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나팔꽃 千年
[좋은 시를 찾아서] 나팔꽃 千年
  • 승인 2022.05.0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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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수 몰래 날마다 쓴 편지

미처 부치지 못한 춘향이가

밤새 넝쿨로 걸어 놓았나



화등잔 같은 변 사또 뿌리치고

도련님 향해 뻗은

줄기마다 새긴 멍 자국 깊다



내 머리칼 미투리 신고

천 년 전 길 떠난 사내는

어디에서 봇짐을 풀었는지

고샅 고샅마다

정안수 담긴 사발로 꽃들은 핀다



매미 울음 넉살로 다가와도

눈 감고 입 다문 나는

기지개 한 번 못 켜 본 채

삼줄같이 살아온 손마디가 아리다





◇한상희= 대구 문협회원. 〈대구문학〉 신인상 시 부문 당선.



<해설> 해 뜰 때 활짝 피어나고, 한낮에는 시드는 꽃. 해를 좋아하지만 해를 만나면 시들어버리는 애틋한 사랑의 꽃. 이른 새벽 집집이 울타리를 타고 오르는 그 모습을 보면 모진 세상 삶 묵묵히 헤쳐가며 자신의 앞날을 밝히는 여인상이 그려진다. -정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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