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베란다 동백나무 세 그루 심긴 화분 속
물외 모종 하나
3, 4, 5월 지나
마디마디 맺은 물외
꽃이 피고
몇 주째 크기는 그대로다
맘마 줄까
물을 줄까
거름 줄까
입속 상큼한 향기만 떠오르는 아침
귀여운 물외야 너
무슨 생각 하니?
언제 이만큼 클래?
옛날 이웃 어른들 나보고 하신 말씀
*물외 크듯 커 오른다고 했던 말씀
눈부신 아침 햇살따라 떠오른다.
*물외-오이 방언.
◇김미선= 경남 통영 출생, 문학저널(2005) 등단, 대구문인협회, 현대불교문협 회원, 은시동인, 시집 ‘섬으로 가는 길’ ‘닻을 내린 그 후’.
<해설> 통영과 통영의 섬에는 물외라는 말을 흔히 쓴다. 그 말을 이 시에서 접하니 반가운 맘이 들어 가볍게 읽어내려간다. 아파트에 살면서 그 향수를 잊지 못해 화분에 심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물외를 생각하고, 그때의 어머니를 생각하는 시인은 이미 물외처럼 생각이 쑥 자라버린 어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년의 물외는 시의 상큼하고 풀향으로 후각을 자극하고도 남았다. -정소란(시인)-