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시선들
[의료칼럼]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시선들
  • 승인 2022.04.1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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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 반야월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신경정신과.정신과. 똘아이들만 가는 4차원세계. 정신과 약 먹으면 살찐대. 정신과 약 먹으면 정신이 이상해 지는 것 아녀? 정신과 무서워. 정신과 기록 남으면 보험가입도 안된다매? 정신과 치료기록 때문에 취직에 문제생기면 어떻게 하지? 내가 정신과 치료받는다고 하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겠냐고.

참으로 다양하면서도 고집스런 편견과 선입견을 깨고자 의사들이 이름도 기존이름들로부터 듣기 편한 ‘정신건강의학과’로 바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료실에서는 아까운 면담시간중에도 위와 같은 걱정들을 꺼내는 환자들이 너무 많다. 힘을 다해 대한민국 사회의 무지를 개선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똑같이 되풀이되곤 하는 편견들에 한숨먼저 내쉬곤 한다.

다행히 세대가 젊어질수록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을 쉽게 넘는 듯 하여, 그나마 미래를 다행스럽게 바라볼 수 있다. 20년전, 10년전에 비하면 확실히 지금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연들이 훨씬 다양하고 일상적이 된 것이 분명하다.

비행기 타야 하는데 불안해요. 잠이 안와요.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슬퍼요. 공부잘하고 싶은 데 안돼요. 이사하는데 스트레스 받아요. 회사에서의 업무가 힘들어요.

그래서인지 신경정신과 전공의수련을 받을 때만 해도, 같은 의사들에게조차 4차원세계의 사람인 양 취급받고, 해당 분야 환자라고 하면 ‘싸이코’를 연상하며 신비로와 하는 분위기를 느꼈었는데, 지금은 보통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특히 정신약물의학의 비약적인 발전과 물리적인 치료수단들의 등장으로 인해, 과거 환자 한 명당 한 시간씩은 쏟아부어야 신경정신과 의사로서의 제대로 된 치료를 구현했다고 느낄 법한 환경으로부터 벗어나, 지금은 10분 혹 20분의 진료만으로도 환자에게서 빠른 호전속도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타 학문들, 자연과학뿐 아니라 심리학, 경영경제학, 문학, 철학, 역사학,비교종교학 등 인문학계열의 학문들과 교류하고 통섭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지평이 더 넓어지고 환자들의 치료에 훨씬 다양한 소재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된 흐름 역시 환자들에게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에게나 매우 긍정적인 변화의 물결이다.

필자 역시 주역, 불경, 성경, 경제학, 정치학, 예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환자의 치료에 필요하다면 어떤 재료라도 활용하겠다는 자세로 진료에 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정신의학 논문은 불경을 주제 삼아 쓰고, 진료 현장에서는 성경책과 병법을 활용하여 환자의 대인관계나 직장에서의 처세에 도움을 주고자 고민하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워 즐겁게 작업하곤 한다.

이제 필자는 접수실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을 환자라 부르는 것보다 고객이라 부르는 것을 선호한다. 환자를 비즈니스 상대로 보는 것이냐는 비방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병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일상적 어려움들을 갖고 진료실을 찾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런 사람들을 환자로 지칭하는 것 또한 부정확하다는 인식이 점차 강화되어 온 탓이다.

‘정신과’ 라는 사회적 낙인의 부담을 지고 진료실 문을 여는 사람들은 필자로부터 수없이 반복된 조언을 듣는다. “당신과 비슷한 증상을 저번 달에도 수십명 보았습니다. 당신에게는 이 상황이 특별하겠지만, 제게는 흔히 보는 문제일 뿐입니다.”

대부분의 고객(환자)들이 필자의 조언을 듣고 처음에는 놀란다. “아. 정말이요? 그렇구나.” 그리고는 자기 문제가 다른 사람들에도 겪어지는 종류라는 사실에 안심한다. 자기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2차적인 증상들이 생겼고 그 문제가 너무 심해 좋아질 수 없으면 어떡하나 싶은 걱정이, 이미 다른 사람들도 겪고 있는 종류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서, 일종의 평균적 존재로서의 자기 자신을 확인하며 불안감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공동체에 평균적으로 속해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풍요롭다 못해 과잉물자에 시달리는 사람들. 현대인들은 어찌 보면 사회로부터 지속적인 소비를 강요받고 있는 존재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 잠시 머리를 식힐라 치면 유튜브, TV, SNS로부터 상품광고가 홍수처럼 덮쳐와 그 사람들의 소유욕 그리고 물질만능주의, 쾌락주의, 무신론을 자꾸 부추긴다.

소유가 많으면 근심도 많다는 격언이 있다. 수단이 되어야 할 돈이 정신세계의 목적이 되고, 남들에게 뒤쳐지지 말아야 하는 강박에 온 인생을 바치고, 일순간의 쾌락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눈가림하려는 시도들. 삶이 피폐해지니 불안해지고 우울해지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과민반응을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현대인의 존재적 불안을 읽어낼 수도 있겠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시선들. 어느새 필자도 어영부영 그런 편견과 선입견에 대항하고자 발버둥쳐 왔지만, 결국 진리가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는 큰 명제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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