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유문화와 달구벌] 마그마가 들끓었던 유황불 속에서 솟아난 달구벌
[신가유문화와 달구벌] 마그마가 들끓었던 유황불 속에서 솟아난 달구벌
  • 김종현
  • 승인 2022.05.2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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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산의 불질(작용)로 만들어진 달구벌
한반도 역시 화산폭발로 지형 형성
백두산 마지막 분화 1903년 발생
선사시대엔 늘 불에 대한 불안 겪어
일부 학자, 발해가 사라진 이유 꼽아
불속에서 달궜다 끄집어낸 땅 ‘달구벌’
비슬산 해발 1000m 인근의 암괴류
바다 속에서 솟아오른 지질학적 증거
영리한 인간들 ‘대장장치·야금술’ 익혀
신가유일성지화
달성군 인흥서원 장판각에 소장된 ‘명심보감’ 목판에 나오는 일성지화. 그림 이대영

◇지구촌에도 화산폭발이란 빅뱅(Big Bang)이 있었다.

우주가 빅뱅(Big Bang)에서 생겨났고, 지구도 우주먼지의 대폭발(大爆發)에서 생겨났다. 달구벌도 지구의 화산폭발 혹은 마그마가 동짓날 팥죽처럼 들끓어 융기·침강을 반복하는 사이에 만들어졌다. 즉 신들의 불장난으로 세상이 만들어진 셈이다(The world was created by the gods playing with fire).

그리스 신화에선 화산폭발을 신들이 전쟁을 하고자 무기를 만드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In Greek mythology, volcanic eruptions were the gods making weapons for war). 선인들은 화산 불덩이이가 하늘 높이 치솟고 넘쳐흐르는 것을 두 눈으로 봤다. 이를 통해서 거대한 불덩어리 자체를 위대한 신적존재로 생각했다. 바로 ‘불의 신(火神,Vulcan)’이었다. 즉 배화교(拜火敎, Zoroastrianism) 혹은 배화사상이 BC 2000년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프랑스 동양학자 앙크틸(Abraham Hyacinthe Anquetil-Duperron,1731~ 1805)이 17세기 말에 ‘벤디다드(Vendidad)’등의 배화교 경문을 발견함으로써 세상에 배화사상(拜火思想, fire worship)이 드러났다. BC 6세기부터 기원후 7세기까지 1,300년간 이란 야즈드(Yazd, Iran)를 중심으로 인도(봄베이) 및 중국에까지 전파되었다.

한반도 역시 화산폭발로 지형이 형성되었고, 지진, 해일, 융기 혹은 침강 등의 땅거죽(地殼)작용으로 형성되었다. 백두산의 화산폭발만 살펴보면, 최근 마지막 분화는 1903년에 있었고, 1702년, 1668년, 1420년 등으로 소급할 수 있다. 선사시대는 오늘날보다도 지구촌의 몸살이 더 심각했고 빈번했다. 1,000년 대주기, 100년 중주기, 12~ 13년 세부주기설 등이 있어 늘 불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았다. 발해가 특별한 이유 없이 사라진 것을 백두산 화산폭발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달구벌의 해결주체는 우리들

달구벌에 살았던 선인들은 화산폭발을 대장간에서 풀무질을 해서 불꽃이 솟아오르는 것으로 생각했기에 달구벌이란 땅도 불속에서 달구었다가 끄집어낸 땅 혹은 벌판이라고 생각해서 ‘(불속에서)달구었던 벌’이라고 생각해서 ‘달구벌(達句伐)’ 혹은 ‘달구불(達句火)’이라고 했다. 단적인 사례로 비슬산 해발 1,000m 인근에 생성된 암괴류(巖塊流)는 바다 속에서 1,000m 가량 솟아올랐다는 지질학적 증거다. 이런 사실에 기반을 둔 역사적 사실로는 최치원의 팔각등루기에 달구벌의 지명에는 불채(佛體), 불좌(佛左), 불산(佛山) 등의 다불국(多佛國)이라고 표현했으며, 명불허전의 이곳이 바로 신성한 곳(是處是聖地也)라고 경탄했다. 불교용어를 빌리면 불속에 피어낸 연꽃(火裏生蓮)이었다.

오늘날 달구벌을 두고 ‘고담 대구(Gotham Daegu)’라는 할 때 이는 유황불(brimstone and fire)로 불살라 버린 도시 소돔과 고모라를 총칭하는 말이다. 이를 뒤집으면 그렇게 마그마가 들끓었던 유황불속에서 솟아난 달구벌이었다는 의미다. 다시금 통일신라처럼 ‘미래를 향해 피어날 꽃’ 예언이다.

오늘날도 아프리카의 어떤 토기를 생산하는 원주민들은 자신들이 진흙으로 만들어 구운 사람으로, 필리핀(인도네시아) 첩첩산중 오지 한 원주민들은 코코넛가루를 반죽해 구워 사람(person who kneaded and baked coconut flour)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달구벌에 살았던 선인들은 불로 달구어진 벌판(달구벌)에서 태어났기에 다불국(多佛國) 혹은 화리생연(火裏生蓮)의 문화를 만들었다. 사실, 연밥 즉 연꽃씨앗(蓮子)은 껍질이 두꺼워서 진흙 속에서 수만 년 동안 휴면기간을 통해 썩어야 비로소 싹이 튼다. 그러나 불로 인해 겉껍질이 타면서 폭발, 속껍질이 터진다면 쉽게 씨앗이 발아한다. 이런 현상을 불교에서는 불속에 피는 연꽃(火裏生蓮)이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불속에 연꽃 피우기(火中蓮生)인 달구벌에 살았던 선인들의 지역과제는 오늘날 우리들의 행함에 따라 흥하기도 하고 멸망하기도 한다. 즉 청나라 고염무가 쓴 ‘일지록’에서 “나라와 천하는 망하기도 한다. 어떻게 해서 나라와 천하가 멸망하는가? 역성혁명으로 국명이 바뀌면 망국이고, 어리석음과 정의가 사라지고, 사람끼리 잡아먹고 심지어 짐승까지 사람을 잡아먹으면 천하가 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라를 지기는 건 어떤가? 군신이 국태민안을 도모하는 게 나라를 지키는 것이다. 이는 천박한 일반백성들이 책임을 다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달구벌의 지역과제의 해결주체는 우리들이다.

한편, 먼 별나라에서 온 불(星火)이라는 사실은, 1996년에 상영된 영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 거리에 점성술판을 펴고 앉아 있던 점성술사(Rose Feddler) 할머니가 “당신 둘 다 별이란 사실을 잊지 마세요(You are both stars, don’t forget). 수십억 년 전에 별이 폭발했을 때에 이 세상(지구촌)에 모든 것이 만들어졌지요. 달, 나무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건 별똥별이라는 사실도 잊지 마세요. 당신들은 별 가루라는 말입니다(You are stardust).” 달구벌의 선인(先人)들도 밤마다 하늘에서 달구벌에 쏟아져 내린 우주의 별들이 크기와 굵기에 따라 강물도, 산도, 벌판에 흙도 되었다고 믿었다. 그 가운데 가장 곱고 찰진 별 가루 반죽을 구어 만든 게 사람(Men are who baked the finest and most sticky star flour dough)이라고 믿었다.

이렇게 모든 별 가루를 뒤범벅 반죽해서 화산폭발 때 달구어서 만들어진 게 달구벌이었다. 이런 별불(星火)을 기록한 것이 있다. 바로 달성군 화원읍 본리(730번) 인흥서원 장판각(仁興書院 藏板閣)에 소장된 ‘명심보감(明心寶鑑)’ 목판에 “한 점의 불티라도 온 세상의 모든 숲을 다 태울 수 있다(一星之火, 能燒萬頃之薪).”고 적었다. 달구벌에 사는 우리들은 좋게는 지구촌이란 온 세상을 밝힐 수도 있고, 나쁘게는 다 태울 수도 있다고 했다.

◇인간지혜가 불을 문명이기(文明利器)로 사용하기까지

지구상 인류가 불을 발견한 계기는 경험에 의해 ‘익숙함에서 생긴 신뢰’를 기반으로 했다. 화산 폭발로 마그마가 흘러내림, 별동별(流星)의 지구충돌, 천둥과 번개가 벼락으로 떨어짐, 마른 나무들의 마찰, 굴러 떨어지는 돌덩이의 충돌에 의한 발화(發火) 등을 수백 번이고 눈여겨봤다. 처음에는 신(神)으로 봤으나 일반적인 자연현상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고부터 이용할 생각을 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화산폭발은 대장장이 신들이 전쟁을 위해 무기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했다. 영리한 인간들은 화산폭발의 현상을 보고, i) 대장장치(풀무, 숯가마 등)를 개발했고, ii) 야금술(열처리, 단금, 연금불질 등)까지 익혔다. 이뿐만 아니라 마른나무의 마찰 혹은 돌과 충돌에서 iii) 마른나무 가지를 맞대놓고 비비기(부싯나무), 돌과 쇠붙이의 마찰(부싯돌) 등으로 불을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운석이 떨어져 파인 곳에서 iv) 최초로 운석 쇠붙이를 녹여서 칼(天劍) 등의 무기는 물론이고 흙그릇(土器)까지 굽는 방법을 터득했다.

고고학적으로 불(Fire, 火)은 중(中)오르도비스지질시기(Middle Ordovician period)의 화석에 의하면, 4천7백만 년 전 화산 폭발, 별똥별(流星)의 추락, 숲속 나무의 마찰에 의한 자연발화로 발견됐다. 후(後)실루리아 지질시기(Late Silurian fossil) 지구의 13%가 타버린 황야가 나타난 건 4천20백만 년 전이었다. 최초 불사용은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160만 년~25만 년 전)가 살았던 142만 년 전이다. 이들이 살았던 아프리카 불구덩이 유적 13 군데가 현재까지 남아있다. 가장 이른 곳, 케냐 채소완자(Chesowanja, Kenya)에선 짐승 뼈, 완자석기(Wanja Stone), 불에 탄 진흙이 동시에 발굴됐다. 50여 개 불탄 진흙조각의 배열을 봐서는 움솥((earth oven) 혹은 화로(fiery pit)로 추정된다.

글·그림=이대영<코리아미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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