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아마추어 N잡러의 행복설계 “심리적 자산 풍부해야 경제적 자산 뒤따라와”
[나는 청년입니다] 아마추어 N잡러의 행복설계 “심리적 자산 풍부해야 경제적 자산 뒤따라와”
  • 윤덕우
  • 승인 2022.05.1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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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오미자네 건강마을 대표
“돈에 휘둘리지 않는 선에서
장단기 재정적 목표 세우되
사회·심리적 자산에 큰 비중
계획없이 이것저것 하면 안돼
현재 역할 연쇄적으로 넓혀야”
최지혜대표의다양한활동사진
최지혜 대표의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는 모습들. 자신을 아마추어 N잡러라고 자신있게 소개한 최 대표는 문경에서 로컬푸드 마케팅 전략가, 로컬푸드 온·오프라인 판매자, 지역사회봉사단 단원, 도시재생 활동가로 살아가는 워킹맘이다.

N잡러 청년들을 만났을 때 의아스러웠던 점은 스스로를 소개함에 있어서 N잡러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특히 전문분야를 가지고 있는 청년일수록 더욱 그랬다. N잡러라는 사실은 프로젝트를 수주하거나 누군가와 함께 협업할 때 100% 좋은 이력은 아니었다는 것이 공통된 경험담이었다. 융통성과 순발력, 정보력, 문제해결능력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장점을 앞세울 수도 있었지만, 특정 영역에서 최고는 아닐것이라는 오해로 저평가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시대는 변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인식체계와 가치판단의 기준점 또한 변화되고 있기 때문에 N잡러에 대한 오해 또한 과거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 N잡러의 증가는 눈에 띄는 변화였다. 자신의 특기와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스타트업 플랫폼 크몽과 숨고의 경우, 코로나19 이전보다 월간 이용자 수가 100%까지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이다. 능력이 되면 여러 일을 하며 경제활동도 하고 자신의 활동영역을 넓혀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N잡러가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은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인식 또한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앞서 ‘pro-N잡러’의 대표사례로 소개한 양재필 대표(오미자네청년들 협동조합)의 사례에서는 N잡러로 살아가게 된 이유와 노하우에 대해 소개했다면, 최지혜 대표(오미자네 건강마을)의 사례는 현재를 살아가는 N잡러 청년의 자산증식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보고자 한다.

최지혜 대표는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영향으로 N잡러가 된 사례이다. 자신을 아마추어 N잡러라고 소개하는 최지혜 대표는 로컬푸드 마케팅 전략가, 로컬푸드 온·오프라인 판매자, 지역사회봉사단 단원, 도시재생 활동가 등으로 폭 넓게 활동하고 있는 동시에 문경을 대표하는 워킹맘이다.

◇결혼의 조건

예로부터 결혼은 흔히 인륜지대사라고 하여 사람에게 있어서 행해야 할 가장 큰 일로 여겨져 왔다. 과거에는 부모님이 정해 준 신랑 신붓감을 만나 백년해로하던 시대였다면, 현재는 자신만의 가치관과 기준으로 상대방을 고르는 선택의 시대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양재필 대표와 최지혜 대표는 결혼 7년차 부부이다. 필자가 인터뷰를 위해 최지혜 대표와 만남을 가지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결혼의 조건이 남달랐다는 점이었다. 사실 결혼 상대자의 배경 중 가장 손꼽히는 것이 ‘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7~8년 전까지만 해도 N잡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상대가 N잡러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고 말한다.

“저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예요. 평범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에서 평범함을 더 빛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이상형이었어요. 그런 사람은 없을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던 거죠”

“자신감 넘치는 다양한 도전이 정말 많은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그 도전을 평생 함께 하고 싶었죠.”

최지혜 대표는 양재필 대표의 조건이나 배경이 아닌 다재다능한 팔색조 매력과 사람 됨됨이만 보고 첫 만남에 결혼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은 사람이었고, 해야 할 일도 많은 사람이었으며, 주위에 함께하는 사람 또한 많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시 말해 최지혜 대표는 가정생활의 가장 근간이 되는 경제적 식견이나 행복의 기준이 남 달랐던 것이다.

◇네가지 유형의 자산 증식 노하우

한 때,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청년 취업난과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 지면서 수저계급론(금수저, 흙수저 등)까지 등장했으며, 급기야 “이생망”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최지혜 대표는 이생망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청년세대가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물론 부모의 경제력이나 물질적 자산이 삶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상대적 박탈감이나 무기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개인의 삶에 있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었다. 전문용어로 표현된 설명은 아니었지만, 최지혜 대표가 설명하는 자산의 개념을 요약하자면 ‘경제적 자산’, ‘지적자산’, ‘사회적 자산’, ‘심리적 자산’ 네 가지였다.

많은 사람들은 ‘자산’이라고 하면 주택이나 채권, 주식, 적금과 같은 경제적 자산을 떠올린다. 경제적 자산은 그것을 관리해주는 직업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익숙한 자산의 형태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일부 사람들은 그것이 자산의 전부일지도 모른다고 오해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생망”과 같은 말이 유행하지 않았을까? 사실 다달이 월급에 익숙해져 있는 필자가 가장 궁금했던 점은 직장에 종속되어 있지 않은 N잡러의 경제활동과 수입이었다. 인구가 많지 않은 시골마을의 N잡러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 영역을 넓혀가야 하는 미션까지 추가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에 더욱 궁금했다. 다시 말해,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시골마을의 전통시장에서 ‘경제적으로 자립한 노하우’도 궁금했고, ‘경제적 만족’이라는 경지에는 어떻게 다다르게 되었는지도 궁금했다.

“사실 경제 관념은 크게 없었어요. 하지만 재정적 목표는 분명했죠. 재정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었어요.“

“식품가공과 유통 쪽에는 남편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지적 자산에 대한 증식의 필요성은 크게 염두 하지 않았어요. 다만 지역사회 안에서의 관계성과 마음의 평안함, 그리고 하루하루 행복한 경험 만들기에 집중했죠”

최지혜 대표의 경우 돈의 의미 자체가 삶을 좌지우지 하지 않는 선에서 ‘단기·장기 재정적 목표 설정’과 ‘관계설정’이 끝난 상태였으며, 그보다는 사회적 자산과 심리적 자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N잡러로 살아가려면 심리적 자산이 풍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심리적 자산이 풍부하다면, 경제적 자산이나 지적자산, 사회적자산은 뒤따라 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현재 저는 그것을 증명하면서 살아가고 있지요. 심리적 자산이야 말로 제가 자산을 증식시키는데 필요한 씨드머니였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마음이 부자라는 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마음이 부자라는 건 심리적 자산을 축소시키거나 왜곡하는 말 같거든요. 심리적 자산은 경제적인 것을 비롯해 사회적 자산까지 모든 것에 대해 불편함이 없다고 느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다방면에서 평범하다는 것이 유일한 재능

학창시절 공부를 특별히 잘 하지는 못 했다고 한다. 뭐든 그냥 남들 하는 만큼은 했고, 직장생활에서도 그랬다고 회상했다. 그렇지만 어떤 일이든지 맡기기만 하면 잘하든 못 하든 결과물을 끝까지 만들어 내는 근성이 있었고, 새롭게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 대해서는 늘 즐거웠다고 말했다. 살아오면서 1등이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최고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고 이야기 하는 최지혜 대표는 뭐든 한 번 붙잡으면 어떤 일이 있어도 성실히 꾸준히 해낸다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무기라고 말했다.

“제 기준에서 남편은 정말 특별한 사람이었어요. 재미있는 일들을 매일 새롭게 만들어 냈거든요. 저는 그걸 끝까지 완성시키는 일을 해 왔어요. 결혼 이후 줄곧 N잡러 인턴생활을 해 온거죠.”

식품공학을 전공한 양재필 대표는 항상 심혈을 기울여 새로운 상품을 출시해 왔는데, 그때마다 마케팅이 문제였다고 한다. 마케팅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1년전 오미자 순대를 출시했을 때도 그랬다. 맛도 영양도 그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한 상품을 만들어 냈지만 마케팅이 문제였다. 최지혜 대표는 건강한 먹거리,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요구가 큰 식품시장에서 ‘유쾌하고 기분 좋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먹거리(오미자 순대)’의 이미지를 부각 시키는 쪽으로 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방송에서는 직접 춤을 췄고, 행복한 부부의 일상을 사진 자료로 첨부해서 인터넷 홍보물도 만들어 냈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다방면에서 평범하다는 것이 저의 유일한 재능인데, N잡러의 삶은 저의 재능을 빛 나게 해 줬죠.”

◇나는 ‘행복한-아마추어N잡러’이자 계획성 짙은 ‘연쇄창업가’

‘pro-N잡러’남편과의 결혼은 하루하루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숙제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그것은 삶의 가장 근간이 되는 경제활동으로도 이어졌는데,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 상황이긴 하지만 돈을 벌겠다고 이것저것 건드렸다가는 돈의 노예가 되기 십상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래서 사업영역의 큰 줄기는 남편이 기획하고 부수적으로 파생되는 일들에 대해서는 계획성 있게 연쇄적으로 확장시켜 나가는 일을 자신이 도맡았다고 말한다.

“계획성 없이 이것저것 다 건드려보는 건 N잡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계획성 있게 연쇄적으로 하는 일들을 확장시켜 나갈 때 진정한 N잡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는 아마추어 N잡러라고 저를 소개했지만, 미래에는 연쇄창업가 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날로 복잡해져가는 N잡러의 생태계 속에서 다양한 직업영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추진력 있게 해나가고 있는 최지혜 대표의 사례는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에 대한 고민에 어떠한 방점을 찍어야 하는지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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