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6·1 지방선거를 보면서
[대구논단] 6·1 지방선거를 보면서
  • 승인 2022.06.0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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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나는 지방자치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방자치를 공부하고 연구해 온 지가 햇수로는 30년이 넘는다. 지방선거가 여러 번 있었고 숱한 지방정치인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지방자치 전문가라고 하는 나 자신도 과연 한국의 지방자치가 궤도에 안착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 세력과 추종자들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한결같이 강조하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늘 해 오던 정치놀음으로 인식할 뿐이다. ‘지방자치를 민주주의의 뿌리’라고 하는 것은 주민이 선출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상호 노력하는 체제를 갖추고 지역민들이 동조하여 지방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강조한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동문들의 모임에서 질문 공세를 받았다. 6·1 지방선거가 너무 복잡하고 지방선거에 중앙정치권이 개입하여 선거의 난맥상을 초래하고 있는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 후보자로 나온 몇몇 정치인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거나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뛰어든 광경을 목도하면서 국가선거인지 지방선거인지 중심추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의원 수가 너무 많다, 그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모두가 준공무원이 되어 연봉을 받는 봉급자로 변질되었다. 세금만 축내고 있다, 구의회가 꼭 있어야 하나, 지방선거에 비례대표가 왜 필요한가” 불만 섞인 질문들이다.

지방자치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지방자치의 필요성과 질문에 대해 설명을 충실히 해 주었지만 확신 없는 답변을 한 것 같아 종일 우울했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지만 시장과 구청장 것만 눈에 들어온다. 선관위가 보내 준 선거정보지를 펴 본다. 무투표 당선자를 제외하고 다섯 군데에 투표를 하게 되어있다. 어떤 동네에서는 7군데에 투표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선관위의 업무도 정말 힘들겠구나. 2-가 2-나 2-다 등 기초의원 후보자의 홍보지가 몇 장 들어 있는데 어떻게 투표해야 하는지 혼란이 온다.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아는 유권자가 몇이나 될까.

중앙 정치인들이 자기 입맛에 맞게 만든 선거제도에 주민들이 무조건 따라야 하니 옳은 선거가 되겠나. 같은 선거 날 교육감 선거도 있다. 교육감은 광역단체장과 같은 체급으로 교육을 담당하는 수장이다. 그런데도 교육감 선거는 여느 선거보다 열외 취급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으로 정당공천이 없다고 하는 데 TV에서 나오는 자막을 보면 보수와 진보로 후보자를 구분하고 있다. 국민 누구나 진보는 야당, 보수는 여당이라고 알고 있는데 유권자들에게 순간 눈을 속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정당공천이 없으니 후보자를 조정할 체제가 없어 후보자가 난립되고 낙방이 되면 10억이 넘는 선거보전금(선거에서 10~15% 득표 시 선거비용 절반, 15% 이상 득표하면 전액)을 되받기 위해 단일화는 아예 생각지 않는다. 이는 교육의 중요성을 내세우지만 정상배가 하는 짓이다. 덕을 보는 것은 교통정리를 잘하는 진보 측 후보자다. 초·중·고교 교육 틀이 무너지고 학교 교육보다 학원 교육을 더 믿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눈 감고 아웅 식인 교육감 선거방식은 반드시 바뀌어져야 한다. 시·도지사의 런닝메이트로 하거나 시·도지사가 임명, 또는 아예 정당공천을 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찾아야 한다. 정치권에서 필요하면 통합·협치를 밥 먹듯 말하지만 선거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 오래된 병폐로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장치도 기대할 수 없다. 여당은 TK, 야당은 호남으로 양분되는 현상은 정치가 존재하는 한 아무도 막을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도 벽을 허물지 못하고 더욱 단단해 진 느낌이다. 호남은 더 말할 나위 없지만 보수의 지역 대구·경북의 6·1 지방선거는 영 흥미가 없다. 대구는 기초단체장 2곳과 광역의원 20곳, 경북은 기초단체장 1곳과 광역의원 17곳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나올 전망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교통정리를 잘했기 때문일까.

이런 일이 과거에는 많지 않았다. 지역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선거 없이 당선된다는 것은 유권자의 선택권을 빼앗는 일이다. 참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하여 국민들이 원하는 대표자를 선택하는데서 비롯된다. 4년마다 선거만 되풀이하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이해하는 방향으로 선거방식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있을 때 지방자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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