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뜨거울 때 잠시 내려놓을 수도 있어야
[데스크칼럼] 뜨거울 때 잠시 내려놓을 수도 있어야
  • 승인 2022.05.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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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마지막 골이 그림 같은 포물선을 그리며 상대편의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동료들과 그라운드에서 뒤엉키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던 그는 동료에게 안겨 높이 솟아올랐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활짝 웃으며 한껏 포효했다. 손흥민의 ‘골든 부츠’는 그렇게 값진 무게로 국민들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아시아 사람들의 어깨도 덩달아 크게 펼쳐졌다.

엊그제 새벽을 뒤흔든 ‘손흥민 쇼’에 대한민국 축구 팬들은 밤을 잊었다. 경기 후반 손흥민의 발끝에서 잇따라 골 망을 가른 22호, 23호 골이 터지는 순간 격정의 노래가 팬들의 가슴마다 피어올랐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의 트로피 ‘골든 부츠’는 순식간에 국민들을 매료시켰고, 축구 변방 아시아인들의 자존심을 한껏 추켜세웠다. 아무도 박지성에게 불렀던 개고기송을 부르지 못했고, 유럽인 누구도 기성용에게 그랬듯 원숭이 울음소리를 내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골잡이가 ‘손흥민존’에서 리그 마지막 골을 골대에 메다꽂는 순간 유럽인 그 누구에게서도 ‘빌어먹을 동양인’이라는 김보경이 듣던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바로 이 최고의 골잡이에게 “멋지다. 이런게 바로 나라의 명함이다. 질투 나지만 밉지 않다”같은 호평들이 쏟아졌다. 일본도, 베트남도 모든 아시아 축구계가 ‘손이 (아시아계의)이정표를 세웠다’는 호평을 쏟아냈다.

그 아름다운 밤을 한 명의 축구팬으로서 흥분에 들떠 지새우면서 ‘더 잘 해 나가기를 빈다’는 마음이 내내 떠나질 않았다. 앞으로 더 큰 성공을 이 선수가 꼭 이루길 진심으로 기원했다.

‘더 잘해 나가기를 빈다’ 대한민국을 위해 더 잘하기를 바란다고 절절이 기원했던 마음은 며칠 전에도 내 안에서 일었다. 바이든이 방한했을 때 동맹의 외교를 단단히 펼치는 윤석열 정부를 보면서도 그랬다. 동맹은 뒷춤에 슬며시 감춘 채 평화만 내세웠던 지난 5년간의 비정상이 비로소 바로 잡혀지는 것을 느끼면서, ‘이제 우리나라가 제 궤도를 향하고 있구나’ 라는 안도의 마음은 이윽고 ‘잘하기를, 더 잘하기를 바란다’는 기원으로 바뀌었다. 세계를 향해 쏘아져가는 대한민국호의 미래를, 세계의 발전을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융성을 소망하고 또 소망한다.

한동훈이 청문회장에서 당시 여당의 몇몇 인사들에게 명료한 답변과 함께 “잘 새겨듣겠다”며 확실한 선을 그을 때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 문을 활짝 개방해 잔치를 벌일 때도 그 기원은 어김없이 마음속에 맴돌고 있었다.

‘더 잘하길 빈다. 더더욱 잘해나가길 바란다’는 이 절절한 기원은 내 조국 대한민국이 더 이상 샛길로 빠지지 않고, 변방의 이단아가 아닌 세계의 중심으로 박차고 솟아오르길 애타게 바라는 간절함의 발현이다.

새정부는 앞으로 숱한 고비를 넘겨야 한다. 엄중한 시대적 환경과 정세의 변화, 세계경제의 이동이 우리나라를 휘감으며 정신없이 변화하고 있다. 동양인 세계 최고의 골잡이가 특유의 성실함과 겸손, 화합이라는 노력 안에서 제대로 탄생했듯 세계 중심의 대한민국이 정의와 상식에 기반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 아래서 어느 나라보다 화려하게 우뚝 서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느닷없이 담배 얘기여서 좀 그렇지만, ‘맥아더의 파이프’ 같은 파이프 담배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중요한 ‘파이프 어록(語錄)’이 있다. 그 어록 가운데 ‘파이프는 뜨거울 때 내려놓을 줄 알아야 진정한 스모커(smoker)’라는 말이 있다. 해로움이 덜 한 자연의 연초로 그득 채워진 파이프의 보울(손으로 잡는 부분) 안에 담긴 불 붙은 연초가 일정 온도를 넘어 손에 잡지 못할 만치 뜨거워지면 그만 호흡을 멈추고 잠시 파이프를 내려놓으라는 얘기다. 뜨거워진 연초 맛은 더 이상 싱그러운 연기가 아니어서 자연의 제 맛을 내지 못할뿐더러 매캐함만 더해져 담배 본연의 맛과 건강을 오히려 해칠 뿐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잠시 내려놓고 열기가 식기를 기다리라는 것이다. 파이핑의 진리다.

여야 협치에 뜨거운 감자가 됐던 정호영 후보가 결국 스스로 사퇴했다. 이유야 어쨌든 윤석열 정부의 단호한 걸음 속에서 정 후보에 대한 여론은 너무 뜨거웠다. 다행스럽게 이 뜨거움은 잠시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내가 옳다고 끝까지 밀고 나갈 것만이 아니다. 설령 맞다 할지라도 너무 뜨거울 땐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새정부의 걸음걸음엔 뜨거운 상황이 자주 닥칠 것이다. 이럴 때 ‘뜨거움을 무릅쓰고 기어이’가 아닌, 잠시 내려놓을 줄도 아는 지혜가 더욱 자주 발휘되길 기대해 본다. 그런 지혜의 발휘가 겹쳐진다면 대한민국이 세계로 일직선처럼 쏘아져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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