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영어 교과서 ‘속살 보기’ 오류와 실수...동물 인형은 영어로 'doll'이 아니에요
[신간] 영어 교과서 ‘속살 보기’ 오류와 실수...동물 인형은 영어로 'doll'이 아니에요
  • 석지윤
  • 승인 2022.04.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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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교재 6종에 실린 오류 찾아
원어민 교수와 5년간 분석·교정
컬러 삽화 곁들여 ‘쉽고 재밌게’
영어교과서-속살보기-오류와실수
이예식, 김지희 지음/ W미디어/427쪽/1만9천800원

 

저자-김지희
저자 김지희
원어민의 관점에서 현행 영어 교과서들의 오류를 분석한 책이 출간됐다.

시중에 발간된 중학교 영어 교과서 6종에 나타난 대표적인 오류 100가지를 찾아내어 올바른 표현과 함께 그 둘의 차이점을 재미있는 일화와 컬러 삽화를 곁들여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저자들이 일상에서 경험한 에피소드를 예화로 소개해 같은 상황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재미있게 올바른 영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했으며, 뒤이어 이론적인 설명을 덧붙여 학습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5년간 국내 중학교 영어 교과서를 ‘영어교육학과’ 영어원어민 교수와 함께 꼼꼼히 조사하여 오류 표현을 찾았고, 그것들을 다시 국내 다른 영어원어민 강사 15명에게 설문을 통해 80% 이상(12명)이 오류라고 응답해온 것들만 모아서 분석, 정리해서 이 책에 실었다.

저자 김지희 박사는 “함께 책을 집필해주신 경북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이예식 교수님의 지도하에 박사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20년 전 영어 교과서들의 오류를 분석하신 자료를 접했다. 이후 교육과정이 수 차례 바뀌었지만 교과서에선 같은 오류가 반복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십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교과서를 집필했는데도 불구하고 똑같은 오류가 발견된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책을 쓰게 됐다”고 발간 의의를 밝혔다.

◇영어 교과서의 오류와 실수 친근함의 함정에 빠지지 말자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오류 100가지’는 국내 영어 교과서 저자들, 즉 최상급 영어학습자들이 잘못 사용한 표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흔히 범할 수 있는 실수들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고 친근한 표현들이 왜 잘못 쓰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일례로, 영어에서 ‘doll’은 바비인형으로 대표되는 사람 형상의 인형을 가리킨다. 동물 형상의 장난감의 영어 단어는‘stuffed animal’이다. 이에 반해 우리말 ‘인형’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형상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교과서 대화문에서는 동물 형상의 장난감을 가리키며 ‘doll’을 사용했다. 저자들은 우리말 ‘인형’은 사람과 동물 형상을 구분하지 않지만, 영어에서는 ‘stuffed animal’과 ‘doll’로 구분한다고 설명한다. 교과서 저자들조차 모국어의 영향으로 한국어와 영어 간의 개념적 불일치를 보이는 것.

김지희 박사는 “현 교과서들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오류는 영어에는 있지만 한국어에는 없는 개념들의 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발생한다. 검수 과정에서는 한국인의 경우 오류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원어민의 경우 오류에 의도가 담겼다고 판단해 정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 내용으로 대학원에서 현직 영어 교사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쳐본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정답률이 50% 이하였다. 임용 시험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교사들도 영어 실력의 문제가 아닌 한국어와 영어의 개념적 차이에서 오는 미묘한 오류를 인지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영어에 능숙한 사람도 실수하는 영어 표현들

영어 교과서에 반복적으로 잘못 사용된 영어표현은 실수(mistake)라기보다 오류(error)라고 봐야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오류는 단순 실수로 잘못 사용한 표현과 달리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영어 교과서 저자들은 최고의 영어 전문가인데 특정 영어표현을 왜 지속해서 잘못 사용하고 있을까? 책에 제시되고 있는 잘못된 교과서 영어 표현들은 어쩌면 교과서 저자들의 해당 표현에 대한 용법이 영어원어민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채 화석화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을지 모른다.

1장에서는 잘못된 어순의 병렬구조 영어 표현을 다루고 있는데, 이는 한국인 영어학습자들의 머릿속 사전이 원어민의 머릿속 사전에 비해 그만큼 불완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장과 3장의 한국어 표현방식을 따른 영어 표현들도 교과서 저자들의 중간언어 상태가 영어원어민의 언어능력에 다가가 있다기보다 여전히 한국어 능력 언저리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4장에서 다루고 있는 영어 동사의 오용도 영어 교과서 저자를 포함한 한국인 영어학습자들의 머릿속 사전은 영어원어민 화자들의 것과 여전히 사뭇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5장에서 다룬 틀린 표현들도 영어 교과서 저자들의 중간언어가 불완전한 문법규칙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6장은 단일 표현의 문법성을 결정하는 능력을 넘어 전체 맥락에 비추어 해당 표현의 사용이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한국 영어학습자의 화용적 능력이 원어민의 것에 못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7장이 다루고 있는 단복수 판단 문제는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들이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문제다. 단수로 취급할 것인지 복수로 취급할 것인지는 원어민들도 느낌에 따라 결정한다. 이런 원어민의 언어능력에 다가가기란 그만큼 어렵다. 이 판단능력을 관장하는 영어 교과서 저자들을 포함한 한국인들의 영어 중간언어 능력도 그만큼 원어민 화자의 단복수 결정 능력에서 멀어져 있음을 7장의 사례들이 증명하고 있다.

영어 공부가 어려운 것은 한국어와 영어 간의 개념적 차이와 영어 자체의 문법적 난해함 탓일 것이다. 게다가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은 해당 외국어의 완전한 언어능력에 다가가는 과정으로 학습자의 외국어 능력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섬세한 영어표현의 ‘속살’에 남은 이러한 오류와 실수를 극복하기 위해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김지희 박사는 “책은 교과서 제작자들은 물론 교육 현장의 교사들과 학교에 도움을 주고자 기획됐다. 오류가 발견될 경우 학생들에게 수정해 줄 수 있는 분들께서 책을 읽고 잘 활용해주신다면 그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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