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물이
다른 산골 물 쪽으로
기울어지거나
펼쳐지거나
휘돌기도 하면서
좁은 길을 버린다.
아니, 좁은 길의 기억들을 지닌 채
합수머리에 닿는다.
떠나온 산골의 기억 때문에
제각기 다른 그리움을 지닌
한 몸이 되어
격정의 침상에서 몸을 섞는다.
사육제의 합창은
늘 장엄에 닿아 있다.
◇서대선= 2009년 시집 『천 년 후에 읽고 싶은 편지』로 작품 활동 시작. 2013년 『시와 시학』신인상. 2014년 시집 『레이스 짜는 여자』. 2019년 시 평론집 『히말라야를 넘는 밤새들』. 2019년 시집 『빙하는 왜 푸른가』. 2014년 한국예술 평론가 협의회상(문학 부문), 신구대학교 명예교수, 문화저널 21 편집위원. 시인뉴스 포엠 편집위원.
<해설> 개개인에게 너무나 소중한 기억이란 것도 머릿속에 아주 작은 화학작용일 뿐이다. 열정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 큰 고생 끝에 비로소 얻어지는 마음의 장작더미다. 신은 인간에게 이러한 허상들로 삶의 의미를 선물한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길은 인간이 걸어서 만들어진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면 아무도 가지 않은 방향으로 걸어가야 한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보면 여러 장점이 생긴다.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을 받아들일 수 있고,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이해하여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성군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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