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물러나는 대통령
[대구논단] 물러나는 대통령
  • 승인 2022.05.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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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퇴임 대통령을 걸고 넘어지면 물어버릴 것”, 문재인 대통령 곁에서 가시적·비가시적 이미지를 전문적으로 관리해 온 복심이 한 말이다. 얼른 들으면 농담 섞인 말 같지만 뜯어보면 뼈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대통령의 5년을 회고하는 인터뷰 장소, 청와대의 봄 뜰은 고즈넉하고 운치가 있고 별천지 같았다. 멋있게 다듬은 소나무, 꽃과 초목들, 인공호수 연못의 물은 맑아 보였다. 다 볼 수는 없었지만 그곳 청와대는 대통령의 집무실, 거처가 있고 특정인들만이 드나드는 곳이라 범인들이 근접할 수 없는 옛 왕조의 기품이 묻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5년간의 세월을 이같이 좋은 환경에서 살아온 문 대통령 내외는 아주 행복한 사람이다.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하던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 눌러앉은 것은 개인적으로 큰 홍복 이었다.

그는 권력의 정상에서 자기 철학대로 국정 전반을 골고루 섭렵했다. 나라 다스리는 스타일은 언제나 탑다운 이었고 파트너인 더불어민주당은 입속의 혀같이 굴었다. 나랏돈 쓰는 것도 역대 어느 정권보다 으뜸이었다. 이제 사나흘 후면 그는 정들었던 청와대를 비워줘야 한다. 대궐 같은 집에서 살다가 시골집으로 이사해야 하는 마음 몹시 울적하리라는 나대로의 생각을 해 본다. 퇴임 후 정치와 담쌓고 텃밭 흙을 만지면서 살겠다는 그의 다짐에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연 이틀간 상춘재에서, 또 자리를 옮겨 가면서 앵커의 물음에 답하는 대통령은 많은 준비 공부를 했던 것 같다. 원고 없이 세세한 구석까지 거침이 없었다. 종래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는데 이번 마지막 회고 대담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워서 보기 좋았다. 노련한 전문 앵커는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강하게 때로는 예리하게 질문하였다. 문 대통령은 질문에 답을 잘 하다가도 부분부분 답을 피해 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솔직한 회고 대담이라고 국민들이 판단할지는 미지수다. 퇴임하는 대통령이 이처럼 많은 시간을 할애받은 경우가 내 기억에는 없다. 어쨌든 그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것 같았다. 아쉬운 것은 5년간 국정의 최정상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최대한 누려온 그의 회고담이 흔쾌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국정을 어떻게 운영해 왔는가는 국민들 대부분이 소상히 알고 있다. 대담 여러 곳에서 그는 자기의 치적을 은연 중 내비치는 제스추어를 보였다.

하지만 부동산 폭등에 대해 “전 세계적 현상”이고 “우리의 상승 폭이 가장 작은 폭에 속한다”고 우기는 것을 보면서 자가당착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치 않는 40%의 지지율에 국민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서도 지지자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에 행복해 하는 것처럼 보였다. 대담에서 그는 인간관계에서 중시되는 겸양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 자랑을 많이 하면 왕따를 당한다고 생각한다. 남편 자랑, 자식 자랑, 돈 자랑하는 사람들과 친구 되기를 꺼리는 경향이 아주 많은 세상이다. 종교인들은 겸손하라는 가르침을 많이 받는다.

문 대통령이 물러나는 입장에서 겸양의 자세를 보였으면 참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국정의 탑 위치에 있어서 그런지 남에게 좋은 말을 하는 경우를 거의 볼 수 없었다. 대담 중에서 차기 대통령에 관한 질문에는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행태를 보였다.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자리를 넘겨줄 때 덕담을 하는 것은 사회적 상례다. 속은 어떻든 겉으로는 누구나 좋은 말을 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다. 집무실 이전,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북한 선제 타격 발언 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차기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버르장 머리를 고친다”는 말에 지도자로서 부적절한 말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퇴임 대통령의 마음은 편치 않은 것 같이 보였고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다‘는 말을 연상하게 했다. 5월 9일 퇴임하는 날까지 대통령의 역할과 권한 행세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에 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사사로운 일도 아니고 전임 대통령으로서 후임 대통령에게 나라 경영에 도움 주는 말을 하는 것이 온당할진데 그런 빛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 의원들처럼 뭔가 못마땅한 자세다. 국민들은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정치지도자를 원한다. 퇴임 대통령은 훌훌 털어버리고 나라 발전에 힘을 보태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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