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 산책로 조성 ‘선심성 사업’ 논란
금호강 산책로 조성 ‘선심성 사업’ 논란
  • 정은빈
  • 승인 2022.05.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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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안대교~남천 합류부 금호강 둔치
2.3㎞구간 9월까지 조성 계획
환경운동연합 “공사 과정 식생 파괴
완공 후 야생동물 서식 교란 우려”
수성구청 “환경적 영향 고려해
폭·제방 거리 최소화 의견 반영”
수성구3
대구 수성구청이 오는 9월 완료를 목표로 가천동 범안대교~매호동 남천 합류부 금호강 둔치 2.3㎞ 구간에 산책로를 조성하고 있다. 사진은 23일 사업구간 일부 모습. 정은빈기자
대구 수성구청이 추진 중인 금호강 산책로 조성사업을 환경단체가 ‘선심성 사업’이라고 지적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23일 수성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가천동 범안대교~매호동 남천 합류부 금호강 둔치 2.3㎞ 구간을 대상으로 산책로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시설계 용역,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현재 공사에 착수한 단계로, 오는 9월까지 폭 2m 산책로를 만들 계획이다.

이 사업은 ‘사색 있는 산책로’ 조성사업 1단계다. 고모동 팔현마을에서 남천 합류부까지(총 4.3㎞) 산책로를 놓는 사업으로, 금호강 좌안 보행로 단절구간을 연결하고, 새 휴식공간을 제공한다는 목적이다. 1단계 사업비로 약 10억 원이 투입된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전형적인 중복사업’인 데다 ‘선심성 사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미 사업구간 옆 제방이 자전거 길로 쓰이고 있고, 맞은편인 금호강 우안에도 산책로가 있어 새 산책로가 필요하다고 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동식물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우려하고 있다. 금호강 본류는 천연기념물(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1급)인 수달의 주요 서식지기도 하다. 대구시가 지난 2018~2019년 수달 행동생태 연구용역을 시행한 결과 신천·금호강·동화천·팔거천 일대에 수달 24개체가 서식하며, 이 가운데 7개체가 금호강 일대에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공사 과정에 둔치의 여러 식생이 상당히 파괴되고, 하천에 더 가까이 접근하게 되면서 야생동물 이동에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 완공 이후에는 야간통행과 불빛이 늘어 야생동물 서식·이동을 교란하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 구간은 금호강에서도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활동가들은 ‘반야월 습지’라 부른다. 개발보다 보존이 절실한 곳”이라며 “도로 포장이 시작되기 전에 공사를 중단하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했다.

수성구청은 제방 길을 차량과 자전거, 보행자가 뒤섞여 통행하는 상황이어서 사고 위험성이 있는 만큼 보행로가 별도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환경영향평가 협의 결과에 따라 환경적 영향을 고려해 산책로 폭과 제방과의 거리를 최소화하라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산책로를 하천 중간이 아니라 기존 제방에 최대한 붙여 만드는 거라 우려처럼 훼손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새 산책로에는 보행자만 다니도록 구분하려 한다. 2단계 사업은 확정 상태가 아니어서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한 뒤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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