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검찰 개혁보다 시급한 건 국회 개혁
[수요칼럼]검찰 개혁보다 시급한 건 국회 개혁
  • 승인 2022.04.19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충원 ㈜데씨제 대표·인간공학박사
'검수완박'(감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논란이 연일 뜨겁다. 172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처리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검찰과 국민의 힘 등의 힘겨운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검수완박의 시작은 검찰 개혁과 관련이 있다. 검수완박을 통해 막강한 검찰 권력을 견제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적절히 배분하여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그 취지는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그 의문은 과연 검찰의 수사권을 뺏으면, 검찰 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어떤 조직이 개혁을 필요로 한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내부적 문제점을 찾고 그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노력 없이는 어떠한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검수완박을 한다고 해서 수사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본질은 수사권을 행사하는 조직의 문제이다. 만일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그 권한을 경찰에게 이양한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현재의 검찰보다 수사권을 잘 행사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러면 또 다시 경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또 다른 조직에게 수사권을 이양하겠는가. 이런 방식의 개혁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진배없다.

검찰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의 수사능력에 대해서는 인정해줘야 할 부분은 분명히 있다. 이 부분에서는 경찰도 마찬가지이다. 검찰과 경찰 모두 수사 측면에서 나름대로의 전문성을 통해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검수완박을 하자고 하는 것은 검찰이 쌓아왔던 수사의 경험과 노하우를 없애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우리나라의 큰 손실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유일하게 어떤 것을 만드는 장인이 있는데, 그 사람이 자신의 기술을 믿고 도덕성이나 행실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하자. 이럴 경우 그 사람이 아무리 미워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은 인정해주는 것이 이득이지 않을까? 핵심은 그 사람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문제 삼아서 될 일인가? 따라서 검찰 개혁도 이런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되지 않겠는가.

사실 개인적으로 검찰개혁보다 더 시급한 건 국회개혁이라 생각한다. 검수완박과 관련해서 지난 13일 리얼미터에서 조사한 설문결과를 보면, 검수완박에 대한 반대가 52.1%로 찬성 38.2%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13.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국민들이 검수완박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검수완박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쯤 되면 국회의원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잊어버린 듯하다. 국회의원의 존재는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민생을 처리하고, 나라를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이라는 점이다.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가 핵심이 아니라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가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에서 다수표를 득표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누가 국회의원이 되고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가 아니다. 올바름은 국민적 토론을 통해서 찾아가는 것이지, 결코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정책을 굳이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이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개혁되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솔직히 수사권보다 입법권이 더 막강한 권력 아닌가?

검찰이 수사권을 이용한 횡포가 있었다면, 이는 마땅히 비판받고 개혁해야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수사권에 상응하는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국회도 마찬가지이다.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 또한 비판받고 개혁해야 됨이 마땅하다. 무엇이 더 시급한 개혁일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지 모른다. 하나의 여론조사 결과가 국민의 뜻을 대변할 수 있는가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런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것도 국민의 의견이라고. 그리고 지난 선거에서 보았듯이 제대로 된 여론조사 결과는 예측력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

마지막으로 저번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이미 검찰의 수사권은 부패, 경제, 선거, 공직자, 대형 참사, 방위산업 분야 등으로 제한되었다. 대다수의 일반 국민들은 검찰의 수사를 받을 이유가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검수완박을 그렇게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과연 국민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인가.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