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마음의 경영학
[박명호 경영칼럼] 마음의 경영학
  • 승인 2022.04.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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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연일 우리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경제가 ‘저성장-고물가’ 기조로 접어들었다고 경고한다.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주요 기관들도 우리 경제 전망과 물가 흐름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초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사전적 의미로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없지만,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를 동반하는 ‘복합적인 경제위기’ 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새 정부에서도 경제문제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기고 있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 구성에서 경제통을 대거 기용했고, 비서실장 후보자까지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채웠다. 경제 위기대응과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려는 다짐이며, 경제 회복이 가장 시급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망가진 민생경제와 세계 경기의 후퇴, 물류 대란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침체인 ‘워세션(War-cession)’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 경제 불안감을 걷어내려면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이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그래야 각 경제 주체가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우면서 위기에 적절히 대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전제는 모든 경제 주체의 ‘마음가짐’이다. 양심과 열심과 합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마음과 마음이 합쳐지는 ‘함께하는 마음’이 경제난국을 극복하는 필수조건이다. 경제학의 비조(鼻祖)인 아담 스미스도 ‘도덕 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서 시장경제의 근원을 공감(共感, sympathy)으로 보았다. 공감이란 ‘마음을 함께 한다’는 뜻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것도 ‘함께 느끼는 마음’ 때문이다.

‘마음’의 문제는 비단 국가 경제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의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는 각자 마음에 따라 움직인다. 그들의 마음이 시장을 만들고, 움직이고, 변화시킨다. 특히 기업 경영자에게는 고객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고객의 마음을 읽고, 고객의 마음을 기쁘게 해 주겠다는 정성을 지녀야 살아남는다. 단순히 고객의 욕구만 충족하면 되던 시대는 지나갔다. 고객의 마음과 함께하는 경영을 해야 일류 기업이 될 수 있다. 고객의 마음을 거스르는 어떤 비즈니스도 성공할 수 없다. 기업이 고객의 ‘마음’에 마음을 써야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고객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행복’을 얻기 위해 자신의 소중한 재화를 사용한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이 무엇으로 행복을 성취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만 아니라 행복감을 높여야 진정한 고객만족이 실현된다. 그러므로 경영은 고객의 보람과 가치, 성취감과 행복감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당연히 고객의 마음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의 마음으로 판매하고, 고객의 마음으로 서비스해야 한다. 이처럼 경영자는 고객의 마음에 기쁨과 행복감을 심어주는 마음의 경영을 해야 한다.

‘마음의 경제학’에서 서울대 송병락 명예교수는 “국가와 기업, 가정의 경제가 얼마나 건강하게 되느냐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나라 경제의 발전에는 국가 지도자의 마음가짐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유능한 지도자와 자원이 부족하거나 위기에 처한 나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국가 지도자가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고 올바른 마음을 지녀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지도자가 마음을 경영할 수 있다면 위기를 극복하고 세상도 얻게 된다.

‘마음’이란 무엇인가? 사전에서는 ‘사람의 성품과 감정, 의지, 그리고 생각, 관심’ 등으로 정의한다. ‘마음’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헤아리기 매우 어렵다. 말과 행동으로 마음을 엿볼 수 있다지만,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른 경우도 많고, 또 그것들이 진짜 마음과는 다를 때도 많다. “코와 입 그리고 눈과 귀, 턱밑에 점 하나, 입가에 미소까지 다 그렸지마는, 마지막 한 가지 못 그린 것은 지금도 알 수 없는 당신의 마음.” 오랜 정인(情人)의 마음조차 알기 어렵다는 노랫말이다. 마음은 쉽게 변하기도 하고 표리부동할 때도 많다. 그러기에 사람의 마음을 알아야 하는 경제와 경영은 어렵다.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국가 경영은 더더욱 어렵다.

국가 지도자는 헌신하는 마음가짐으로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려야 한다. 그래야 민심(民心)을 얻고, 번영의 목표를 향해 국민을 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또한 ‘처음 마음(初心)’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무릇 지킬 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서의 이 말씀은 영원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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