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부씰
띠부씰
  • 여인호
  • 승인 2022.05.2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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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날에 손주들에게 어떤 선물을 해주셨어요? 라는 질문에 “여섯 살, 일곱 살 짜리 손자 둘인데 포켓몬 카든가 뭔가를 사달라고 하는데 내가 알아야지요. 그래서 돈으로 보내줬더니, 글쎄 10만 원어치를 샀다며 인증숏을 찍어 카톡에 올렸더라구요.”

최근 SPC삼립이 24년 만에 재출시한 포켓몬 빵은 일본 애니메이션‘포켓 몬스터’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인쇄된 스티커가 하나씩 들어 있는 빵으로 BT21 캐릭터를 내세운 마케팅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주가도 치솟고 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시절의 초등생이었던 에코붐 세대들이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으로 자라나서 추억 몰이를 한 것도 성공 요인의 하나다. 또한 입소문이 나자 전국적인 품귀 현상까지 일어나고 특정 시간에 소량만 공급하고 게다가 편의점에서만 판매되는 실정이고 보니 일부 편의점에서는 다른상품에 끼워 팔기를 하는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고, 점주의 여자아이 성추행 사건, 카드를 미끼로 미수에 그친 납치 사건 등 이를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들이 들려오고 있다.

캐릭터 빵 속에 띠부띠부씰이 들어있어 씰을 모으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띠부띠부씰이 목적이니 1,500원짜리 빵을 사 씰만 꺼내고 빵을 버리는 아이들도 생겨났다.

띠부띠부씰이란 단어는 맞춤법에 맞게 쓰면 ‘떼고 붙이고 떼고 붙이는 씰’이지만‘떼붙떼붙씰’이 돼 버려 발음하기가 어렵기에 띠고 부치고 띠고 부치는 씰의 앞 글자를 따서 조합한 ‘띠부띠부씰’로, 현재는 줄여서 ‘띠부씰’로 표기한다.

필자는 초등학교 독서치료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참여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업 시간에 A 학생이 띠부띠부씰 39개가 든 스티커 집을 펼쳐놓고 고가의 씰 ‘뮤’와 ‘뮤츠’를 자랑한 일이 있었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학생들이 귀가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A가 집에 가면서 보니 가방에 있어야 할 스티커 집이 없어졌다며 사색이 되어 달려왔다. 카드 다 합치면 100만 원이 넘는다며 걱정을 한다. 일단 집에 돌아가있으라 하고 A의 바로 뒤에 앉은 B를 부르는 등 우여곡절 끝에 스티커 집이 A의 손에 돌아간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지인은 희한한 일을 겪었단다. 초등 3학년 학생들이 다섯 명이 편의점으로 들어오더니 두 개 남은 포켓몬 빵을 서로 구입하려고 신경전을 벌이다 아이 하나가 “아줌마, 10배! 15,000원을 줄 테니 나한테 파세요” 하더란다. 그에 질세라 다른 아이가 저도 돈 있다며 미술품 경매장을 방불케하는 장면이 연출되더란다. 하도 기가 막혀 너희들에겐 안 팔 거라며 아이들을 밖으로 내 쫓았다고 한다.

포켓몬 스티커는 모으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더 이상 수집이나 놀이 개념이 아니라 투자의 목적이 되었다. 웃돈을 주고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대여섯 배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고, 심지어는 당근 마켓에도 서너 배로 튀긴 거래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포켓몬 스티커를 둘러싸고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생겨난 경제관념에 웃으면서 박수를 보내야 할지 아니면 투기와 사행심리에 걱정을 해야 할지 대략난감이다.

또 누가 알랴! 10여 년이 훨씬 지난 어느 날,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3세대가 추억 몰이를 위해 포켓몬 빵이 입고되기를 기다리며 편의점 앞을 서성이는 기이한 현상이 펼쳐질지.



강순화 <글로벌교육재단 교수 및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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