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지킬 수 있는 공약과 책임 있는 정치
[수요칼럼] 지킬 수 있는 공약과 책임 있는 정치
  • 승인 2022.05.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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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인간공학박사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항상 그랬듯이 선거철이 되면 각 후보들이 내건 공약들이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부풀리게 한다. 그러나 당선 이후에는 그러한 기대들이 실망으로 곧잘 바뀌곤 한다. 사실 여태껏 선거철에 나온 공약들이 모두 실현되었더라면, 아마도 우리 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건 물론 애초부터 실현될 수 없었던 순진한 기대였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민주주의에서 국민들에게 투표를 할 때 항상 인물보다는 공약을 보고 투표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가끔은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을 공약인데, 굳이 공약을 보고 투표해야 하는가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의구심이 만들어진 배경이 한 두 번의 경험에서 생겨난 것은 아닌 듯하여, 마음이 더욱 씁쓸하다. 그럼에도 6월 1일 선거에서 당선 될 후보가 이러한 의구심을 말끔히 해소해 줄 거라는 기대와 희망을 또 다시 품어 본다.

공약은 당선되기 위해 사용하는 마케팅이 아니다. 공약을 상품에 비유하면,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만일 실현 불가능한 공약들을 남발하여 지키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책임 없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를 잘 마케팅 하는 것이 선거에서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더 중요한 부분이다.

솔직히 여야를 막론하고 대구시장 후보들의 공약들을 보면, 과연 이것이 실현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생기는 공약이 한두 개가 아니다. 왜냐하면 공약으로서 갖추어야 할 부분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의 요소들이 기본적으로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공약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가령, 어떤 후보자가 대구를 청년들이 행복한 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을 제시했다고 하자. 후보자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행복한 도시라는 개념은 너무나도 추상적이다. 도대체 무엇이 청년들이 행복한 도시인가? 아마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고, 행복에 대한 정의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답이 없다. 답이 있는 공약도 지키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답이 없는 공약을 어떻게 지킬 수 있으랴.

둘째, 공약은 반드시 어떻게 라는 실현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번 선거의 대구시장 공약들을 살펴보면 상당수는 어떻게 이루겠다는 구체적 실현방법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구체적 실현방법이 없는 공약은 그냥 후보자의 꿈이다. 나는 이런 꿈을 꾸고 있으니, 나를 선택해 달라고 하는 것과 진배없다. 꿈은 실현 불가능한 것도 꿀 수 있다. 그러나 후보자의 공약은 꿈이 아니라 목표가 되어야 한다. 사실 공약은 먼저 제시하고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실현방법을 찾고 공약을 만들어서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순서이다.

마지막으로 공약은 반드시 언제까지라는 시간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달성 시간이 전제되지 않는 공약은 지키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만일 어떤 후보자가 대구의 청년실업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다면, 여기에는 언제까지 얼마나 줄이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언제까지라는 개념이 공약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이 공약이 아주 오랜 시간 뒤에 저출산으로 인한 청년층 감소로 인해 달성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대구시장 후보가 3선을 목표로 하는지 1선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지에 따라 공약이 달라져야 하고, 단기적, 장기적 공약이 따로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재 공약들은 특히 언제라는 개념이 제시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에, 당선 이후 당장 지켜지지 않아도 현재 노력하고 있다는 말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아울러 사람은 시간이 설정되어 있어야 그 시일에 맞추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가 제시되어야만 달성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책임 있는 정치는 공약을 지키는 정치다. 책임 있는 정치는 책임질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하는 정치다. 개인적으로 누가 당선될지 보다 누가 얼마나 책임 있는 정치를 할까가 더 궁금하다. 솔직히 대구의 급선무는 무엇을 건설하고, 무엇을 제공하고, 무엇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대구를 이끄는 사람의 책임감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당선되기 위한 공약보다는 당선된 후를 고민하는 공약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약을 꼼꼼히 보고 투표하는 시민들의 태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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