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복지논단] ‘제42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 ‘의미 있는 삶’
[대구복지논단] ‘제42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 ‘의미 있는 삶’
  • 승인 2022.04.1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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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기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대구광역시협회장
4월 20일은 우리나라가 법정기념일로 지키는 장애인의 날이다.

1981년 UN총회는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주제로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하고 세계 모든 국가에서 기념사업을 추진하도록 권장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장애인의 해’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1981년 4월 20일에 정부행사로 ‘제1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제42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필자가 1984년에 장애인복지관에 입사하여 38년간 장애인복지현장에서 근무하면서 보고 느낀 몇 가지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시대가 흐르면서 장애인에 대한 패러다임이 많이 변해 왔다. 1980년대에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팽배하였고, 장애인은 무능력하고 무가치한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경증지체장애인은 어렵게 취업이 가능하였지만 주로 단순노무나 단순제조업에 한정되었고, 발달장애인은 아예 취업이 불가능한 시대였다. 장애에 대한 관점도 개인적 책임으로 이해하는 의학적 모델에 의해 재활에 중점을 두는 시기였다. 장애인에 대한 용어도 장애우라고 하면 장애인을 대우해 주는 것처럼 잘못된 인식으로 많은 정치인과 유명인들이 심지어 매스컴조차도 그러한 용어를 사용하였다. 장애인은 무조건 도와주면 되는 줄 알고, 장애인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지도 않았고, 당사자의 의견은 무시되는 시기였다.

장애인복지의 역사는 장애를 의료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장애인 개인이 재활을 통해 극복해야하는 관점에서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요구하는 사회적 모델로 변화해 왔으며, 서비스 중심에서 인권과 권리기반으로, 경증 장애인 중심에서 중증 장애인으로, 전문가 중심에서 당사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당사자 중심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해 왔다. 장애는 개인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사회적 책임으로서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가 강조되면서 편의시설 설치, 베리어프리, 유니버셜디자인, 장애인의 이동권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또한 시설에 있던 장애인들이 탈시설화로 지역사회로 나오게 되고 활동지원서비스와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를 활용하면서 거주에 대한 선택권도 훨씬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장애인도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하는 보통의 평범한 일상의 삶을 살아가도록 하자는 사람중심실천 모델로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장애인복지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과거에는 감히 취업에 대해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던 발달장애인들이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로 병원과 요양원에 취업하고 있으며,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발달장애인이 커피전문점 바리스타로, 볼링 등의 스포츠 종목에 기업스츠단 전문체육선수로, 그림 등을 통한 발달장애인 디자이너 등으로 취업을 하여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꿈들을 찾아가고 있다.

‘사람중심실천’은 장애인을 지원하는 가족, 친구, 지인, 활동지원사, 사회복지기관 종사자 등 주변의 둘레 사람들이 장애인 당사자에게 중요한 것, 장애인 당사자에 대해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 당사자를 가장 잘 서포트하는 방법 등을 배우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장애인 당사자에게 치료, 교육, 복지프로그램 등으로 주로 집단으로 지원해오다 보니, ‘개인의 삶에 대해 깊이 있게 경청하고, 그들의 삶을 응원하며 지지하고 지원하려는 노력’이 부족하였다. ‘의미 있는 삶’이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타인이 원하는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일 것이다. 나와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나의 삶을 통제하지 않고 응원하고 지지한다면 내 삶은 그 이전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삶’이 될 것이다. 장애인의 삶도 전문가나 보호자가 선택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닌 장애인 당사자가 스스로 선택하고 그들의 삶을 살아가도록 응원하고 지지해야 한다. 많은 발달장애인이 가치 있는 삶, 사회공헌을 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면서, 비장애인과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빨리 오기를 소망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선거 장애인정책 공약으로 “장애인 개인예산제를 도입하고 이용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개인예산제 도입으로 서비스 칸막이 격파, 개인예산제를 통한 이용자의 서비스 선택권 강화 등을 약속하였다. 대통령 공약으로 약속하신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으로 시혜와 동정이 아닌 장애인의 선택권과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그러한 정책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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