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기획 전시 ‘A 보단 B’

대구 행복북구문화재단(상임이사 이태현)은 다음달 14일까지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금호, 갤러리 명봉에서 가정의 달 기획 전시 ‘A 보단 B’를 연다.
이번 전시는 ‘A’가 가진 우수, 고급의 의미보다는 주류는 아니지만, 우리에게 친숙하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B’라는 단어가 상징하는 키치, 팝 등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로 기획됐다. 고급예술과 대중문화, 고급문화와 하위문화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고고한 정신이나 거대한 이념과 사상에 집중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현실을 표현하고, 작가들의 개인적이고 서사적인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을 소개한다.
갤러리 명봉에는 작가 STUDIO 1750의 움직이는 작품이 설치된다. 여러 무대 조명 속에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움직이는 설치물과 아래위로 움직이는 해파리를 닮은 설치물을 통해 먹거리로 인해 변이 또는 진화되는 상상 속 동식물들의 유전자 변형생명체를 코드화, 이미지화한다. 이를 통해 개인적인 기억과 주변의 이야기, 사건들과 더해져 유기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갤러리 금호 로비에는 이재호의 커다란 벽화 작품 ‘호야 호야의 호이 호이 : 꽃꽂이’가 관람객을 맞는다. 그는 ‘호이 호이’를 의미 없는 행동, 장난삼아 내뱉은 말을 재미있게 현실화해 주제로 사용한다. 일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과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관찰하고 새로운 시각을 가벼운 마음으로 바라보고자 하며, 작품 소재인 ‘꽃’을 젊음의 유한함에 비유하여 젊음의 활기차고 생기로움을 벽화로 꽃꽂이하여 남겨두고자 한다.
갤러리 금호에 들어서면 거대한 화면을 가득 채운 다채로운 색 면과 거친 붓 터치가 강조된 채온의 작품이 기다린다. 작가는 이처럼 소재보다는 그리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재를 ‘꽃’으로 삼지만, 형태를 객관적으로 대상화하지 않고 붓질과 물성을 강조하며 감정을 캔버스에 분출한다.
전시장 안쪽에는 수놓듯 흩뿌려진 물감의 패턴이 돋보이는 정민제의 작품이 전시된다. 작가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천과 실, 언어를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 낸다. 같은 크기의 화면에 정해진 물감으로 제작되었지만, 작가의 행위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표현된 패턴들은 주어진 시간 속에서 제각각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내는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
전시장의 또 다른 한편에는 터치와 다채로운 색상으로 화면을 구성한 이서윤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작가는 관련성이 뚜렷하지 않는 텍스트를 제목으로 짓는데 오늘날의 소설이나 시, 노랫말, 친구와의 대화 등에서 수집해놓은 문장들을 조합해 만든다. 우연으로 채집된 제목과 이미지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가져오게 한다.
한편 갤러리 금호에는 전시 내용을 관람객만의 생각으로 심화시켜 볼 수 있는 워크북과 도슨트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며, 다음달 5일에는 이서윤 작가가 진행하는 전시연계워크숍도 만나볼 수 있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