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나무는 종일 서 있어도
[좋은시를 찾아서] 나무는 종일 서 있어도
  • 승인 2022.06.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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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리 시인

나무는 종일 서 있어도

의자를 찾지 않는다

풀잎은 종일 꽃 피워도

물통을 가져오지 않는다

기슭에 사람 깃들어

손바닥 밭이라도 지으면

물통에 의자에

바가지에 노끈에

판자에

온갖 잡동사니

다 불러 들인다

◇이해리= 경북 칠곡 출생. 1998년 사람의 문학으로 활동 시작, 평사리문학대상 수상(03년), 대구문학상 수상(20년), 한국작가회의 대구부회장 역임, 현재 대구시인협회 이사. 시집: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감잎에 쓰다, 미니멀라이프, 수성못<20년 학이사>외.

<해설> 농사를 짓던 향수에 빠져서든, 남이 하는 모습에 따라 하는 것이든, 봄이면 보풀보풀한 빈 땅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은 오랫동안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서라고 생각하고 싶다. 시인의 문장처럼 손바닥만한 땅이라도 있으면 사람들은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어서 그것이 커가는 모습을 보는라 하루해를 지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들의 편리를 위한 도구들인데, 결국은 사람은 종일 서 있기만 하는 그것의 허기와 필요한 것을 미리 알아차리고 공급하느라 애쓰는 것이다. 그런 애를 쓰면서 즐거워하고 힐링이 된다고 한다. 참 괜찮은 공생관계인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이런 깨달음을 공감하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도 시를 읽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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