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선생님, 정말 늙었어요
교장 선생님, 정말 늙었어요
  • 여인호
  • 승인 2022.04.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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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 정말 늙었어요.”

다짜고짜 유건정(가명)이 영호에게 하는 말입니다.

“그래, 정말 늙었지”

영호가 유건정의 에 맞장구를 쳤습니다.

“야, 건정아…….”

건정이 가방을 받아서 어깨에 메고 있던 어머니가 난처해합니다.

“건정아, 정말 젊었을 때 사진 보여줄까?”

영호도 젊었을 때가 있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확인시켜 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카톡에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영호의 사진을 찾아서 보여주었습니다.

“교장 선생님, 잘 생기셨다.”

어머니들이 먼저 무안한 분위기를 돌립니다.

“교장 선생님, 정말 젊었어요.”

세 명의 아이들이 이구동성입니다. 춘분인 2022년 3월 21일 월요일 오후 4시가 살짝 지난 시간에 교문에서 방과후를 마치고 나온 1학년 세 명의 아이들과 그 어머니들과 주고받은 이야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들이 아이들 책가방을 메고 있습니다.

“가방은 누가 메야 하지?”

영호의 말에 가방은 다시 아이들 어깨로 옮겨졌습니다. 그래도 오늘이 영호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마스크의 초성은 ‘ㅊㅂ’입니다. 다음날 1학년 교실에서 유건정을 만났습니다.

“건정아, 교장 선생님이 정말 늙었나?”

“아니요. 교장 선생님은 젊었어요.”

“정말 젊었어.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

아이는 말이 없습니다. 혹 어제 집에서 어머니에게 혼이 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반백인 머리를 까맣게 염색을 하고 있습니다. 아내도 흰머리가 있으면 아이들이 할아버지 선생님이라고 한다면서 염색을 할 것을 강권하기도 했습니다. 영호가 봐도 염색 전후로 뭔가 달라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느 가수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고 익어간다고도 합니다. 또 다른 가수는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고도 합니다. 늙어 가면 어떻고 익어 가면 어떻습니까. 이 모든 것이 생로병사의 이치고 자연의 섭리인 것을 말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유건정이 영호의 나이에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이 되어서 교문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는 장면입니다.

“교장 선생님은 정말 늙었어요.”

1학년 아이들이 유건정 교장 선생님께 하는 말입니다.

“그래, 정말 늙었지. 나도 너희들 같이 초등학교 1학년 시절이 있었단다. 사진을 보여줄까?”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유건정 교장은 휴대폰에서 초등학교 1학년 때 교문에서 영호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줍니다.



김영호 <대구교대부설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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