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본질을 잊어버린 대한민국
[수요칼럼] 본질을 잊어버린 대한민국
  • 승인 2022.05.0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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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본질(本質)은 사물이나 현상이 가지는 근본적인 성질이나 모습이다. 그러나 인간의 특성상 항상 본질을 인식하고 사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본질보다는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현상에 더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과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고,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부터 시작된 국민투표와 관련된 논쟁들도 민주주의라는 본질에서 보면 문제가 있어 보인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결국 국민의 생각과 의견이다. 그리고 국민투표는 어떤 중대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직접 물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법적으로 국민투표 실시가 불가능하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국민투표를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실시하는데 있어서는 위헌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즉 현재로서는 국민이 주권을 가진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은 직접적으로 의견을 표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검수완박 사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그리고 국민투표가 가지는 부작용도 분명히 있다. 국민들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고, 정치적으로 나쁜 의도를 가지고 사용하게 되면, 잘못된 것을 정당화 시킬 수도 있다. 과거 국민투표를 통해 히틀러의 나치당 독재, 박정희 정권 당시 유신헌법 정당화 등에 악용된 사례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투표는 대의민주주의에서 유일하게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에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국민이 의견을 직접적으로 개진할 수 없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잊어버린 것과 진배없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지,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 본질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본질의 망각은 비단 정치 분야뿐만 아니다. 고용분야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고용형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어져 있고, 비정규직은 계약직, 파견직, 무기 계약직 등 그 종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리고 현재 대학의 교수들도 정년계열 전임, 비정년 전임. 강의중점, 산학협력중점 교수 등 여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고용형태가 문제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기업이나 대학 입장에서 계약직과 같이 비정규직으로 인력을 운영하는 것은 고용 유연성을 높일 수 있으며,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정규직, 비정규직의 임금과 복지의 차이이다. 고용의 본질은 노동이며, 정당한 노동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동일한 과업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차이가 발생하고, 복지 혜택에서 외면 받기도 한다. 즉 동일한 일을 하지만, 받는 처우가 다르다. 이는 노동이라는 본질에서 보면 정당하지 않는 것이다. 동일한 노동에는 동일한 임금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민감하기는 하지만, 최저임금의 일괄적 적용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본질의 망각이나 왜곡은 우리 사회에 심각한 모순을 가져오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재취업이나 이직을 알선해주는 직업 컨설턴트들은 계약직이나 파견직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고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의 고용을 신경써준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다. 상대방의 직업을 컨설팅 해주고, 취업알선을 해주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고용 안정성부터 보장해야 주어야 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돈이나 권력을 잡는데 혈안이 되어, 자신이 가져야 하고 마땅히 해야 되는 본질을 망각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본질과 현실의 갭이 점점 커지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가령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팔겠다는 것이 음식점의 본질이라면, 현실에서는 가성비가 좋은 음식을 팔아야만 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라 하더라도 음식점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본질을 잊는다는 것은 마치 뿌리가 없는 나무를 키우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나무는 당장은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시들어 죽어버릴 것이 자명하다.

이제 곧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대구시장 후보자들은 자신이 왜 대구시장을 하려고 하고, 대구시장이 가지는 본질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울러 새로운 대구시장이 대구의 본질과 뿌리를 튼튼하게 키워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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