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찔레꽃
[좋은시를 찾아서] 찔레꽃
  • 승인 2022.05.19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찬 시인

내게 찔레꽃은

늘 고향의 안부 같은 것이다

민들레, 진달래도 그렇지만

특히 그 아릿한 향기는

문간방 고향 누나들의 분 냄새처럼

언제나 살갑게 다가오는 것이다

노을 번진 고향 저녁

삽짝문에서 기다리는 어머니 모습과 함께

그것은 살아있는 무늬가 되어

늘 내 망막에 일렁이는 것인데

때로 그 향기는

뒤안길 홀로 훌쩍이던 누이의 흔적일 때도 있고

할아버지 상여 뒤따르는

열두 살 어린 내 흔적도 함께 묻어있는 것이다.

오늘 그 꽃잎 하나

새삼 혓바닥에 대어보면

그때 타는 노을빛 같은 것이

아릿하게 번져오는 것이다

◇김기찬= 경북 경주 출생, 2017년 <동리목월>신인상 수상 등단,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해설> 이 시는 나의 유년을 아는 사람에게 옛 이야기하듯 읊조리듯 읽어야 한다. 읽다 보니 마치 각각의 자신이 겪은 일들이지 않은가. 아릿한 찔레꽃향에 묻어있는 이 감성을 나는 잘 알겠다. 이 감성을 표현해 보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은 어떠한 미사여구가 필요 없이 그냥 이야기하듯 썼으면 된 것이었다. 시인의 잔잔한 감성을 공감하며, 망막에 일렁이는 어머니를 함께 그리워 한다.

-정소란 (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