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국민통합과 평등사회 구현을 위한 진단
[대구논단] 국민통합과 평등사회 구현을 위한 진단
  • 승인 2022.05.0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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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대구보건대 임상병리과 교수
국민통합은 사회구성원 간의 연대의식과 신뢰의 확립, 평화로운 질서유지를 위해 당위적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그 내용과 원리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매우 유동적이다. 다시 말해 국민통합이란 다양한 주체들 간의 다층적 교섭을 통해 이루어지며 그 경계와 범위는 언제나

유동적이고 지속적인 재해석에 노출되어 있는 매우 복합적인 사회적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단지 논리적이고 개념적 차원에서 뿐 아니라 그 역사적 맥락 안에서 국민통합을 논의되어야 한다.

국민통합의 배경은 대내적 환경 변화 역시 매우 복합적이지만 크게 보아 세 가지 흐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냉전체계의 산물로서 분단국가에 머물러 있는 근대사적 배경과 아직도 남아있는 통일의 과제이다. 둘째, 이른바 ‘압축적 근대화’가 빚어낸 부작용으로서의 우리 사회 곳곳에 생성된 균열들(계층간, 지역 간 갈등 등)은 오늘날까지 여전히 갈등의 진원지로 자리잡고 있다. 셋째,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각계 각층의 다양한 욕구가 표출되었고,이러한 다양한 가치들 사이의 내적 갈등도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세계화의 보편적인 추세로 인해 국경을 경계로 하는 사회통합은 외부적인 변화에 의해 늘 불안정해지기 쉬우며 결국 세계화로 인해 국민통합의 범위는 국민국가의 국경에 국한되지 않는 보다 포괄적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화는 일차적으로 국민국가의 위상에 변화를 초래하는데, 국민국가의 주권을 제약하는 다양한 초국적 주체들, 즉 초국적 기업이나 국제기구 및 국제법, 국제연대에 기반한 비정부기구(NGO) 들의 감시활동이 확대되고 있다. 국경을 넘는 재화와 자본의 이동은 물론, 노동 이주의 확대와 같은 인적 이동은 법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추세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여전히 다른 인종이나 민족의 이주는 상대적으로 낯선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통합의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 또한 국가와 시민사회의 행위자들 뿐 아니라 초국가적인 행위자들 및 국제적 연대체들로 다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지구적인 공치(global governance)의 등장으로 요약된다.

이주노동자들의 사회통합 문제는 단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혹은 국제결혼 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주가 증대하는 세계화 시대에 한국사회가 보다 포괄적인 사회통합의 틀을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가 라는 보편적인 전체 사회의 과제로 이해할 수 있다.

이주의 증대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새로운 사회문화적 쟁점들을 제기하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전체 인구 중 소수에 지나지 않고 대표성을 갖기도 어려운 소수민족 소집단(ethnic minorities)으로 존재하고 있으나, 시간이 경과 할수록 소수민족 공동체(ethnic communities)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들 공동체를 포용하고 인정하는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주목할 현상은 바로 ‘이주의 여성화’ 문제이다. 특히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한편으로 빈곤에서 벗어나 생계유지를 하고자 하는 경제적 동기의 측면에서 노동이주와 유사하지만, 또한 인권유린이나 결혼 알선기관의 횡포 등의 위험성이 잠재되어 있다.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사회 안에서도 전통적 가부장제 문화가 강하게 남아있는 농촌 사회가 ‘다문화 가족’이라는 새롭고 낯선 가치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도 문제이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이주자의 증대가 한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주목할 필요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다문화 정체성을 수용하고 이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한국 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민주화는 한국사회를 한층 성숙시키는 중요한 계기였으나 다른 한편 권위주의 하에서 억압되었던 다양한 갈등들을 일시에 폭발적으로 표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민주화 과정을 통해 다양한 가치가 표출되었지만 ‘차이’들을 포용하는 절차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사회적 갈등의 성격은 누가 무엇을 위해 어디에서 갈등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몇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갈등이 일어나는 차원을 보면 제도적 차원과 문화 및 의식의 차원, 그리고 갈등의 원인 측면을 보면 물질적 이익의 충돌과 가치관 혹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갈등의 해결은 제도적 차원과 의식의 차원 양쪽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민통합에 이르기 위해서는 제기되는 두 가지 중요한 과제는 첫째, 사회 내부에서 증대하고 있는 다양성과 이질성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둘째 사회통합의 원리를 어떻게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적 가치와 결합시킬 것인가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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