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비만 수술’로 비만을 치료하는 것은 예상 가능한 원리다.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이다. 수술은 크게 ‘위소매(Sleeve)절제술’과 ‘루엔 와이(Roux-en Y) 위우회술’ 두 가지로 나뉘는데, 위소매절제술은 위를 80~100㏄ 정도 남기고 위의 잘록한 부분(위소매)을 잘라내는 반면 루엔 와이 위우회술은 위를 30㏄만 남기고 잘라낸 뒤 음식물이 내려오는 길을 하부 소장으로 연결한다. 모두 위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호르몬인 ‘인크레틴’의 시스템이 망가진 상태다. 상부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GIP)이 오작동하고 하부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GLP-1)의 기능은 남아 있다. 위소매절제술은 GLP-1 분비를 더 늘리는 방향으로 상태를 개선한다. 위소매를 잘라내면 위산 분비량이 줄면서 췌장 효소를 촉진하게 되고 이들 물질이 GLP-1 분비를 늘리게 된다. 결국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을 에너지로 바꾸는 대사 기능이 정상화되는 것이다. 반면 루엔 와이 위우회술은 고장 난 시스템을 피해 가는 방식이다. 망가진 인크레틴 시스템은 문제가 있는 상부 소장에서 음식물이 소화·흡수되면서 작동한다. 위우회술은 위에서 빠져나온 음식물이 상부 소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하부 소장으로 가도록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시스템만 거치게 된다. 당뇨 환자에게 백미밥 대신 위장에서 흡수가 되지 않는 현미밥을 권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두 수술 간에 혈당 조절 효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두 가지 모두 당뇨병 치료에 있어 효과적이며 이미 세계적으로 유효성이 확인됐다. ‘비만수술’이라는 명칭에 ‘대사수술’이 추가된 의학적 근거이다.
비만은 대사질환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대장암, 유방암, 난소암, 담낭암, 자궁내막암 등 각종 암 발병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심·뇌혈관 질환, 통풍, 수면 무호흡 등을 유발하여 삶의 질이 저하되고 무거운 체중으로 인한 관절의 부담으로 퇴행성관절염도 쉽게 유발할 수 있다. 비만대사수술은 이런 심각한 상황을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최근 코로나 시국에도 비만대사수술의 혜택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은 비만인 사람이 COVID-19에 감염되었을 때 비만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않은 비만 환자보다 입원 위험도는 49%, 산소치료가 필요할 확률은 63%, 심각한 중증코로나로 진행될 위험은 60% 더 낮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중환자가 될 확률이 비약적으로 낮아진다는 의미다. 이제는 비만을 미용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심각한 ‘질병’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비만수술’을 ‘대사수술’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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