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복지논단] 우리 가족의 거리는?
[대구복지논단] 우리 가족의 거리는?
  • 승인 2022.05.17 2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보리 가정복지회 사무총장
5월 가정의 달이 되면 두 개의 공익광고가 떠오른다. 첫 번째 공익광고는 ‘안과 밖이 다른 사람’이라는 제목의 광고로 “사원 김아영은 친절하지만, 딸 김하영은”, “꽃집주인 이영진은 친절하지만, 엄마 이영진은”, “친구 김범진은 쾌활하지만, 아들 김범진은”, “부장 김기준은 자상하지만, 남편 김기준은” 이라는 카피를 담고 있다. 두 번째 공익광고는 ‘효도는 말한마디’라는 광고로 밥 한번 사준 선배에겐 형 “고마워”, 매일 밥해주신 엄마에게 “물이나 줘”, 여자친구 생일엔 “축하해”, 부모님 생신엔 “엄마 생일이었어?”, 5분 기다려준 동료에겐 ”고마워“, 평생 기다려준 부모에겐 ”왜 나왔어?“ 라는 광고 문안이 나온다.

몇 년전 내가 그랬듯,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뜨끔할 것이다. 가정 밖에서의 ‘나’와 가정 안에서의 ‘나’가 왜 다른 모습일까? 그리고 가족을 왜 따뜻하게 대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는 ‘기대심리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사회 속에서는 예의를 지키려고 쌓아 두었던 감정들을 자기 가족에게 그대로 노출하는 것으로 타인에게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동만을 하려 하기 때문에 너그럽고 관대하지만 가족에게는 내가 어떠한 행위를 하더라도 받아줄 것이라는 기대로 소중하게 대해야 할 사람들에게 소홀하거나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다. 가족을 함부로 대하면 결국 가족 내 갈등이 발생하게 되고, 잘 유지되던 사회관계 마저도 해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가족 내에서도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원만한 가족관계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며 가족관계에서 느끼는 만족감은 주관적 안녕감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행복한 삶의 조건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원만한 가족관계와 행복한 가족생활을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쇼펜하우어의 ‘호저 딜레마’ 속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추운 겨울에 동물들이 서로의 체온을 나누기 위해 서로 가까이 몸을 기대는데, 호저(바늘 두더지)는 거세고 뾰족한 털 때문에 몸을 녹이려고 상대방이 다가오면 상대의 몸을 서로 찌르게 되고 너무 떨어지면 추위를 견뎌 낼 수 없어 두 마리 호저가 서로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해 얼어 죽고 만다는 이야기다.

부부의 관계, 부모·자녀와의 관계, 형제·자매관계, 배우자 부모님과의 관계 내에서도 건강하고도 적당한 가족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가족 관계가 너무 가까운 경우는 간섭과 집착, 의존, 통제를 유발할 수 있고, 가족관계의 거리가 너무 먼 경우에는 고독, 고립, 불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가족관계 속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부부 관계에서는 각자의 개인적인 부분을 인정하고 상대의 행동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하며, 자녀와의 관계에서는 지나친 관심보다는 자녀를 독립된 자아로 인정하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한다. 형제·자매사이는 경쟁자가 아닌 서로 조언자의 역할 속에서 수평적이어야 하며, 배우자의 부모와의 관계에서는 상호 부모에게 의존하거나, 차별하는 것이 아닌 먼저 가정을 구성한 선배로서 부모를 존중하고 시대적 상황 등을 상호 이해해야 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가족상담전화 상담건수가 2019년 5만3천649건에서 2020년 7만 640건으로 31.7%가 증가했다고 한다. 가족 간 문제를 겪는 가족들의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적당한 가족의 거리를 유지하지 못해서 만들어지는 문제일 것이다. 적정한 가족의 거리는 거창한 것이 아닌 ‘나다움’을 ‘가족다움’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가족과의 적정한 거리의 유지로 ‘5월! 가정의 달’을 더욱 의미 있고 행복하게 맞이하시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