 너무 일찍 도착해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선배 덕분에 경산시에 있는 반곡지라는 연못에 우연히 가게 되었다. 처음엔 연못의 크기에 실망했다. 너무 작아서 그냥 웃었다. ’어이구 우포와 비교가 안되네.~” 하면서. 멀리서 보니 나무가 어떤지는 잘 보이지 않았고 저수지 주위의 활짝 핀 복숭아꽃인 복사꽃이 화려함을 빛내고 있었다. 냉이꽃이 피어난 흙길을 걷다가 작은 낭떠리지 길을 걸어 나무들을 가까이서 보게 되았다.

봄날에 놀러 온 사람들이 나무 위에 앉아 사진 촬영을 하는데 나무가 안스러워 보였다. 밑둥치의 많은 부분이 비어있는 나무도 있었고 나무의 큰 줄기가 땅에 내려와 새롭게 뿌리를 만들고 그 뿌리들에서 새 줄기가 나서 연녹색의 잎들과 작은 줄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나무도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200여 년은 되어 보이는 나무들도 있어 감탄하면서 유심히 살펴보았다. 소머리를 한 부분이 있었고 동물 얼굴의 형상을 하고 있기도 했다.

다음날 내가 운영하는 <생태춤과 우포늪> 밴드에 나무들의 사진을 올렸다. 회원 한 분이 “동물의 얼굴 모양을 하고 있는데, 할미탈 같기도 하다.” 고 댓글을 올려주었다. 오래된 나무를 유심히 보면서 그 나무가 오랜 세월 걸려서 만든 작품을 찾아내면 마치 내가 작은 보물찾기 게임을 해서 찾아낸 것 같은 즐거운 느낌이 든다.

누구는 그 작은 반곡지에 왜 사람들이 가는지 모르겠다 하기도 하고, 그냥 도시에 가까우니 그곳에 가겠지 하면서 그곳의 가치를 작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작은 연못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나무들을 유심히 바라보고 관찰하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너무 커서 위협적인 곳이 아니라 작고 귀여운(?) 멋진 곳이다. 우연히 들른 경산의 반곡지에서 배웠다. 무엇이든 유심히 보고 만나고 관찰하기 전에는 속단하고 편견을 가지면 안되겠다고. 사람이 그러하며, 오래된 나무와 자연은 더욱 그렇다는 것을 배운 좋은 기회가 되었다.

자기만의 얼굴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를 갖는다는 생각을 한다. 지역에 봉사하고 나만의 취미를 오랫동안 살려 “나 자신이 관광자원이 되자”고 수년 전 부터 생각해왔다. 나도 즐겁고 다른 사람들도 즐겁게 해주는 삶을 살아가자고.
 

 

노용호<우포생태관광연구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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