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수 몰래 날마다 쓴 편지
미처 부치지 못한 춘향이가
밤새 넝쿨로 걸어 놓았나
화등잔 같은 변 사또 뿌리치고
도련님 향해 뻗은
줄기마다 새긴 멍 자국 깊다
내 머리칼 미투리 신고
천 년 전 길 떠난 사내는
어디에서 봇짐을 풀었는지
고샅 고샅마다
정안수 담긴 사발로 꽃들은 핀다
매미 울음 넉살로 다가와도
눈 감고 입 다문 나는
기지개 한 번 못 켜 본 채
삼줄같이 살아온 손마디가 아리다
◇한상희= 대구 문협회원. 〈대구문학〉 신인상 시 부문 당선.
<해설> 해 뜰 때 활짝 피어나고, 한낮에는 시드는 꽃. 해를 좋아하지만 해를 만나면 시들어버리는 애틋한 사랑의 꽃. 이른 새벽 집집이 울타리를 타고 오르는 그 모습을 보면 모진 세상 삶 묵묵히 헤쳐가며 자신의 앞날을 밝히는 여인상이 그려진다. -정광일(시인)-
미처 부치지 못한 춘향이가
밤새 넝쿨로 걸어 놓았나
화등잔 같은 변 사또 뿌리치고
도련님 향해 뻗은
줄기마다 새긴 멍 자국 깊다
내 머리칼 미투리 신고
천 년 전 길 떠난 사내는
어디에서 봇짐을 풀었는지
고샅 고샅마다
정안수 담긴 사발로 꽃들은 핀다
매미 울음 넉살로 다가와도
눈 감고 입 다문 나는
기지개 한 번 못 켜 본 채
삼줄같이 살아온 손마디가 아리다
◇한상희= 대구 문협회원. 〈대구문학〉 신인상 시 부문 당선.
<해설> 해 뜰 때 활짝 피어나고, 한낮에는 시드는 꽃. 해를 좋아하지만 해를 만나면 시들어버리는 애틋한 사랑의 꽃. 이른 새벽 집집이 울타리를 타고 오르는 그 모습을 보면 모진 세상 삶 묵묵히 헤쳐가며 자신의 앞날을 밝히는 여인상이 그려진다. -정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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