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낭패
[좋은 시를 찾아서] 낭패
  • 승인 2022.04.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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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경비원을 없애고 자동문으로 교체한 지 일주일째다. 문으로 들어가는 전자출입 카드를 깜박 잊고 방에 두고 집을 나왔다. 그것이 아니면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인정머리 없는 문 앞에서 패(狽)가 되어 어쩔 줄 몰라 한다.

옛날 옛적에 낭(狼)이라는 동물과 패(狽)라는 동물이 살고 있었다. 낭(狼)은 태어날 때부터 뒷다리 두 개가 없거나 아주 짧게 태어났다. 반대로 패(狽)는 앞다리 두 개가 없거나 짧았다. 그래서 낭과 패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늘 함께 다녀야 했다. 그렇게 붙어 다니다가 혹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면 그야말로 낭패였다.

가끔 졸기도 하며 깔끔하게 경비를 보지 못했던 낭(狼)같은 경비원이었지만 완벽하지 못한 패(狽)같은 나에게는 어울리는 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편리라는 이유만으로 끼어드는 문명으로 오늘도 인간들은 떨어진 낭(狼)과 패(狽)가 되어 소통되지 않는 곳에서 서성이고 있다.

◇이미경= 1963년 대구에서 남. <수필세계> 신인상 수상

<해설> 살다 보면 종종 지니고 있어야 할 것들을 잊고 다니는 경우가 생긴다. 그로 인해 찾아오는 암담한 상황에 놓이는 때가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낭패다’라고 한다. 시인도 낭패를 본 사례자이다. 편리 때문에 주변 상황을 문명에 의존하게 되었던바 그 의지했던 것으로 인해서 밖에 갇히는 암담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도 세상은 자꾸 발전해서 문명에 의지하지 않으면 사회로부터 도태되고 만다. 그냥 정신 차리고 사는 수밖에 없다. -정광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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