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찔레꽃은
늘 고향의 안부 같은 것이다
민들레, 진달래도 그렇지만
특히 그 아릿한 향기는
문간방 고향 누나들의 분 냄새처럼
언제나 살갑게 다가오는 것이다
노을 번진 고향 저녁
삽짝문에서 기다리는 어머니 모습과 함께
그것은 살아있는 무늬가 되어
늘 내 망막에 일렁이는 것인데
때로 그 향기는
뒤안길 홀로 훌쩍이던 누이의 흔적일 때도 있고
할아버지 상여 뒤따르는
열두 살 어린 내 흔적도 함께 묻어있는 것이다.
오늘 그 꽃잎 하나
새삼 혓바닥에 대어보면
그때 타는 노을빛 같은 것이
아릿하게 번져오는 것이다
◇김기찬= 경북 경주 출생, 2017년 <동리목월>신인상 수상 등단,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해설> 이 시는 나의 유년을 아는 사람에게 옛 이야기하듯 읊조리듯 읽어야 한다. 읽다 보니 마치 각각의 자신이 겪은 일들이지 않은가. 아릿한 찔레꽃향에 묻어있는 이 감성을 나는 잘 알겠다. 이 감성을 표현해 보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은 어떠한 미사여구가 필요 없이 그냥 이야기하듯 썼으면 된 것이었다. 시인의 잔잔한 감성을 공감하며, 망막에 일렁이는 어머니를 함께 그리워 한다.
-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