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우리 음악의 지평을 향해
[문화칼럼] 우리 음악의 지평을 향해
  • 승인 2022.04.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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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요 근래 눈을 의심케 하는 기사가 있었다. 2024년부터 초·중등학교 교과서에서 국악이라는 용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공개한 교육부의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시안에 의하면, 그동안 교과서에 있던 국악 관련 용어와 내용이 상당부분 삭제된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부터 교과서에서 국악이 제대로 다루어지기 시작하여 학생들을 위한 체계적인 국악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한 노력이 계속 되던 중 돌연 그 방향이 갑자기 틀어진 것이다. 물론 교육부 담당자의 결이 다른 해명이 있었지만 현재 알려진 대로 교과서 내용이 개편 된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국악의 정체성을 알려주기 어렵게 되는, 매우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일전에 모 방송국에서 대구시립국악단의 화요국악무대 취재차 문화예술회관을 방문했을 때 나도 짧은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그때 제작진으로부터 받은 질문 중 하나는 "국악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것 같다. 이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상대적으로 낯설다는 점 동의한다. 하지만 문턱을 넘어보면 그 느낌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접해보면 국악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답변하였다. 씁쓸한 질문에 뻔한 대답이었다. 우리의 전통음악이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낯설다는 이 아이러니한 현실과 최근의 기사와 관련하여 국악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국립국악원에는 정악단·민속악단·창작국악단·무용단 등 공연단체가 장르별로 세분화 되어 있다. 그러나 나머지 대다수 자치단체 국·공립 국악단은 정악·민속악·창작국악을 함께 아우른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시립국악단 역시 마찬가지다. 그 중심에는 창작국악이 있다. 그리고 서양오케스트라화한 국악관현악단에서 주로 대편성 창작국악을 다루다 보니 국악기가 가지고 있는 각각 악기별 고유한 특성을 살리며 조화를 만드는데 아직은 어색한 면이 보이기도 한다. 서양 오케스트라는 수 백 년의 세월을 거치며 악기별 독립적 연주와 더불어, 모든 악기를 망라한 교향악의 음향학적 합을 만들어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국악관현악단 역사는 아직 일천한 편이다.

몇 년 전 독일 '칼스루에'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내가 일하던 대구시 수성구와 칼스루에 시와의 교류 협력 차 두 명의 국악 연주자와 함께 독일을 방문했다. 당초 준비한 김병호류 가야금 산조가 독일관객에게 혹 어렵지 않을까하는 일부의 우려가 있어서 황병기의 침향무와 비교하며 호텔방에서 두 곡을 듣게 되었다. 그러면서 대금 연주자의 곡도 함께 들었는데 지금껏 큰 무대에서 접하던 같은 연주자, 같은 곡이 매우 다르게 다가왔다. 이전에 느끼지 못하던 음색·울림이 나에게 다가왔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라 할 만큼 새로운 경험이었으며 국악의 매력을 재발견한 기분이었다. 소위 풍류방 음악이란 말처럼 우리음악은 기계음향을 배제하고 아담한 공간에서 가까이 들을 때 제 멋이 살아난다고 느꼈다.

이러한 가치의 심도 있는 천착과 더불어, 몇몇 선구자들은 우리음악이 가진 특성을 고려한 국악 관현악단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 악기가 가진 고유의 소리를 감안한, 보다 설득력 있는 음향학적 접근법을 모색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작업이다. 나는 국악에 대하여 문외한이지만 이러한 노력에 매우 공감하며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다.

많은 선진국 즉 문화강국들의 음악은 우리가 접하는 서양음악이 그들의 전통음악이다. 반면 서구 중심에서 벗어난 많은 나라들은 서양음악의 물결 속에서도 그들의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멋진 음악을 만들어 오고 있다. 그 중 일부를 우리는 월드뮤직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우리와 역사적으로 닮은 헝가리의 경우, 세계적 작곡가 바르톡과 코다이에 의한 수 십 년의 민요채집을 바탕으로 그들만의 음악을 확립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작업을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해왔는가 라고 반문했을 때 아직은 자신 있게 답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국악을 바탕으로 한 몇몇 젊은 아티스트들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덩달아 우리의 전통음악과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통은 전통답게 다듬어가는 노력과 더불어 동시대성을 담은 국악의 확장성에대한 연구와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세계가 공감하는 우리의 음악을 만드는 일은 결국 우리의 음악적 정체성을 찾는 일이다. 바깥에서는 박수를 치고 난린데 정작 안에서는 잘 못 알아보고 시큰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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