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100주년 어린이날을 맞이하며
[목요칼럼] 100주년 어린이날을 맞이하며
  • 승인 2022.05.0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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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오늘은 1922년 소파(小波) 방정환선생이 천도교 서울지부 소년회를 중심으로 어린이날을 선포하고, 이듬해 조선소년운동협회에서 '어린이날'을 제정한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어린이'라는 말은 1920년대 아동문학가인 방정환 선생이 어린 아동들도 하나의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늙은이'나 '젊은이'와 대등한 존재라는 의미를 담아 '어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라 한다. 여기서 '∼이'는 우리 고유의 높임말이다.

최초의 어린이 날 기념행사는 1923년 5월 1일 개최되었으며, 이 행사에서 방정환선생은 어린이들을 어른들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달라고 부탁하였다고 한다. 기념행사는 1927년부터 5월 첫째 주 일요일로 변경되었는데, 해방 후 1946년 5월 첫째 일요일이 5월 5일임을 기점으로 이때부터 날짜가 달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5월 5일을 기념일로 정하였다. 어린이날은 기념행사는 1922년 제정 이후 1925년에는 전국의 소년·소녀 30만 명이 참가할 정도로 그 규모가 성장하였다. 1937년 일제(日帝)에 의하여 중단되는 아픔을 맞이하기도 하였지만, 해방 이듬해인 1946년 다시 부활되었다. 1954년에는 이승만대통령이 참석하는 등 날로 발전하면서 1957년 제35회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정부에서 '어린이 헌장'을 공포해 어린이에 대한 기본사상을 재정립하였고, 1973년 3월 법정기념일이 되었으며, 1975년 1월 법정공휴일이 되었다.

이런 뜻 깊은 어린이날 각종 행사가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중단되었다가 금년 5월 해제됨과 동시에 100주년을 맞이하게 됨에 따라 3년 만에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전국적으로 풍성한 대면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즉 거의 모든 기관?단체와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에서부터 골목 상점까지 대대적인 행사와 선물 보따리를 펼치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해방감에 반가우면서도 자칫 방역에 소홀히 하여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없지는 않다.

이제 100주년이라는 어린이날을 맞이하면서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어린이날의 제정취지에 부합한지를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처음 제정할 당시는 일제강점기로 군국주의에 의한 계서제와 장유유서와 효에 기반을 둔 유교적 정서로 인해 어린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기보다는 단순히 미성숙하기 때문에 어른들의 시각에서 훈육(訓育)받아야 하는 존재로만 인식되는 시절이었다. 따라서 일부 어른들은 어린이들을 하나의 소유물로 보는 견해도 있었음을 부인할 없다. 따라서 오늘날과 달리 좋은 것 맛난 것 등 일상생활의 모든 면에서 어른 중심이었고, 아이들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음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당시 어린이들의 처지가 너무 열악했기 때문에 어린이들을 존중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어린이날이 제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경제성장으로 인해 맞벌이 부부의 증가,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으로 한?두 명의 자녀만 낳게 되는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또한 80년대 이후 불어 닥친 어른의 시각이 아닌 아이의 시각 즉 어린아이 눈높이 교육 열풍에 힘입어 이제는 가정에서의 모든 것이 어른중심이 아닌 아이중심으로 변하였다. 그 결과, 가정 형편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지나치게 떠받들고 과보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즈음 사회일각에 떠돌고 있는 가정에서 아이가 1번 배우자가 2번 부모는 3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이 어른들이 자신을 배려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좋고 맛난 것은 모두 자기 것이고, 자기가 남긴 것만 어른 것이라고 인식할까 두렵다.

우리 사회 미래 동량인 어린이들을 부모들의 욕구를 대신 충족시켜주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대우하고 잘 양육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경제적 풍요에 따라 양육에 있어 지나치게 물질적으로 흐르고 있는 풍토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오늘과 같은 어린이날이 되면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고가의 선물을 준비하고, 외식은 물론 놀이공원에 데리고 가야 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가정에서 보편화된 어린이날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하지 못하면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자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의 물질적 배려는 먹고 살기에 바빠 가정에서 아이들과의 소통에 소홀히 하였던 부모들에 의해 가정이나 사회에서 소외됐던 80년대 이전의 어린이들에게는 감격스러운 기쁨이고 잊을 수 없는 감동이 될 수 있었지만, 오늘날 대다수의 어린이들은 신세대 부모들에 의해 이미 너무 많은 배려와 지나친 사랑으로 웬만한 선물이나 음식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소홀한 부모는 없다. 과거 아이들에게 소홀히 하였다는 부모들도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즉 아이를 대하는 방법이 오늘날과 달랐을 뿐이다. 새삼 어린이날을 맞이하면서 어떤 방법이 진정 어린이들의 인성함양과 성장에 도움을 주는 방법인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해 본다.

따라서 이제 어린이날의 의미는 달라져야 한다. 각종 선물과 함께 이벤트를 어린이에게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현재 어른들이 진정으로 어린이들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고 대하고 있는지를 되새기고, 실수한 일이 있으면 반성하여 실행함으로써 당장은 아니더라도 훗날 진정한 어른이었다고 인정받는 계기가 되는 날이기를 바라면 너무 비현실적인 생각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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