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과도한 무투표당선 바람직한 것인가
[목요칼럼] 과도한 무투표당선 바람직한 것인가
  • 승인 2022.05.1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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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행정학 박사
오늘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이다. 예년 같으면 지역 일꾼을 자처하고 나선 후보자 마다 자신이 지역의 발전의 가장 적합한 일꾼임을 내세우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하여, 지역 전체가 각종 현수막으로 뒤덮이고, 홍보차량의 방송과 운동원들의 구호 등으로 떠들썩할 때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지역의 선거분위기는 예전과 같지 않다. 정권교체의 열망이 달성된 대선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러한지, 아니면 오랜 코로나19 정국으로 인해 삶에 지쳐 지방정치에는 관심이 없어져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 주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지역문제를 다루는 지방정치인을 선출함에 있어서 과도한 무투표 당선 선구구가 발생함으로써 주민들의 선택권이 사라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방선거 후보 등록을 마감한 뒤 집계한 것을 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단독 출마 등으로 투표 없이 당선된 인원이 4년 전보다 무려 5배 이상 증가하였다. 즉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는 전국 313개 지역구에서 494명으로 전체 선출 인원의 1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기준 중앙선관위 무투표선거구 후보자 명부에 기록된 당선자 숫자는 구·시·군 기초자치단체장 6명, 시·도의회 광역의원 106명, 구·시·군의회 기초의원 282명, 구·시·군의회 기초 비례대표의원 99명, 교육의원 선거 1명 등으로. 이는 지난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86명 보다 5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와 같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박탈하는 무투표 당선의 경우가 이번 제8대 지방선거에서는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여전히 영호남이라는 양대 정당의 특정 정치색이 뚜렷한 지역 쏠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 예로 전국 226개소의 기초자치단체장 중 무투표 당선자는 6명인데, 광주·전남 민주당 후보 3명과 대구·경북 국민의힘 후보 3명이다.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 무투표 당선자도 특정 정당이 강세인 영호남에 집중되고 있다.
대구의 경우는 조금 더 심하게 나타났다. 즉 8명의 기초자치단체장 중 2명(중구, 달서구)이 무투표로 당선되었으며, 선출직 광역의원 29명중 20명 무려 69%가 유권자들의 선택 없이 의회에 무혈입성하게 되는 한편 기초의원선거구 40개소 중 1개소(달서구아선거구 3명)에서도 선거 없이 주민의 대표자가 되었다. 대구의 광역의원 무투표 당선된 사례는 지난 2002년 3회 지방선거 때부터 꾸준히 있어왔지만(3회 4회 각 5명, 5회 6회 각 6명, 7회 1명), 이번처럼 20명이 무투표로 당선이 확정된 적은 없다. 아무리 국민의 힘 지지율이 높고, 대선 직후 치러지는 선거라고 하지만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는 민주사회에서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고만 볼 수 없다. 즉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자신의 투표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좋던 싫던 주어진 선택지 속에서 최선이던 차선이던 선택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당선되면 어떻게 일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되고, 이것은 다음번 출마시 평가받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그러나 무투표 선거구는 공직선거법 190조에 따라 투표 없이 선거일에 후보자를 당선자로 결정한다. 투표 없이 당선되는 이들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선거공보물도 유권자에게 발송할 수 없다. 선거벽보도 붙지 않는다. 즉 주민들에게 어떠한 약속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후보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예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의 공천과정에서는 어떠하였는지 모르지만 정작 본선인 선거에서는 한 푼의 비용도 들지 않아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지역의 주인인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대표자에 대한 공약 검증, 자질 검증 기회도 없이 그들이 가진 투표권만 박탈당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흔히 모든 선출직공직자는 자신의 운명을 좌우하는 임명권자에게 충성한다. 따라서 자신의 공직임명권이 주민이 아니라 정당이나 유력 정치인이라면 어디에 충성할 것인가는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출마자들은 공천권을 가진 중앙당 실력자나 지역 국회의원에게 줄을 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이는 지역 정치가 중앙정치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왜곡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사회일각에서는 이러한 지방선거의 문제점에 따라 오래전부터 지방의원선거구제도 개편과 정당공천제의 폐지에 관한 논의가 있었으나, 지역적으로 확고한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공천이라는 권한을 가진 중앙정당과 국회의원들이 그들의 선거에 있어 지역책임자로 활용할 수 있는 지방의원들에게 공천이라는 족쇄를 풀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때 기초의원의 경우 정당공천제를 폐지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차례 실시 후 각 정당은 지역에서 최일선을 담당하는 책임자를 잃게 되자 무자격자나 자질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당선무효가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등의 이유로 정당공천을 부활시켜 버렸다. 지방선거에 있어 선거구제도와 정당공천제는 지방자치의 이념이라는 이론적이고 규범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당의 이해득실에 따라 정치 공학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이 주민들의 투표권을 박탈하는 무투표당선자가 양산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과 같은 무투표당선의 양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광역의회의 중선구제 도입과 기초의회 공천제 폐지 등 지방의 생활정치를 중앙정치의 예속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지방선거제도의 개편을 신중히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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