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실종된 정치적 다양성
[수요칼럼] 실종된 정치적 다양성
  • 승인 2022.05.24 2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홍준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는 지난 21일 수성못에서 열린 정치 버스킹에서 "51%로 당선되어 퇴임할 때 55%의 지지를 얻으면 행복한 정치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후보는 평소 위트 넘치는 표현으로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가 높지만, 다소 여유가 묻어나는 표현이다. 대구시장 선거는 본선 보다는 오히려 국민의힘 내부에서 치러진 예비 경선이 더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홍준표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현역의원 출마 감점을 안고도 득표율 49.46%로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제8대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매우 낮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석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치러지는 선거라 특정 정당에 대한 쏠림 현상으로 이미 선거 결과예측이 가능한 것도 한 원인이다. 이처럼 지역 시민들이 선거에 대한 관심도 낮지만 또한 출마자들의 선거에 대한 참여 열기도 낮다. 국민의힘은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면서 내부적으로 공천에 대한 불만은 있지만 탈당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더불어민주당도 기울어진 운동장에 등장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경쟁자 없이 단독 출마해 무투표 당선된 후보가 이태훈 달서구청장 후보, 류규하 중구청장 후보이다. 시의원의 경우 29명 가운데 무려 20명이 단독 출마해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했다. 경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학동 경북 예천군수 후보가 무투표 당선됐으며, 경북도의원은 55명 중 17명이 무투표 당선되었다.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따라서 견제와 균형조차 갖추지 못한 지방자치의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의회의 기본적인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지에 대한 우려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역 정치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지난 2018년 치러진 제7대 전국 동시 지방선거이다. 그 당시 대구시의회의 경우 전체 30석 중 5석이, 경북은 60석 중 9석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기초의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대구는 116석 중 50석을, 경북은 284석 중 50석을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역 정치에서 착상할 수 있었던 것은 탄핵정국 이후 지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던 정당에 책임론이다. 또한 시민들의 의식 변화, 지역사회의 정치문화, 고착화된 정치구조의 틀을 깨고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시민사회운동도 한몫을 했다.

이처럼 지역사회는 정치적 다양성을 위해 이미 손짓을 보냈다. 안타깝게도 4년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몰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은 정치적 섬으로 고립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정치권이나 다른 지역에서는 대구경북인의 무한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오히려 그 책임은 지역민들이 내민 손짓에 대해 배신으로 응답한 586 운동권 정치세력에게 있지 않을까. 이들의 정치적 배신이 정치적 다양성 측면에서 대구경북 지역의 정치적 고립을 부각시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정치권의 전면에 등장한 586 운동권이 지난 5년 동안 보여준 정치적 배신은 무엇일까? 그들은 능력 보다는 자신들 입맞에 맞는 정책을 수행하는 사람을 발탁했다. 분열의 정치를 통해 집권의 연장을 꾀했다. 180석이라는 거대 정당의 힘을 이용하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조국 사태는 개혁이니 정의 같은 명분으로 포장된 586 운동권의 감춰진 도덕적 위선과 욕망의 민낯을 백일하에 드러나게 했다. 결국 586 정치집단은 무능, 위선, 부패의 상징이 되었다.

정치는 여야가 있으므로 상호 이해가 충돌하는 것은 정상이다. 여야가 지향하는 정치적 비전은 비슷하지만 그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은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협치가 필요하다. 협치를 위해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지만 경쟁은 기본이다. 경쟁에서 승리한 자만이 모든 것을 갖는 것이 아니라 경쟁에서 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고, 경쟁에서 패한 사람들을 품는 사회가 따뜻하다. 그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경쟁은 때론 시끄럽고 큰 소란도 동반하며, 또한 갈등으로 사회적 비용도 지불해야 하지만 그래도 잃는 것 보다 얻는 것이 많다. 헤겔의 변증법이 입증해 준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낡은 관행, 정치와 제도의 벽이 높다. 참여하는 시민의 힘이 정치를 바꾸고, 정치는 제도를 바꾸고, 그러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는 새로운 면모를 갖게 된다. 정치적 다양성과 참여하는 시민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데, 이번 지방선거는 오히려 특정 정당에 대한 쏠림 현상과 시민들의 투표율 저조가 우려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