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초 핀 수반
물속 깊이 달이 가고 있다.
어둔 여뀌 숲도 헤치고
삐걱거리던 강물도 멎은
달 하나 삐뚜로 흐르고 있다.
은실 풀벌레가
서늘한 바람을 건져 올려
망초꽃도 가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고 있다.
◇박재열= 1949년 경북 경주에서 남.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해설> 바람 잔잔한 날 강물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심상이 참으로 곱고 아름답다. 삶이라는 길이 어찌 평탄하기만 바라겠는가? 때론 비딱하게 흐르기도 하고 꽃바람 타고 흐르기도 하는 것. 그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흘러가는 것이 살아있음이 아니겠는가.
-정광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