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유전성 질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
[의료칼럼] 유전성 질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
  • 승인 2022.05.2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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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목 경북대병원 신경과 교수·공보이사
나는 신경과의사다. 뇌졸중, 뇌전증, 치매, 파킨슨과 같이 알려진 질환을 전공하지 않은, 말초신경 및 근육질환을 주로 담당하는 신경과의사다. 동료의사들의 관심도 별로 없고, 일반인은 더욱 모르는 영역이며, 심지어 이러한 질환을 보면 밥 먹고 살아갈 수 있냐고 걱정해주시는 분도 계신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되는 의료 영역이다.

말초신경근육질환도 다른 의료영역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서 발병하지만 유전자이상으로 발병하는 빈도가 높다. 여기서, 유전자에 대해 본인의 의견을 조금 제시하자면, 유전자는 부모로 부터 물려받는 것과 동시에 나의 몸을 이루는 가장 원초적인 설계도라고 보면 되겠다. 그 설계도의 이상이 있으면, 우리몸에서 문제 없이 받아 주는 경우도 있겠고, 문제를 일으켜 최종적으로 질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근위축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라는 병이 있다. 야구선수 루게릭이 앓아서 루게릭병으로 더 쉽게 알려져 있다. 중추 및 말초의 운동신경만 침범하여 팔다리, 입, 목, 호흡근 모두 침범하는, 예후가 아주 좋지 않는 병이다. 진단 후 3년 생존율 49.5%, 5년 생존율 24.2%로 알려져 있다. 생존율보다 더욱 비참한 것은 환자가 듣고 보고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지만,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이 모두 떨어져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안구 및 눈꺼풀 움직임은 남아 있어, 예 혹은 아니오 정도의 의사 표현은 가능하다. 이러한 질환을 가족중에서 맞닥뜨리게 되면, 간호가 쉽지 않아 보호자가 어려움을 겪는다. 게다가 환자의 자녀는 같은 질환이 본인도 걸릴까에 대해 아주 두려워 한다. 최근 근위축측삭경화증와 관련하여 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가 계속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유전적 소인으로 인한 근위축측삭경화증은 전체에서 5-10% 미만이기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뒤센느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라는 병도 있다. 성염색체 유전자 이상으로 남성에서 주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고, 남아 신생아 3,000명 중 1명의 발병 빈도로 희귀질환중 흔한 질환이다. 이 경우, 어머니로 받는 유전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어머니는 아들이 이와 같은 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본인의 신체적 결함으로 인해 아들이 고생한다는 사실에 상당한 죄책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그럴 가능성은 60%에 지나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유전자는 부모로 부터 받은 후, ‘나’라는 개체를 구성하는 설계도라고 설명하였다. 부모는 모두 정상이지만, ‘나’라는 개체가 만들어 질 때, 유전자가 이상이 생겨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40%나 된다. 즉, 자녀가 유전병으로 진단이 된다하더라도 부모가 그 책임을 모두 지어 죄책감을 질 필요가 없다고 본다.

유전자 진단의 기술은 2010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발달하였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이 이 시기에 시작되어 현재는 아주 흔하게 진행되고 있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중 하나인 전엑솜염기서열(주, 엑솜: 몸에서 단백을 만들 때, 실제로 쓰이는 염기서열 엑손의 전체 집합)의 분석 비용이 10여년전 500만원에서 현재 60만원이면 가능하다. 즉, 2010년 이전에는 유전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분석에 대한 낮은 이해도, 그에 따른 질환의 체계적 분류의 미비함, 유전자 분석의 미실시로 임상적 증상을 기초를 바탕으로 추가적 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진단을 하였다. 물론, 당시에는 최선의 진단이다. 하지만, 새로운 유전자 분석 방법이 소개되고, 거기에 발맞추어 질환이 새로 정립되고 있다. 외래에서 2010년 이전에 진단을 받은 경우 다시한번 진단을 받도록 권유하고 있고, 새로운 유전자 진단기술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척추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라는 병이 있다. 약값은 비싸지만, 유전자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또한, 폼페씨병(Pompe’s disease)라는 병도 있다. 유전적 이상으로 발현하는 병이지만, 효소대치요법을 적용하면 치료가 가능한 병이다. 외래에서 환자를 접하다가 보면 이러한 환자들이 2010년에 이전에 진단을 받은 경우가 많다. 진단이 바로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새로운 기법을 통해 새로이 진단을 받아 치료의 혜택을 보는 환자들도 한두명 생겨나고 있다.

가타카라는 영화가 있다. GATTACA가 영어 제목이다. 유전학과 친숙한 사람이면 이 단어를 보면 어렴풋이 알 것이다. 영어 제목의 핵산의 철자로만 구성되어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 유전자가 인생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라는 결말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유전자로 인해 질환이 발생할 수 있지만, 본인 혹은 가족이 유전 질환이 진단되더라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고,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도 없을 것이며, 치료가능할 수도 있기에 병을 감추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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